이슈진단] 불신의 의료자문제도…10건中1건 '부지급'에 당국 수술 고심
보험사 의뢰 중심 의료자문 공정성 시비 "소비자 불신·갈등 심화 여전해"
보험개혁회의서 논의 본격화...보험사들 소비자 정보접근 차단 지양 필요
의료자문제도가 보험금 지급 심사 과정에서 불신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자문은 보험사의 의뢰를 통해 시작되는 탓에 편향된 결과가 나온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자문과정 역시 불투명해 소비자 불신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은 채 서류만 보고 판단하는 자문 방식은 공정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공시된 의료자문 표준내부통제기준. [사진=손해보험협회]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 의료자문 표준내부통제기준에는 의료자문을 시행할 수 있는 큰 틀의 대상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어 개선 필요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 또는 손해사정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의료법 제3조에 따른 의료기관에 소속된 전문의 등에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보험사가 동의한 경우 등에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의료자문 진행 요건은 ▲담당의사가 의학적 증거 확인을 거부하거나 소견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 ▲보험계약자가 청구한 내용과 제출한 의학적 증거가 불일치한 경우 ▲정황에 따라 의학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자료 부실 또는 미비 기재 등 보험금 지급 심사를 위한 의학적 정보가 부족한 경우 ▲보험사 자체적으로 판단 불가능한 고도의 의학 전문 분야인 경우 ▲보험금 청구권자의 요청에 의함 등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보험사 의뢰에 따라 진행되는 만큼, 보험사에 편향된 결과가 나온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소비자는 의료자문을 해준 의사가 누구인지 알 수 없고 소속 병원 이름만 공시된다.
특히 의료자문을 진행한 의사들은 환자를 직접 진료·진찰하지 않고, 의료기록 등 자료만 보고 판단해 자문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의료자문이 '보험금 부지급을 위한 골키퍼'라고 불리는 등 신뢰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고객들은 보험사로부터 의료자문 요청을 받았을 때 대체로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의료자문에 응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 너무 많은 부지급에 '보험사 이익 위한 제도운영' 의심
그렇다고 편히 의료자문에 응하기도 쉽지 않다. 의료자문 결과로 인해 보험금을 못받는 경우도 상당해서다. 보험관련 온라인 카페 등에서는 "보험사 의료자문에 동의하면 보험금 받기가 어려워진다"는 글이 기정사실화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상반기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 손해보험사의 장기보험 청구 대비 의료자문 건수는 1만4530건, 의료자문 후 실제로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건수는 1709건으로 집계됐다. 자문 건 대비 부지급률은 평균 11.8% 수준이다. 10건 중 1건은 의료자문을 통해 부지급이 결정된다.
한 손해사정사는 "피보험자가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주지 않겠다고 하는 말은 소비자에게 강요 및 협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제도의 필요성과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손해사정사 등 전문가 도움 없이 불필요한 의료자문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지난 2024년 8월 금융위원회는 '제2차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거절 시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에 지난해 8월 2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의료자문 전문의 선정의 공정성 제고 및 독립손해사정사 선임권 확대를 논의했다. 정당한 보험금 청구를 신속하게 지급하고, 효율적 민원 처리를 통한 보험산업 국민 신뢰도 제고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의료자문 기관 및 자문의 선정의 공정성을 제고하고, 의료자문 남발 및 자문의 편중방지를 위해 필요사항을 법제화하는 등 내부통제강화 및 공시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또 진료·진단받은 의료기관보다 상급 기관에서만 의료자문을 실시하며, 별도의 중립적인 전문의로 자문의 풀도 구성할 예정이다.
여기에 독립손해사정사 선임 가능한 상품대상 및 선임기한을 확대하기로 했다. 상품의 경우 기존 실손의료보험에 한해 손해사정 선임이 이뤄졌지만, 이제 손해사정이 필요한 모든 건에 대해 적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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