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초여름을 화끈하게 달군 원시 스포츠와 붉은
색이 어우러진 환호성. 이 호화로운 잔치상에 이러쿵저러쿵 별 썰덜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이 향연에서 즐거웠던 건 역시 '인간'이
가진 에너지를 확인했던 때문이다. 잔디밭을 뒹굴던 대표들이든, 그들의
몸놀림에 예상하지 못했던 괴성을 올리던 '불끈 젊음'이든, 모두에게
느꼈던 그 에너지 말이다. 각설하고...
독자제위들, 그간 잘 있었는감. 신명나게 논다고 졸라 피로한 한
달이었다. 그치? 이제 다시 모두들 돌아와 명랑무비창달에 졸라리 매진해
주기 바란다.
오늘 하고자픈 야그는 요즘 들어 스물스물 그 인기가 더해 간다는
어느 양놈 테레비 드라마다(이러다가 테레비 드라마 디비기 전문우원으로
짱 박히는 거 아닌지 몰겠다. 본 우원 전공은 원래 심오딸딸한 코미디
영환데 말이다).
아직 독자 제위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니 본 글이 당 드라마를
소개해주는 데 중점을 두게 되리라는 건, 재빠른 독자분은 눈치
챘을 거다.
왜? 뭐 땀시? 와이? 당 드라마가 꽤 쏠쏠한 재미가 있거덩.
본 우원 재미난 거 보면 혼자 못 본다. 늘 어떻게 하면 영진공 독자제위들과
나누어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착한 우원인 것이다...... 흐믓~
얼마 전부터 토요일만 되면 할 일없이 거리를 쏘다니거나, 바쁜 친구
놈들 불러내서 낮술 한잔 빨자는 헛짓거리를 삼가하기 시작했다. 그건
단지 토요일 오후 1시 10분이면 날 테레비 앞으로 가져다 앉히는
어느 드라마 때문이다.
양심과 정의심이 양 갑빠에 충만한 쬐금 멋진 과학자들 이야기인데,
제목도 거창하다 . 짜~짠~
스와트 특수기동대도 아니고, 아이젠버그 공룡특공대도 아니고, 정체
모를 '에이특공대'도 아니고, 과학수사대란다. 처음 과학수사대란 거창빠방한
제목을 접했을 때만 해도 또 황당무계한 허접 갑빠들이 흰소리들 늘어놓겠구나
했다.
그러나 의외로 차분하고 꼼꼼한 구성과 아직은 뚜렷하진 않지만 깔끔한
캐릭터 배치가 그럴 듯 해서 기대가 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잘 하면
물건 하나 되겠다 싶더라구.
그리고 몇 달이 흐른 현재, 는 울나라 MBC 공중파
방송과 OCN 케이블 방송에서 1부를 마치고 2부가 방영 중이다.
최근 들리는 소식에는 미국 내 드라마 시청율에서 수년간 부동의 2위
자리를 안 내 놓고 있던 걸작 메디컬드라마 을 3위로 밀어내고
2위로 등극했다니, 상업으로도 대단한 성공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드라마의 여러 배우들이 에서 보조 연기자로 활동하던
이들이라는 점도 꽤 재미있는 사실이다.
는 헐리우드 허접급 블록버스터의 제작자로
악명을 드높였던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 총지휘를 맡았는데 그가 만든
일련의 극장판 영화보다 훨씬 질 높은 내용을 보이고 있다.
본 우원 개인적으론 당 드라마에서 그가 대단히 분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연기자들도 영화 한 편 찍으면 연기가 확 늘듯이(물론
전혀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다. 그런 이들을 본 우원 '기미선'류 배우라고
놀린다) 영화라는 매체는 다루면서 배우고 느끼는 건, 폭과 깊이 면에서
드라마 10편을 찍었을 때보다 훨 크다. 따라서 확실히 큰 물결을 다루던
제리에겐 테레비 드라마가 훨씬 조물딱 거리기 쉬운 대상이었을 수도
있다.
는 제목에서 보듯이 범죄현장에 투입되어
현장을 감식하고 실마리를 찾아 사건을 해결하는 라스베가스 경찰청
소속 감식 수사관팀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이 팀의 내공이 워낙 뛰어나
거의 모든 범인이 드라마 시작 후 한 시간내에 체포된다. 대단하지 않냐....
물론 웃자고 하는 야그다).
대단히 지적이며 냉정한 성격의 길 그리솜 반장을 필두로 해서 4명의
현장 감식반수사관과 본부 내 실험실 박사님들로 구성된 과학수사대(형식상으론
수사관이지만 내용상으로 과학자들이다) 전체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아, 물론 이들의 지원을 받아 범인을 직접 체포하는 형사과의 짐
브래스 경감님도 빼놓을 수 없다. 뭐 사실 이 형사 아저씨는 과학수사대
덕분에 하는 일없이 사건도 해결하고 범인도 체포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 수사대의 전임 반장이시다.
인간범죄의 가장 극단적 형태는 살인이고, 살인은 인간이 저지르는
범행 중 가장 악한 범죄로 여겨진다. 과학수사대의 임무는 기본적으로
사망사건의 원인이 자살인가 타살인가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범죄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되어 현장에 남겨진 사물과 현상들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추적하고, 범인 색출의 결정적 도구가 될 단서와 증거들을
찾는다. 그 과정의 과학적 실험들과 논리적 추론들이 이 드라마의 두
번째 핵심 되겠다. 그럼 첫 번째는 뭐냐고? 그거야 사람이지.
그간 범죄드라마는 콜롬보 아저씨같은 추리물이거나 형사 액션물이
대개였다. 이들이 지난 세기의 셜록 홈즈식 범죄물에서 그다지 발전된
게 없는 근대적 이야기라면, 당 드라마는 인간의 직감이나 개인적 추리력보다는
좀더 충실히 축적된 객관적,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건 해결에 집중한다.
그래서 한층 진일보한 현대적 형사물이라 불러 주고 싶다.
작업
중 사진 한방...
근래에는 미국이든 우리나라든 드라마의 주인공을 여러 명으로 두고
다종다양한 캐릭터 배치로 리스크를 줄이는 좀 얍샵한 방식(이거이 딴따라계에서
져디나 에쵸티애들 같은 떼거리 패 운영방식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을
선호하는데, 뭐 거기까지는 다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자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좋게 보고 싶다.
이렇게 다수의 캐릭터를 배치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캐릭터들을 부각시켜 전면에 배치하고 주인공의 매력을 한껏
보여주는 방식으로, 결국 드라마는 주인공의 능력과 의지에 의해 이끌려
나간다.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방식되겠다. 그에 비해 또 하나의 방식은
캐릭터들이 사건과 이야기 흐름 속에서만 배치되고 최대한 객관적인
상태로 유지된다.
즉, 전자가 다수 캐릭터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주인공이라면 후자는
모두 다 주인공이 아니거나 또는 모두 한꺼번에 볼 때에만 주인공이라고
느껴지는 방식이라 하겠다. 전자의 예가 <엑스 파일>이나
<프렌즈>라면 후자에는 과 바로 당 드라마 를 꼽을 수 있다.
후자의 장점은 드라마의 양대 요소인 극적(드라마적인)요소와 사실적(리얼리티라고
하지, 아마) 요소 중 사실적 요소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띄게 된다. 또
각각의 캐릭터들은 모두 나름대로 성격상의 약점을 가지거나 어두운
과거의 기억에 대해 고통스러워하며, 이런 약점들은 계속적으로 사건과
이야기 속에서 문제를 야기시키거나 또는 문제를 해결하는 모티브로
작용한다.
이런 스타일로 더 한층 사실성이 부각되고, 시청자들은 바로 주인공
그들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체취에서 매력을 찾게 된다.
그러면 이쯤에서 당 드라마의 최대 매력인 각각의 인물군상들을 조금씩
훑어보자.
길 그리섬 반장(윌리엄
피터슨분)
과학수사대의 짱이자 큰
형님같은 존재, 약간 자폐증이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CSI
요원들 외에 대인관계는 약하다. 엄청난 집중력과 방대한
지식으로 그에게 맡겨진 사건의 범인들은 이제 모두 절단
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범죄사건에 관련된 곤충연구의
고수'로 미국에서도 몇 안 되는 감식곤충학자이다. 진정
전문가 중 전문가라 하겠다.
배우 윌리엄 피터슨은 본
우원이 끔찍이 사랑하는 영화 <맨헌터(양들의 침묵 전편쯤
되는 영화다)>에서 하니발 렉터를 잡아들였던 그레엄
형사 역을 맡았던 배우다. 물론 그 덕분에 <맨헌터>에서는
영화 내내 렉터 박사에게 졸라 시달림을 당한다. 반갑소,
윌리엄.
캐서린
윌로스(마그 헬겐버그)
수사대의 큰언니로 냉철하고
좀 쌀쌀 맞은 그리솜 반장보다 좀 더 인간적인 풍모를 띄는
똘똘한 여과학자다. 인간관계도 좋지만 정의감도 충만한
여전사 스타일. 혼자서 딸아이를 키우느라 엄마로써 모성애도
대단하다. 전직 스트립 걸 출신인데 이것 때문에 대원들로부터
가끔 악의 없는 놀림도 당한다. 우리나라도 언제쯤 스트립
걸 출신들이 경찰관도 하고, 스트립 걸이라는 게 악의 없는
농담의 대상이 될 만큼 그다지 크게 부끄럽지 않은 직업군이
될 수 있을까.
워릭 브라운(게리 도던)
멋쟁이 수사관 워릭은 야성미
넘치는 외모(배우 게리 도던은 전직 모델출신이란다.)완
다르게 어릴 적에는 커다란 돋보기안경에 왜소한 꼬맹이라,
놀림도 많이 받은 여린 소년이었단다. 게다가 한때 도박에
미쳐 인생 자체가 박살날 뻔한 아슬아슬한 운명의 사나이다.
지금도 라스베가스 도박장 네온사인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
닉 스토크스(조지 이즈)
닉 수사관은 멋쟁이 워릭과
늘 웃으며 아웅다웅하는 선의의 라이벌이다. 실수가 많지만
늘 웃는 모습으로 청량제같은 분위기의 역할을 한다. 어릴
때 옆집누나에게 응응응을 당한 적이 있어, 왜곡된 성적판타지를
즐기는 남정네들의 부러움을 받았지만 본인은 졸라 괴로워하더라.
새라 사이들 (조자 폭스)
하버드 출신의 수재형 수사관이다.
고지식하고 그리솜 반장을 빼 닮은 지나친 냉철함으로 팀
분위기를 썰렁하게도 하지만 역시 타고난 정의 과학수사관이다.
어디서 본 듯, 본 듯, 본 우원을 궁금증에 시달리게 했던
배우 '조자 폭스'는 알고 보니 크리스토퍼 놀란의 기발
깜찍한 미스테리 무비 <메멘토>에서 사건의 단초를
제공하는 주인공의 '당뇨병 걸린 아내'로 출연했던 배우다.
짐 브래스 (폴 길포일)
강력계 경감으로 20년 넘는
경찰생활로 잔뼈 굵은 베테랑 형사다. 하는 일 없이 영장이나
들고 다니다가 마지막에 수사대가 찾아낸 범인에게 수갑을
채우는 일만 하는 것 같지만 그는 수사대 최후의 보루이고,
그리솜 반장을 끔찍이 미워하는 경찰청장과 그리솜 사이를
메꾸어 주는 역할을 하는 감초 같은 인물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당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주인공들의 강인한
정의감 외에 또 하나의 장점은 '과학' 그 자체다.
혹자는 과학이 세상의 99%밖에 해결할 수 없기에 역시 불안정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공부가 부족한 인간의 문제다. 또
1%의 실패가 두려워 99% 의 지적인 노력을 포기한다면 그건 정의가 아니다.
당 드라마는 상당히 전문적이긴 하지만 충실한 과학적 근거로 사건이
해결되어 가는 과정을 말 그대로 재미있고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야심을
가지고 적지 않은 제작비(회당 20여 억원이라는 데, 당 드라마의 출연진이
고가의 배우들이 아니라 그나마 많이 절약한 액수라고 한다)를 투입한
미국 CBS 방송국의 노력이 그대로 잘 녹아, 다른데 눈 돌릴 수
없을 만큼의 구성진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쓰리 킹즈>에서 총탄이 신체를 뚫는 장면을 연출해 낸 걸
보고
상당히 신기해 하던 본 우원에게 당 드라마에는 꼭 한 두 장면씩 시청자들에게
서비스되는 부검장면은 경탄스러울 정도이다.
비록 모형을 통한 특수촬영이지만 정밀하게 표현된 인간 신체 내의
장기를 고속으로 탐색하며 범죄당시의 모습을 재현해내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그 사실성에 대한 수고는 지금껏 테레비 드라마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나태함과 조악함에 대한 편견을 한판에 날려 버린다.
이렇게 스쳐 지나고 싶은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 본 우원으로
하여금 당 드라마를 기존의 테레비 드라마를 한 차원 끌어올린
작품으로 인정케하는 이유로 영진공 독자 제위께 소개하고자 하는 절절한
원인 되겠다.
이렇게
상까정 받아다니까...
여기서 일단의 소개를 끝내고자 한다. 뭐 초반부가 완존히 지나가긴
했지만 그렇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다보니 소개글에 그친 느낌이다.
물론 내용상 약점도 있고, 우리와는 다른 그네들의 풍요로움에 위화감도
생긴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 하고 싶어도 못하는 우리 경찰들의 고민도
생각해 봐야 하고, 그저 '과학이라면 돈 나누어 먹을 생각과 떡고물에만
정신을 파는 정책자들도 좀 씹어 줘야 한다. 그러나 좀 더 밀도 있는
분석이나 드라마 자체를 한 장면씩 쪼개서 이야기 해보는 정교한 시간은
일단 독자 제위들에게 맡기겠다.
다만 열심히 일한 당신들이 떠나지 않고 당 드라마를 시청하기에
너무도 불편한 시간대는 방송사들이 고려해 주었음 한다(현재 MBC는
토요일 오후 1시, OCN은 수, 목요일 오전 9시. 오후 7시는 재방송).
정말 맘먹고 당 드라마를 볼라치면, 일 마치고 나서 헐레벌떡 뛰어와야
겨우 볼 수 있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렇다고 미국 가서 볼 수도 없고,
세계적 저질방송 AFKN 아니 지금은 AFN을 통해 볼 생각은 조금도 없다.
이럴 수밖에 없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아마도 그 유명한 '방송국
사정'때문이라는 거, 본 우원 충분히 짐작 때리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메인 타임에 낑궈넣는 우리나라의 초 저질 쇼들의 신체학대, 여성비하,
인신공격들을 보노라면 한숨이 절로 난다.
본 우원 학교에서보다 테레비에서 세상을 더 많이 배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잘난 지식층에서야 테레비를 끄자는 운동도 한다지만, 본
우원....니들이나 그래라라고 한마디로 쫑낸다.
좋은 티비 프로는 영원히 잊지 못하는 은사님의 한마디와 맞먹는다는
본 우원의 충고를 방송국 아그들이 좀 곰곰히 생각해 줬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