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소식
신동엽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 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래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내 버렸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동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 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 와서
몸단장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창작과 비평>(1970)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비유적, 상징적, 희망적
◆ 특성
① 의인화 수법을 통해 추상적인 대상을 구체화함.
② '그렇지만'을 반복하면서 시상을 전환해 가고 있음.
③ 화자가 시적 상황에 대해 들은 말을 전해주는 형식으로 진술함.
④ 동일한 시구 또는 유사한 통사구조의 반복으로 리듬감을 획득함.
⑤ 절망의 점층적 심화와 희망의 도래에 대한 예감과 확신이 시적 전환을 통해 드러남.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봄 → 통일 또는 군사 독재 정권의 종말을 고하는 자유, 민족과 민중의 모순이 해결된
상태를 상징함.
* 광증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 군사 독재 정권의 폭력적인 행사 또는 부정적 사회
현실 상황
* 마을 사람들 → 민중과 민족
* 자살, 장사지냄 → 절망의 심화
* 그렇지만 → 어조의 변화
◆ 제재 : 봄(봄의 상징적 의미 → 통일, 군사 독재 정권의 종말을 고하는 자유, 민족과
민중의 모순이 해결된 상태, 정의, 민주주의, 민중과 민족의 희망 등.)
◆ 화자 : 봄을 기다리는 사람
◆ 주제 : 봄의 도래에 대한 희망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봄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쑥덕거림(봄이 올 수 없는 절망적 상황)
◆ 2연 : 봄이 먼 바닷가에서 잠시 쉬고 있다는 수소문(봄에 대한 또다른 소문)
◆ 3연 : 봄이 죽었다는 수소문(1연 내용의 점층적 심화)
◆ 4연 : 봄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쑥덕거림(1연의 반복)
◆ 5연 : 봄이 이미 와서 몸단장들을 하고 있다는 새 수소문(봄에 대한 화자의 기대감)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군사 독재 정권과 같은 암흑 상황에서도 자유는 반드시 올 것이라는 희망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작품에는 비유적이고 상징적인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즉 시의 배경인 '겨울'은 군사 독재 정권을 의미하고, '봄'은 이의 종말을 고하는 자유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봄이 더디 오기에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는 내용이다.(EBS 해설)
신동엽 시인은 1960년대 김수영 시인과 함께 대표적인 민중 시인으로 불린다. 남쪽에서부터 봄소식이 날아들고 있다. 가슴이 뛰는 기적 같은 일들이 이렇게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데 워낙 일상이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기다림의 행복과 꽃구경 다니는 자유를 제대로 맛볼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우리를 옭아매고 짓누르는 무엇인가가 있어서 봄을 만끽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않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거나 삶이란 것은 때론 춥고 고통스러웠다가 때론 봄과 같이 따뜻하고 활력이 넘쳤다가 이렇게 반복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시는 힘든 겨울 뒤에 마땅히 와야 할 봄이 쉽게 오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병이 나서 못 오고 또 바닷가에 상륙하기는 햇는데 동백꽃 산모퉁이에 쉬느라 못 오고 심지어 악한에게 맞아죽어서 못 오고 자살했다는 소문도 있고 별의별 이야기들이 난무하지만 결국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개울에 그리고 집 울타리 밑에 몰래 숨어 와서 몸단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따뜻한 평화와 자유는 아무리 억눌림을 당해도 이렇게 자연의 이치처럼 오고야 만다. 여러분의 봄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최석균)
시는 암호문이 아니다. 신동엽의 모든 시를 그렇게 읽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게 읽으면 시는 형해(形骸, 내용 없는 뼈대)만 남는다. 봄이 돌아왔음을 느끼게 하는 자연의 여러 가지 현상을 이르는 말인 봄소식, 마을 사람들은 애타게 봄소식을 기다린다. '쑥덕거리다'라는 말은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낮은 목소리로 은밀하게 자꾸 이야기하다는 뜻이다. 봄을 기다리는 것조차 은밀해야 할 만큼 조심스럽게 봄을 기다린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와서 숨어 있는 봄을 맞이하는 일이다.
[작가소개]
신동엽 : 시인
출생 : 1930. 8. 18. 충청남도 부여
사망 : 1969. 4. 7.
가족 : 아들 신좌섭
데뷔 :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
작품 : 도서, 기타
충청남도 부여(扶餘) 출생. 단국대학교 사학과를 거쳐 건국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고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장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大地)》가
당선되어 데뷔하였다. 이후 1961년부터 명성여고 야간부 교사로 재직하면서
사회의 부조리를 폭로하고, 허구성을 비판하는 시를 짓기 시작한다.
그 후 아사녀(阿斯女)의 사랑을 그린 장시 《아사녀》, 동학농민운동을
주제로 한 서사시 《금강(錦江)》 등 강렬한 민중의 저항의식을 시화(詩化)하였으며,
시론(詩論)과 시극(詩劇) 운동에도 참여하였다. 시론으로는 《시인정신론(詩人精神論)》
등이 있고, 시극 《그 입술에 파인 그늘》은 시극동인회에 의해 상연되었다.
특히 4·19혁명의 정신을 되새기며, 인간 본연의 삶을 찾기를 희망한
시 <껍데기는 가라>를 《52인 시집》(1967)에 간행하며 그의 시적 저항정신은
더욱 확고해졌다. 1969년 4월 간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약 20여 편의 시를
발표했으며, 사후 유작을 모아 간행된 《신동엽전집》(1975)이 있다.
주요작품으로 《삼월(三月)》 《발》 《껍데기는 가라》 《주린 땅의 지도원리(指導原理)》
《4월은 갈아 엎는 달》 《우리가 본 하늘》 등이 있고, 유작(遺作)으로
통일의 염원을 기원하는 《술을 마시고 잔 어젯밤은》 등이 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무공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봄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날입니다.
날마다 좋은 일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