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3.30. 부산 해운대구.
깍지벌레에게 온통 점령당해서 죽어가던 나무인데 이틀 투자해서 일일이 깍지벌레 털어내줬더니 1주일 새 꽃들이 많이 피었네요. 올해는 열매도 꼭 맺으려무나. 비록 내년에는 내가 다른 데로 떠나겠지만 겨울이 오기 전에 다시 한번 깍지벌레 털어내주마.
한때 국생정에서는 국가표준식물명이라는 이름으로 공론화나 토론 과정 없이 명자나무(또는 명자꽃)을 '산당화'로 올려두었더랬는데 지금은 다시 명자꽃으로 올려두었네요. 명자나무를 산당화로 바꾸면 풀명자는 풀산당화로 바꾸어야 하고... 이름 바꾸는 건 정말 신중해야 하는데, 너무 쉽게 생각하는 태도가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단순히 한 식물의 이름 하나 바꾼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국어 사전부터 시작해서 백과사전, 기타 관련 서적이나 인터넷 정보들도 다 바꿔야 해서 경제적 비용도 엄청납니다. (일례로 우리나라 모 자동차 회사의 대표 문장(엠블럼)을 바꾸는 데 수백 억을 넘어 수천 억이 들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름 하나 바꾸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이해하실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처럼 꽃에 관심 있는 사람들조차 왜 이름을 바꿨는지, 누가 결정했는지, 바꾼 근거는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느날 갑자기 덜컥 바꿔놓고 '국가표준명이니 느그들이 걍 외워!' 라는 식으로 아무 설명도 없다는 게 도무지 이해도 안 될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식물의 경우 모 교수가 어떤 논문을 발표했다고 바로 바꿔버리기까지 하니... 하아... (심지어 얼마 안 가서 그것조차 잘못된 거라는 게 밝혀지는 일까지 있는데...) 교수들이야 자기들 논문으로 실적도 쌓고 이름도 날리겠지만, 일개인의 영예를 위해 국민 전체가 불러야 할 국가표준식물명을 그렇게 가벼이 바꿔야 되겠나 싶... 아니 그래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위 사진은 장주화(長柱花 :처음부터 암술이 수술보다 위로 솟아 있습니다.)만 세 송이 있고, 아래는 한 가지에 장주화와 단주화(短柱花 :수술 아래에 암술이 있어서 겉으로 봐선 암술이 안 보입니다.)가 섞여 있습니다. 열매를 맺는 건 장주화이고 단주화는 수꽃 역할을 하다 보니 장주화에 비해 결실률이 현저하게 낮습니다. 물론 장주화와 단주화 모두 꽃을 해부해 보면 자방에 씨앗들이 이미 자라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단주화의 자방은 짧고 장주화의 자방은 길게 발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