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100년] 시리즈 인물사 ① 김성근 편

2005.01.10 14:42 <img src="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stoo.com%2Fonline_image%2F2005%2F0110%2F20050110_3_03.jpg" align=left> 스투는 11일자부터 한국야구 100주년 기념 시리즈 2탄,‘인물로 돌아본 한국야구’를 연재한다. 한국야구사에 커다락 획을 그은 주인공들이 털어놓는 생생한 증언을 통해 한국야구의 발자취를 되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내게 조국은 의미가 없었다. 한국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몰랐다. 가난하던 내게는 생존과 야구만이 전부였다. 내가 주축이 돼 약체이던 모교(가쓰라 고교)를 교토시 4강까지 끌어올리는 등 조금씩 야구인생에 꽃이 피어가던 1959년 어느날,마흔이 채 안돼 보이는 한 신사가 나를 찾아왔다. 대한야구협회 일본지부 이사를 맡고 있던 최태완씨였다. 최이사님은 내게 재일동포 야구단의 일원으로 한국에 가보지 않겠냐고 했다. 난 제4회 재일동포 학생야구 모국방문단의 일원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시 우리는 엄청난 환대를 받았다. 경무대에서 이승만 대통령도 만났고 비행기에서 낙하산으로 시구 공이 떨어지는 장관도 구경했다. 매일 가슴 울컥한 순간들이 이어졌다. 한국 고교야구의 수준은 일본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커브 외에는 이렇다 할 변화구의 개념이 없었다. 경동고 4번 백인천은 고교 최고타자였지만 첫 대결에서 우리 팀 에이스 홍승일의 커브에 4타석 4삼진(그러나 이후 백인천은 엄청난 노력으로 변화구를 기가 막히게 쳐냈다)을 당하기도 했다. 전국을 돌며 경기를 벌인 결과 16전13승1무2패로 동포선수단이 압승을 거뒀다. 나는 1961년 교통부에 스카우트됐고 이듬해 완전히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한국야구는 1960년대 들어 일본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재일동포 선수들을 광범위하게 불러모았다. 일본프로야구 아사히 입단경험이 있는 김영조씨는 일본야구 경험자의 원조격이고 김영덕 나 신용균씨 등이 당시 멤버였다. 나는 그해 국가대표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그때 일본의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는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 있다. “어머니 제가 우리나라 대표선수가 됐습니다. 이제는 걱정 마시고 건강에만 신경쓰세요.” 재일동포가 가세한 한국야구는 국제대회에서 위력을 떨쳤다. 1962년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비록 일본에 패해 2위에 머물렀지만 일본전에서 0-2,1-2로 선전했다. 한국은 앞선 3회 대회에서 일본에 1-20으로 대패,망신을 당했었다. 나는 1962년 신생팀 기업은행 창단멤버로 가세,1963년 추계리그 우승,20승투수(1964년)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생활은 그리 길지 못했다. 당시 실업리그는 현 프로야구처럼 페넌트레이스 형식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선수가 부족해 거의 매일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어떤 해는 9경기연속 등판이라는 고역을 치르기도 했다. 팔꿈치를 펼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밀려오기도 했지만 치료제라고는 일본에서 구해온 안티프라민 정도가 전부였다. 대부분 에이스급 투수들 상황이 나와 비슷했다. 몸관리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지금보다 훨씬 낭만적이었다. 결국 1966년 선수로서 은퇴를 결심하고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