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분양가와의 전쟁에 들어갔다. 정부는 16일 국세청을 동원, 고분양가로 논란을 빚었던 경기 파주신도시의 한라건설을 비롯해 벽산건설 등 4개사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사전 통보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이번 세무조사는 11·15 부동산대책의 연장선에서 집값 잡기 일환으로 실시됐고 이는 곧 민간아파트에 대한 정부의 분양가 간접 통제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건설업계와 분양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일반인 투기세력에 대해서도 세무조사와 가처분등기 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등 강력한 압박작전에 돌입했다.
■민간아파트 분양가 간접통제 본격화
건설업계는 이번 세무조사를 11·15 대책의 연장선이며 앞으로 정부가 민간아파트 분양가에 대해 필요하다면 세무조사를 통해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미로 받아 들이고 있다.
업계는 일단 한라건설에 대한 세무조사의 경우 지난 9월 파주신도시에서 분양한 ‘한라비발디’ 아파트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라건설은 한라비발디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평당 400만원 이상 비싼 평당 1257만∼1499만원에 책정해 고분양가 논란을 빚었으며 서울시의 은평뉴타운과 함께 수도권 집값 상승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집값 상승의 원인 중 하나를 고분양가에 있다고 보고, 이를 주도했던 업체를 ‘시범케이스’로 선정한 것 같다”면서 “세무조사가 얼마나 확대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민간아파트 분양가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란에 이어 분양가 책정까지 정부가 개입하고 나서면 주택시장이 크게 왜곡될 수 있고, 아파트 공급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대형건설업체 A사 관계자는 “정부가 11·15 대책의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대책 발표 하룻만에 국세청을 투입, 고분양가 논란을 빚었던 업체들에 대해 전격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 같다”면서 “주택공급을 담당하는 건설업체에게 갖가지 규제로 묶어 놓은 것도 모자라 민간업체 분양가 산정에까지 직접 개입하려는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전방위 압박,건설사 벼랑 끝으로
건설업계에는 전격 세무조사 소식이 알려지자 앞으로의 사태 전개에 촉각을 곧두세우며 당혹해 하고 있다. 특히 11∼12월 분양에 들어갈 건설업체는 분양가 책정에 큰 부담을 안게 돼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 중심가에 주상복합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S건설측은 “서울 성수동 현대힐스테이트가 평당 2500만∼3000만원 이상을 받았기 때문에 중심가에서도 비슷하게 받아야 하는데 이번 세무조사 소식에 걱정스럽다”면서 “이제는 분양가 책정이 업계의 가장 큰 현안으로 부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지자체와 분양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경기 시흥능곡지구 동시분양 업체들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 것은 물론 서울 강북 재개발지구 등의 아파트 분양에 나서려는 업체들에게도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P사 임원은 “11·15 대책 중 DTI를 확대하고 제2금융권 LTV 비율을 50%로 낮춘다는 내용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청약을 기피, 신규 분양시장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분양가를 빌미로 세무조사까지 벌이게 되면 주택공급 기능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최근 경실련이 화성동탄신도시 아파트 분양승인때 택지공급 가격을 허위로 신고했다며 24개 건설사를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분양가를 둘러싼 대립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이에따라 앞으로 서울·수도권에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가를 둘러싼 정부·지자체, 시민단체와 건설업체들간의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앞서 건설업체 외에 수도권 주택가격 급등지역의 주택매입자 중 3주택 이상자 및 분양권 불법 취득 혐의자 등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법원도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사를 강화키로 하는 등 부동산 투기세력에 대해서도 총 공세를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