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손들 참 많죠?
매일 같이 일나가기 전에 두손모아 오늘도 양아손 만나지 않기를 빌고 나가지만
일주일에 한두명은 만나는게 현실인거 같습니다.
사회관계에 있어서 '갑'과 '을'은 엄연히 존재하고
대리기사는 아무리 양복입고 좋은 업체에서 좋은 고객들을 모시려해도
'을'의 위치를 벗어나기는 힘든것 같습니다. 특히나 우리들 같이 인적사항이 등재된 후에 일을 하면서
폭력행위나 기망행위등 반사회적인 사건에 휘말릴 소지가 있을때는 어쩔 수 없이 약자의 위치에서
소극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성질 같아서는 한대 후려치고 싶지만 길빵으로 내 행적을 모르는 상대라면 모르지만
뻔히 보이는 결말에 움켜쥔 주먹을 풀고 뒤돌아서 담배한대 피우며 잊으려고 애쓰고 못잊을 때는 그날 일 접고는 합니다.
재미있는 경험이 있어 글 한줄 올립니다.
언젠가 금요일 피크 시간이었을 겁니다.
시간은 약 11시 40분 정도 둔촌동역 - 분당 수내 20K을 캐취했습니다.
강남에서 둔촌동 주공 후불 법인 오더를 처리하고 강남쪽 방향 콜을 노리다가
(시간상 저는 대개 강남 서초 송파 쪽 오더를 12시 30분 정도까지 수행하다가 막콜로 위성도시를 택하는게 일반적입니다.)
수내에서 9404로 다시 강남갈 수 있고, 바로 코 앞의 오더라서 캐취하고 손에게 달려갔습니다.
먹자 골목에서 조그만 마티즈에 성인 3명이 술 마신 후에 열심히 대화를 하더군요.
콜을 부른 사람은 제일 말짱한 젊은 사람이었는데 마티즈 주인이 분당갈꺼라고 운전석을 내줬는데
일행중 한명이 그 차량 주인에게 엉겨붙느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약 30분 정도 후에 엉겨붙은 이를 떼어내고 출발하였는데
서하남IC로 가서 외곽을 타고 송파IC로 빠져 분당 - 수서 고속화 도로를 타려는데 쭉 직진하라는 겁니다.
그 때부터 낌새가 약간 이상했습니다. 수내 어디신데요 하니까 파크타운이라고 하더군요.
수서분당타고 수내에서 중앙공원 쪽으로 들어가는게 빠르고 낫지 않겠냐 되물으니 자기가 매일 다니는 길이고
톨비 내줄테니 경부로 가자는 것입니다. 굳이 다투고 싶지않아서 성남에서 톨비 내고 경부로 가서 수내 파크타운으로 갔습니다.
가는 도중 왜 2만원이냐고 자기는 매일 15K에 다녔다고 하더군요.
전 담담하게 오늘은 금요일이고 지금 현재 1천개가 넘은 일이 집중된 시간이다.
평상시에도 누가 둔촌동에서 분당을 15K에 갈지 모르겠지만 둔촌동 - 잠실도 12K짜리가 지금 널려있다.
어느 바보가 그런 선택을 하겠느냐. 나는 분당을 매우 잘 안다. 거기서 9404타고 바로 양재로 나가서 한콜이라도 더 하려고
25K짜리 하남보다 이 콜을 택했다... 갑자기 우리 회사 번호를 알려달라고 해서 순순히 대표전화를 알려줬더니
둔촌동에서 분당 가격을 묻는 겁니다. 당연히 회사에서는 25K를 부르고 내내 상황실이랑 말다툼을 하는 겁니다.
평상시에 15K에 갔는니 안갔는니...내가 한달에 몇번 이용하는데 나한테 이럴 수 있냐는 둥...
(제 소속회사는 법인 회사라서 강남 발이도 기본 15K로 씨알이 안먹히는 일지었지요)
그러는 도중 파크타운에 도착했고 주차장에 파킹하고 내리니 지갑을 손에 들고 자동차 키를 요구하는 겁니다.
먼저 키를 건네줬습니다. 그러고는 만오천원을 꺼내 주는 겁니다. 왜 만오천원이냐 이만원에 여기 오기로 하고 왔다
이만원 달라니 자기는 매일 만오천원에 다녔다면서 또 전화로 상황실에다 비싸다 기사가 더 돈을 요구한다고 그러는 겁니다.
이대로는 안끊날 거 같아서 전화를 바꿔달라해서 상황실에다 타사 오더 타다가 이런 경우 당했으니 상관마시고 일 보라고 해놓고
전화기를 들고 경고했습니다.
'나는 시간이 돈인 사람이다. 둔촌동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삼십분도 안걸릴 거리를 당신 일행과 드잡이질 말리는데 삼십분,
경부로 1800원 톨비내고 돌아오는데 삼십분, 여기서 요금 문제로 또 삼십분... 이거 머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그 그돈 21800원
안받아도 좋다. 대신 이 전화기 분당 경찰서에 맡겨둘테니 술깬다음 전화기 필요하면 그돈가지고 찾아가라"
저한테 달려들더군요. 슬며시 피했습니다. 그리고 그 양아치 잘 따라오도록 천천히 달렸죠.
상대 나이는 한 오십정도. 건달정도는 아니고 그저 건설현장에 일해서 거칠어 보이는 인상, 배도 나오고 몸은 무겁고,
한이백미터는 죽어라고 쫏아오더만 그다음 부터는 지쳐서 헉헉 거리더군요.
전 뒤돌아보고 걸으며 슬슬 약올렸습니다.
"112에 신고해서 돈 받아낼 수도 있지만 쪽팔리다. 겨우 돈 21800원 때문에 경찰 공무원 불러낸다는 것이...
국가에 기여하지는 못해도 바쁜 인력 이따위 일에 소비시키고 싶지 않다. 여기서 분당 경찰서 두블럭 반이면 되니까
천천히 같이 가자꾸나. 너한테는 그돈이 이따위 일을 벌일 정도로 큰돈 일지는 몰라도
나한테는 술취한 강아지 오늘 버릇 들이는 것 밖에는 안된다. 이 전화기 찾고 싶으면 어여 따라와라. 요리 요리 쫑"
한 십오분 정도 슬슬 델고 다니니까 분당구청 앞 수내사거리가 나오더군요.
그 양아치가 지쳤는지 사거리에서 안건너 오더군요. 씩씩 숨을 내쉬면서 쳐다만 보고 있더군요.
신호가 다시 바뀌고 내가 건너가서 왜 안따라오느냐 전화기가 21800원보다 못해서 그러냐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반블럭만 더 가면 경찰서 인데.. 이왕 온김에 경찰서 구경이나 하고 가자 또 놀려댔습니다.
"돈줄께... 돈 줄테니 전화기 내놔"
"나도 자존심이 있지 여지껏 이고생했는데 머? 내놔?""
"다시 한번 말씀해보세요. 상대에게 부탁할때는 높임말을 사용하는 겁니다. 국민학교도 안나오셨어요?
따라해보세요. 돈드릴께 전화기 주세요. 해봐요"
얼굴만 울그락 불그락 거리더군요. 하긴 동생 같은 어린 친구한테 끌려서 놀림 당하고 있으니 좋은 기분은 아니었겠죠.
그때 순찰차가 다가오더군요.
순찰차 창문이 열리고 이쪽을 쳐다보길래 제가 다가가서
"마침 잘오셨습니다. 전 대리기사인데 서울에서 여기까지 와서 요금안주고 진상떨기에 전화기 안돌려주고
경찰서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중재 좀 해주세요"
조수석에서 경찰이 내리더군요. "어떻게 된겁니까?"
그 양아치를 바라보며
"자 마침 경찰차도 왔으니 오붓하게 경찰서 가서 시시비비를 가려볼까요? 요금 줄래요? 경찰서 갈래요?"
"돈 줄께 전화기 내놔"
"요금 주세요. 전화기 드리죠"
지갑에서 지폐 두장꺼내 내밀더군요. 근데 천원짜리였습니다.
"여보세요 끝까지 경찰 앞에서도 진상 떨겁니까? 어둡다고 색깔 구별 못할 줄 아세요? 어디서 천원짜리를 만원짜리인척해요.
그리고 정확히 21800원이에요."
얼굴 빨개지면서 만원짜리 두장 더 꺼내더군요.
만원짜리 두장 천원짜리 두장 확실히 이만 이천원 챙기고, 전화기 돌려주고, 주머니에서 백원짜리 두개 꺼내서 한개씩 손바닥에
확인시켜주면서 "자 이백원 거슬럼돈도 확실하죠? 내가 당신때문에 허비한 시간 생각하면 더 청구해야 하는게 맞지만
오랬만에 당신 같은 양아치 만나서 운동도 하고, 데리고 노느냐 시간 보냈다 생각하고 이정도로 끝냅니다.
당신도 가족이 있고, 자식도 있을테지만 그렇게 사는거 아닙니다. 늦은 밤까지 가계에 보탬되려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에요
돈 몇푼에 사람 우습게 여기면 그 끝은 뻔해요. 제발 다른 사람에게는 이러지 마세요."
경찰에게는 " 경찰이 오니까 일이 쉽게 풀렸네요. 겨우 돈 21800원때문에 112 신고하기 창피해서 그랬어요. 잘 해결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가보겠습니다."
신호바뀌자 마자 뒤도 안돌아보고 길 건너 분당구청쪽으로 걸어가서 내곡간타는 좌석버스 정류장으로 갔으나...
아뿔사 벌써 시간이 1시 30분이 넘어 9404가 끊어졌다.
멀리서 보니 지친 고개를 떨군채 걸어가는 양아치가 보였다.
곧, 나도 거기서 내곡간 타는 택시 합승해서 강남으로 가서 하루를 마감하였다.
첫댓글 제2의 배꺼비님 잘하섰어요..^^*
말을 조리있게 잘하셨네요~
great ~~!! 멋지십니다. 제 나와바리가 분당인데..언제부터인지 이쪽도 맛이 가버려 양아손이 제법 많아졌습니다. 늘 건승하길 바랍니다.^^
시간 낭비한값까지 합쳐 3만원은 받았어야....
마티즈 경차 그리고 성남톨게이트 판교톨게이트 통행료가 1800원인가요? 성남에서 내면 판교는 면제인데 그리고경차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