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달(클리앙)
2023-08-14 16:00:10 수정일 : 2023-08-14 16:03:03
지난 11일에 있었던 잼버리 케이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 참가자 인솔을 다녀왔습니다.
누군가는 기록을 남겨두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기를 남겨봅니다.
저는 대전에 있는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고, 기재부의 인력 차출에 의해 지원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차출부터 행사 당일 까지의 진행과 느낀점을 남겨보겠습니다.
8월 8일 화요일 오후
잼버리 사태와 관련하여 콘서트를 한다, 전주에서 한다 서울에서 한다, 태풍 때문에 취소한다 등등 혼란스러운 기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팀장님께 인원 차출 연락이 옵니다. 기재부로부터 차출 인원이 할당되고 각 실별로 인원이 배분 되었다고 합니다.
공문으로 요청한 것도 아니고 예산관련 부서에게 전화로 인원만 할당 했다고 하더군요.
블라인드 공공기관 라운지에 비슷한 상황의 다른 기관의 글이 올라왔고 국회의원실에서 일하신다고 하는 분이 관련 공문 등을 찾으려고 하였으나 기사가 나지 않은걸 보면 다른 기관도 사정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 기관은 20명을 할당 받았습니다.
'목요일 사전 회의, 금요일 지원 업무' 라는 내용 외에는 아무런 내용없이 일단 오후 5시 까지 참여 인력을 제출하라고 합니다.
사전회의를 언제 어디서 한다는 정보가 없으니 서울에서 목, 금 이틀 묵을 숙소를 일단 예약했습니다.
8월 9일 수요일
여전히 아무런 정보 없이 오전이 지나갑니다.
점심때 즈음 기사가 하나 납니다.
[단독] 정부, '잼버리 콘서트'에 공공기관 직원 1000명 차출... "버스 인솔"
이 기사를 보고 제가 해야할 일이 뭔지 알게 됩니다.
기사 외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이 하루가 지나갑니다.
팀장님이 사전회의를 오프라인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셔서 숙박을 금요일 하루로 바꿉니다.
8월 10일 목요일 오전
오전에 기관의 참여 인원이 모인 단톡방이 개설됩니다.
이 즈음 부터 그래도 정보가 조금씩 나오게됩니다.
행안부 사무관과 각 기관 대표가 모인 단톡방이 있어서 이쪽을 통해 정보가 전달되기 시작합니다만, 여전히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내일인데 어느 나라 대원이 배정되는지, 집합 장소와 시각은 어떻게 되는지, 어디로 언제까지 가서 뭘 준비해야 하는지 정보가 없습니다.
사전회의는 관련 문서가 전달되지 않아 유야무야 넘어가게 됩니다.
8월 10일 목요일 저녁
저녁 6시 즈음 직원 단톡방에서 도청 직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천안에 있는 모 대학으로 아침 8시 30분 까지 오라고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행안부 쪽에 문의를 넣어 보았으나 확답은 없고 파편적인 정보들이 저녁 늦게까지 하나씩 흘러 나옵니다.
복귀까지 동행해야 한다고 해서 숙소는 취소하였습니다.
9시 반 정도 되어서야 집합 시간 및 장소가 확정됩니다.
8월 11일 금요일 오전
직원들이 카풀을 통해 천안의 모 대학으로 10시까지 이동하여 11시 즈음 오티를 진행하였습니다.
버스별로 도청직원 1명, 기관직원 1명이 인솔자로 탑승하여 서울로 이동, 폐영식 및 콘서트 참석 후 다시 복귀하는 것 까지 진행해야 한다고합니다.
도청 직원분들이 메인을 맡으셨는데 그래도 지침 문서, 체크리스트 등을 가지고 오시더라구요.
누군가의 밤샘의 결과물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잼버리에 참석한 사람들과 같은 식사를 하였는데 식사는 훌륭하게 제공되었습니다.
방학이라 기숙사 식당은 운영도 안하는 시기일텐데 많은 분들의 노력 덕분에 식사를 잘 마쳤습니다.
8월 11일 금요일 오후
식사를 마치고 인솔하게 될 버스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버스에 타게될 참가자들이 옵니다.
총 42명이었는데 성인이 6명 내외였고 나머지는 청소년들이었습니다.
제가 출발한 곳에서 서른대의 버스가 출발 하였는데 일부 버스들은 계획된 인원과 다른 인원이 탑승하는 등 약간의 삐걱임은 있었으나 큰 무리 없이 2시 경 상암으로 출발하게 됩니다.
오후 4시 경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중간에 휴게소를 들리니 시간이 확 늘어나더군요.)
도로 통제 계획을 보니 1,600여대의 버스가 온다는군요. 한국에 대절 버스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평화의 광장에 버스를 박스 쌓듯이 채워넣는 모습도 장관이었습니다.
8월 11일 금요일 행사장
경기장에 입장을 하니 에코백을 인원에 맞춰 나누어 줍니다.
카카오와 하이브가 자발적으로(!!) 제공했다는 기념품과 우비, 야광봉 또는 부채가 들어 있었습니다.
BTS 포토카드는 한 종류였던 것 같고 카카오 아이템은 서너가지 정도가 랜덤으로 들어 있었습니다.
(제가 본건 사진의 춘식이 키링, 라이언 스탬프, 춘식이 쿠션이었는데 쿠션이 인기가 좋았습니다.)
관람석으로 올라가는 길에 식사를 제공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당초 시간표에 식사 제공시각이 퇴영식 후에 배정되어 있어서 그냥 착석 했다가 시간이 많이 남아서 미리 배부를 했습니다.
사실 식사라고 하기에는 뭣하고.. 간식 정도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한 여름에 4만개 이상의 식사를 준비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겠습니다만 아쉽긴 했습니다.
그래도 비건식, 할랄식을 제공해 준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국무총리가 바나나를 빼라고 했다더군요.
아래의 사진은 정보 공유 차원에서 사전에 카톡방에 올려준 사신이라 실제 배부할 때 바나나가 빠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반식은 사진과 동일한 구성에 물이 추가되었습니다.)
국무총리가 폐회사 했는데 확인은 해봤으려나 궁금합니다.
버스별로 좌석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인솔자에게는 해당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현장에 있던 소수의 좌석 안내 스태프에게만 정보가 전달되어 제 자리를 찾아 가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상암 경기장 2층이 고척돔 보다는 낫지만 꽤 가파르더군요.
안전을 위해서 빨리 좌석에 앉아 달라고 하는데 어디에 앉으면 되지는 안내가 정확하지 않아서 혼선이 좀 있었습니다.
여차저차 자리에 앉아보니 이게 웬걸... 좌석이 최악입니다..
제가 앉은 곳 왼쪽으로도 여덟줄 정도가 더 앉았는데 그쪽은 더 안보였겠죠..
제가 인솔한 조는 아니었으나 좌석 위치에 대한 항의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단톡방을 보니 고소공포증을 호소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5시 반부터 폐영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시작할 때 까지 그라운드석이 많이 비어 있었으나 시간 맞춰서 진행을 하더군요.
나중에 퇴장할 때 안내를 들어보니 숙소를 상암에서 멀리 배정받은 국가부터 그라운드석을 배정했다고 합니다.
충남, 전북에 숙소를 배정 받았다고 하니 입장이 늦어진 이유를 알겠더군요.
폐영식은 어수선하게 지나갔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화면 각도 때문에 자막도 안보이고, 음향도 앞쪽을 향해 세팅이 되어 있으니 제가 앉은 자리에서는 한국어도 못알아듣겠더군요..
나중에 '여행하는 잼버리' 기사보고 그런 내용이었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7시 부터 콘서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저도 케이팝을 좋아해서 콘서트에 내심 기대가 있었으나 자리가 저래서...
15배줌의 아이브와 있지 사진을 남겼습니다.
9시 즈음 콘서트가 끝났습니다.
마지막곡 하면서였나.. 불꽃놀이를 엄청 터트렸는데.. 제 위치에서는 지붕에 가려서 하나도 안보였습니다..
여러모로 최악의 자리... ㅠㅠ
4만명의 인원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버스에 탑승하고, 버스가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과정은 경찰분들이 인솔하셨고 부드럽게 진행되었습니다.
출구로 나오는 사람들을 멈추게 하고 버스를 보내지 않아 버스에서 오래 대기하긴 하였으나 안전을 위해 이쪽이 맞는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작년 가을에도 이분들이 해오던 대로 할 수 있게 두었다면 참변이 없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스에 탑승하고 경기장을 빠져나오니 10시가 좀 넘었고, 천안에 11시 40분 가량 도착했습니다.
대원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천안에서 차를 몰아 대전 집에 도착하니 거의 1시가 되더군요.
긴 하루를 이렇게 마감하였습니다.
느낀점들
1. 스카우트가 단체생활을 하는 조직이라 인솔이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조별 리더, 책임자가 인원체크도 도와주고 안내에 잘 따라줘서 어려움이 덜 했습니다.
2. 전 세계의 다양한 국가에서 온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일정 중에 친해진 것으로 보이는 다른나라 친구들과 스카프, 유니폼 등을 교환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3. 카톡 없었으면 어땠을까?
메신저로 빠르게 정보를 확산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우왕좌왕 했는데 이마저도 없었으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4. 고생한 시민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인솔에 동원된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현장의 스태프들, 경찰, 소방관, 안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대 설치 작업하신 작업자들 등등등.. 너무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고, 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느 경찰분이 번역기를 써 가며 청소년의 요청에 응대하는 모습은 뭉클하더라구요.
이런 시민들의 선의가 악용당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씁쓸했습니다.
5. 콘서트가 최선이었나?
버스를 타고 올라오는 길에 케이팝이 인기가 있냐고 책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40여명 중에 한 명 좋아한다고 해서 순간 할말을 잃었습니다.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콘서트 중에도 음악을 알고 호응 하는 친구들은 1/10이 채 안돼보였습니다.
어떤 친구는 시끄러운 소리가 싫어서 귀마개를 하고 누워있기도 했구요.
자연 속에서 야외 활동을 하는게 목적인 행사에서 여행을 하게 되고, 대규모 콘서트에 참여하는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지 걱정입니다.
내려오는 버스안에서 소감을 물어볼까도 싶었지만 겁이나서 차마 물어보지 못했네요.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솜씨가 없어서 그날의 생각과 감정들을 남기는게 쉽지 않네요.
그냥 이런일이 었었구나 하고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첫댓글 클리앙 댓글 중---
난지도님
버스를 타고 올라오는 길에 케이팝이 인기가 있냐고 책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40여명 중에 한 명 좋아한다고 해서 순간 할말을 잃었습니다.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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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안한 일이네요 ㅠㅠ
은진전사님
... "시민들의 선의가 악용당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씁쓸했습니다."
본문 내용중에 가장 공감되는 글귀 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mulmandu님
40명 중의 1명.
굥 이 인간은 인류의 패악입니다. 저런 놈을 막지못한 우린 죄인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