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만든 최초의 국산 전투기(KF-X) 시제 1호기가 9일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간 ‘KF-X’로 불렸지만 이날 ‘KF-21’이라는 ‘진짜 이름’도 생겼다. 별칭은 공군을 상징하는 ‘보라매’로 정해졌다. 공장 밖을 나온 시제기가 2026년까지 2,200여 회의 시험비행을 무사히 통과하면, 우리나라는 자국 전투기를 개발한 13번째 국가, 4.5세대 이상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8번째 국가가 된다.
文 "국산 전투기 개발은 자주국방의 상징"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KF-21 시제 1호기 출고식에서 “우리 손으로 만든 첨단 초음속 전투기를 갖게 돼 자주 국방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민ㆍ관ㆍ군 모든 개발진과 참여 기업의 노력, 국민들의 응원이 이룬 성과”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개발에 참여한 KAI와 방위사업청, 한국국방과학연구소(ADD)의 개발자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명명된 국산 전투기 이름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 ‘KF-21’ 이름에는 21세기 하늘을 우리가 지키는 의지가 담겼다”며 “우리 국민들은 우리 공군의 상징인 보라매를 호칭으로 지어주셨다. KF-21은 우리 공군의 중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라매는 ‘태어난 지 1년이 안 된 새끼를 포획해 키운 사나운 매’로 군 당국은 국민 공모로 이름을 결정했다. 이날 시제 1호기가 출고되면서 한국형 전투기를 의미하는 ‘KF’(Korea Fighter) 뒤에 임시로 따라다니던 ‘실험’을 의미하는 ‘X’(eXperimental)를 완전히 떼어내게 됐다.
4.5세대 전투기 ‘KF-21’, 국산화율은 65%
KF-21은 뛰어난 레이더와 컴퓨터 성능을 보유한 ‘4세대 전투기’와 적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기술이 적용된 ‘5세대 전투기’의 중간인 '4.5세대 전투기'로 분류된다. 미국의 기술이전을 거부해 자체 개발한 AESA(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 레이더를 비롯한 전자과학 장비로 적기와 미사일을 보다 빨리 추적, 탐지할 수 있고 적의 레이더망에 포착될 가능성도 한층 더 적어졌다. 음속의 1.8배에 달하는 비행속도와 7.7톤의 무장 탑재력도 갖췄다.
문 대통령은 이날 “KF-21은 공중 교전은 물론 육로나 해로를 통한 침투 세력의 무력화, 원거리 방공망 타격까지 다양한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며 “날로 중요성이 커지는 ‘전자전’ 대응 능력도 뛰어나다”고 극찬했다.
KF-X는 길이 16.9m·폭 11.2m·높이 4.7m로 F-16 전투기보다 크고 F-15K보다는 좀 작다. 연료에 미사일 등 무기까지 장착하면 총 무게는 25톤이다. 3만여 개 부품이 들어가는 KF-21의 국산화율은 65%로 700개 이상의 국내 업체가 참여했다.
험난한 여정 거쳤지만 향후 일정도 고난도
개발 비용만 8.8조 원, 양산(총 120대)까지 포함하면 총 18조 원이 들어가는 ‘단군 이래 최대 무기 도입사업’인 KF-21의 여정은 험난했다. 2001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국산 전투기 개발’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과연 우리가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느냐’는 회의론과 해외 방산업체들의 방해공작으로 2015년에야 체계개발에 본격 착수할 수 있었다. 다른 무기체계라면 한 번이면 충분했을 사업타당성 조사도 7번이나 했고, 막바지에는 미국이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해 좌초 위기까지 겪었다.
총 개발비의 20%(1조7,600억 원)를 분담하기로 한 공동개발 파트너 인도네시아가 2017년 말부터 현재까지 6,044억 원을 미납하면서 또 한번 위기를 맞았다. 다만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이 출고식 참석을 위해 7일 방한해 문 대통령, 서욱 국방장관과 회담했고,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이날 축하 영상메시지까지 보내, 공동 개발의지를 재확인했다. 우리 정부로서는 한시름을 놓게 됐다.
다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앞으로 여정이 더 고난도이기 때문이다. 이날 출고된 시제 1호기를 비롯, 내년 상반기까지 총 8대의 시제기(지상시험 시제기 2대 포함)가 제작되면 지상에서 내구력 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한 후에야 시험비행이 가능하다. 방사청과 KAI는 내년 7월부터 2026년까지 총 2,200여 차례 시험비행을 할 예정이다. 이 과정까지 무사히 마무리되면 2026년부터 양산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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