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상의 설경 백록담 … 한라산이 구름 옷을 벗다 ♣
산!!!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아무나 아무 때나 갈 수 없는 곳.
겨울만이 군림하는 곳.
그런 겨울 산을 나는 특히 좋아한다.
왜 산에 가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지만 그에 대한 대답을 속 시원히 해주지는 못합니다.
한라산.
하늘과 땅, 눈과 바람이 절묘하게 어울려 신비한 절경을 연출하는 그 곳, 한라산.
설문대 할망의 전설이 바람에 흩날리는 한라산.
바람에 뺨맞고 멱살 잡히고 머리카락 헝클어지며 마음을 무시로 흔들어대는 한라산.
그렇게 흔들리고 맞고 잡히면서 오르다보면 허세 부리던 마음이 없어지게 됨을 맛보는 한라산.
욕심자락 다 내려놓고
고독까지 다 내려놓고
설움 보따리마저 다 내려놓다 보면
어느새 깃털처럼 가벼워진 자신을 발견하며 얻는 희열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리요?
♠ 산행일자 : 2011년 12월 19일(월요일)
♠ 등산코스 : 성판악 ➡ (속밭 ➡ 사라대피소 ➡ 진달래밭대피소) ➡ 9.6km 백록담
➡ (왕관바위 ➡ 용진각 ➡ 삼각봉대피소 ➡ 개미목) ➡ 8.7km 관음사 날머리(18.3km)
♠ 소요시간 : 7시간
*** 속밭대피소 ***
*** 진달래밭 대피소 ***
*** 사라오름(흰 눈으로 덮인 봉우리) ***
세상의 혼돈 속을 잠시 탈피하려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한라산 들머리에 있는 나.
성판악은 아직 어둠을 끌어안고 누워있다.
아이젠과 스패츠를 장착하고 헤드랜턴으로 어둠속을 뚫는다.
사각거리는 발소리와 찰칵거리는 스틱소리가 노랫소리처럼 귓가를 맴돈다.
차가운 새벽공기가 코를 간질이니 몸속에서는 겨울임을 알아차린다.
춥다. 멀티스커프로 목을 감싼다.
아뿔싸, 하늘이 온통 시커멓지만 애써 못 본채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 정상의 날씨는 어떨지 자못 궁금하다.
단풍의 메아리가 사라진 땅에는 백설의 고요가 내려앉아 있다.
가을이 산등성이를 넘어간 자리에 기세를 더해 가는 겨울은
나무와 바위를 온통 새하얗게 수놓고 있고,
채 옷을 갈아입지 못한 구상나무는 겨울을 하얗게 머금고 있다.
밤새 지척이던 산이 새벽을 여니
나무가 아침을 물고 바람에 흔들리며 눈을 게슴츠레 뜬다.
성긴 내 언어의 그물로는 도저히 건져 올릴 수 없는 순백색의 황홀함에 마음이 녹아든다.
9시쯤 되니 신기하게도 하늘이 열리는 듯하더니
거짓말처럼 구름들이 사라지고 파란 하늘뿐이다.
제발 정상까지 갈 때만이라도 계속 열려 있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빈다.
이윽고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하여 따끈한 커피 한 잔으로 추위를 녹인다.
이곳 기온은 영하 8도.
*** 용진각으로 하산하는 길에 ***
2.3km만 더 가면 백록담.
설국의 계단을 따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10시 20분
오던 길을 뒤돌아보니 저 멀리 유난히 새하얀 눈을 이고 있는 사라오름의 하얀 봉우리가 봉긋 솟아있다.
성널오름은 그렇지 않은데 왜 사라오름만 저렇게 하얄까? 하고 자문해본다.
이유를 모르겠다.
점점 추위가 맹위를 떨친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지나고
10시 40분 정상인 백록담에 서다.
구름은 발아래 깔려있고
하늘은 완전히 열려있고
소복단장을 한 것 같은 백록담이 넓은 가슴을 열어 제치며 환영한다.
얼마만인가!!!
아니 맨 얼굴을 완전히 보기는 처음이다.
갈 때마다 구름 아니면 안개로 모습을 감추면서 그렇게 나를 외면하였던 백록담이 아니었던가?
이렇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게 감추었단 말인가?
황홀경에 빠져 셔터를 누른다.
배터리가 가끔 얼지만 다시 녹이고 누르기를 반복한다.
언제 또 다시 이런 정경을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자문하며 눈을 감았다 떠본다.
정녕 꿈은 아니구나.
칼바람에 실려 온 추위가 온 몸을 엄습한다.
백록담의 새하얀 눈 위에 올 한해 버거웠던 나의 짐들을 살며시 내려놓는다.
하늘이 입산을 허락한 날 … 그 곳에 제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구름옷을 벗어던지고 속살을 드러낸 백록담…!…!…
앞으로 영원히 이런 날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맘껏 포옹하였습니다.
한라산의 설경을
꿈속에서라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할 만큼 아름다웠다는 것을 어찌 부인하리요.
아…!…!…
고혹적인 그 자태
정말 황홀하였습니다.
*** 삼각봉과 삼각봉대피소) ***
*** 해발 1,900m 표지 ***
*** 눈과 바람이 빚은 멋진 작품 ***
***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맛보니 매서운 칼바람도 잊게 해 줍니다 ***
*** 한라산 정상에서 뒤돌아본 정경 ***
부산에서 한라산을 가려면
오후 3시대 비행기(저가 항공사보다 요금이 저렴)로 제주에 도착한 다음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숙소(숙박비 30,000원)를 정하면 다음 날 새벽 아침 식사도 할 수 있다.
새벽 6시발 시외버스를 타면 1,500원(택시요금은 20,000원)으로 성판악에 40분 만에 도착한다.
들머리 성판악에서 백록담을 거쳐 날머리 관음사로 가는 산행에는
진달래밭 대피소와 삼각봉 대피소가 있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는 음식물을 구입할 수 있지만
삼각봉 대피소에서는 일체의 음식물을 팔지 않는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산행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 목재 펜스사이로 바라 본 백록담 ***
이제는 관음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일만 남았다.
가파른 경사이면서 응달이라 눈이 구상나무를 덕지덕지 감싸고 있다.
햇빛이 너무 강렬하여 나무에 핀 상고대가 수정처럼 자신을 뽐낸다.
용진골 못 미처 급경사에서 엉덩이를 눈 위에 붙이고 다리를 드니 신나게 내려간다.
봅슬레이 코스처럼 눈이 패여 있어 글리세이딩으로 하산한다.
태백산에서 맛보고 정말 오랜만이다.
설산을 담느라 시간을 꽤 썼는가보다.
오후 2시 스패츠를 푼다.
비록 한 해가 저물고 있지만
겨울의 설국으로 가는 마음은 또 다른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입니다.
*** 송로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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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멋진 설경입니다.
설명도 자상하게 해주셨네요. 즐거운 시간 되세요.
언제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멋진 사진 구경 잘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송로님! 덕분에 한라산 구경잘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이라니.....정말 고맙습니다.
한정옥: 젊었을 때 동료들과 산행 했던 생각이 되살아나네요. 전 진달래 능선까지 밖에 못갔었는데도 동화속의 나라에 온 기분인데..... .
부럽고 고맙다는 말밖에 드릴말씀 없습니다. 늘 건강히 지내십시요.
좋은 시간들 되십시요......감사합니다.
12.9일 대설 주의보로 ... 입산 금지... 섭하지만 뒤 돌아왔습니다
정말 아쉬웠겠습니다.
또 좋은 기회가 오겠지요
멋진 설경, 자세한 설명으로 한라산 구경 잘 했네요, 감사 합니다
너무나아름다운 설경이네요
Merry Christmas~ 송로님 대단한 산악인이시네요.
덕분에 멋진 설경사진 과 함께 한라산등반했어요 ^0^
백록담까지 가려면 12시이전에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가야 되서 엄청 서둘러 었는데~~~
아름다운 설경 잘 봤어요...
한라산 설경은 언제보도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와우...멋지네요 우왕굳^-^!!!
송로님 멋진구경에 감사드립니다 겨울 한라산은 아직이라 너무 좋군요 2번이나 도전 했는데 실패 했거든요
덕분에 아주 고맙습니다 고이 모셔 갈께요
감사히 잘 감상하고 갑니다....
정말 장관입니다 .
한라산의 멋진풍광아름답습니다~~~
우와~~정말 환상입니다
와 한라산 얼른 가 보고싶습니다 ~~ 멋진 작품 감사합니다
멋진사진 무지무지 잘봤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