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與지도부 만찬서 ‘최고위원 패싱’…이유는?
변문우 기자입력 2023. 5. 3. 15:31 댓글11개
당·대 “원내 지도부 축하 자리” 해명…정치권 “골칫거리 패싱은 당연”
지도부 균열 우려도…“尹 취임 1주년에 현안 지원사격도 필요한데”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핵심 인사들이 여당 지도부와 방미성과 공유를 위해 지난 2일 만찬 회동을 가졌다. 하지만 여당 최고위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실에선 신임 원내지도부를 축하하는 자리라 최고위원들을 굳이 부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치권에선 김기현 대표 등이 원내 지도부가 아님에도 만찬에 참석한 점 등을 미뤄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여당 최고위가 '대통령실 공천개입 녹취 유출' 등 각종 구설수에 올랐던 만큼 대통령의 최고위원 패싱은 '정해진 수순'이었단 주장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연합뉴스
尹 만나는데 김기현만 참석, 최고위원은 실종
윤 대통령은 2일 오후 7시경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파인글라스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2시간30분가량의 만찬 자리를 마련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해당 자리에서 지난달 선출된 새 원내지도부를 격려하고 "당정 원팀"을 재차 강조했다. 또 취임 1주년 소회와 미국 국빈 방문 성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 등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만찬엔 대통령실 측에선 김대기 비서실장을 포함한 수석들이 배석했다. 당에선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인사들이 참석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당에서는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 의장, 사무총장, 당대표 비서실장, 원내대표 비서실장, 원내부대표단 등이 전원 다 참석했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지도부인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장예찬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 없었다.
이에 대해 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일 통화에서 "만찬 멤버를 보니 이번에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돼서 원내 지도부를 중심으로 축하 자리를 가진 것 같다"며 "원내지도부 모임이라도 김기현 대표는 핵심 인물이니 당연히 참석하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통화에서 "전날(2일) 만찬은 신임 원내지도부를 축하하는 자리였다"며 "일부러 최고위원들을 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엔 최고위원들이 지도부 출범 두 달 만에 각종 논란을 일으킨 탓에 대통령실로부터 '패싱' 당한 것 아니냔 시각도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최근 연이은 극우 발언으로 당내 '전광훈 리스크'의 단초를 제공했다. 태영호 최고위원도 '4·3 발언', 'JMS 실언' 등 설화로 김 최고위원과 함께 당 윤리위의 징계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여기에 당 민생특별위원회(민생119)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수진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거부한 양곡관리법에 대해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이라는 설익은 대책을 내놓았다가 역풍을 맞은 바 있다.
특히 태 최고위원은 지난 1일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까지 휩싸였다. 녹취록에 대해 태 최고위원은 '과장 섞인 내용'이라고 해명했고,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공천개입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태 최고위원이 만찬에 참석했을 경우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얼굴을 붉혔을 가능성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다분히 정치적인 계산을 한 것 같다"며 "논란 당사자들과 만나면 윤 대통령 본인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다. 만약 (최고위원들이) 논란이 없었다면 원내 인사들 뿐 아니라 최고위원들도 다 같이 모여서 술 한 잔 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특히 공천 개입이 또 불거진 상황에서 최대한 거리두기를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봤다.
여권 일각에선 최근 김기현 대표도 최고위원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후문이 들린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대표가 점심 일정 등에서 최고위원들과 대면하지 않고 측근들하고만 모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특히 태 최고위원이 전광훈 리스크 관련해서 '애먼 곳에 도움 구걸하지 않는다'며 김 대표 저격성 발언까지 했는데, 김 대표의 심기도 좋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태영호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활동 20년간 지도부 불안한 적 처음"
이런 상황에서 위기를 수습해야 할 당 지도부의 균열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2일 시사저널과 만나 "의정활동을 20년 가까이 했는데 이렇게 지도부가 불안했던 경험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지도부가 이런 식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되면 안 되는데 참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지도부 관계자도 "최근 지도부 상황을 보면 답답한 면도 있다"며 "최고위원이 두 명이나 윤리위 징계를 받는 건 상상도 못했다. 이들 때문에 김 대표와 김병민 최고위원 등 다른 멤버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취임 1주년도 다가오고 각종 현안도 많아 여당 지도부 역할이 중요한데 악재인 상황만 겹치고 있다"며 한숨 쉬었다.
이준한 교수는 "당초부터 최고위원들은 당원들의 인지도가 높은 사람들이 됐다"며 "반면 대표는 인지도가 낮았기 때문에 당 지지율을 견인하는 역할은 물론 최고위원들 통솔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제위기와 민생문제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정책적 능력을 보여야만 그나마 지도부 균열을 막고 당 위기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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