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에는 제가 잘 보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디스커버리채널에서 자정에 범죄수사와 관련된 다큐를 해주죠.
그동안 '크라임 스토리'라는 제목으로 범죄수사 관련 다큐를 해줬는데
요즘에는 법의학 분야로 해결한 사건을 보여주네요.
조금 전 본 내용이 무척 흥미로운 사건해결 방법이어서 여러분께 소개할까 싶어 글 올립니다.
1. 1999년미네소타의 한 시골 편의점에서 19살의 케이티 피이러라는 여자가 납치됩니다.
2. 편의점의 CC-TV를 통해 경찰은 범인이 20~30대의 백인이라고 추정합니다.
또 운동셔츠를 입고 있었다고..하지만 화면이 너무 흐릿해서 범인의 얼굴을 완벽하게 그려내지는 못합니다.
경찰은 크락슨이라는 자를 용의선상에 떠올리게 됩니다. 그는 수 건의 성범죄 전과가 있는 인물이었죠.
영상에 나타난 인상착의와 비슷한 연령대, 그 주변에서 살고있던 인물이었으니까요.
3. 목격자가 나타납니다. 편의점 옆에 있던 주유소에 주유하러 갔던 여자운전자인데
그녀는 주유소에 들렸던 한 섬뜩한 남자에 대해 진술합니다.
50대의 남자로 특이한 머리모양 (염색을 해서 색이 여러개였다고) 각진 턱 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또 운동셔츠가 아닌 일반 셔츠를 입고 있었다고 증언하면서 남자가 탔던 차가 검은 색 픽업 트럭이었으며 번호도 기억한다고 말합니다. 앞의 숫자는 557 뒤 알파벳중 맨 마지막 글자인 Y
4. 검은색 픽업 트럭과 차량번호를 통해 수사망이 좁혀집니다.
그런데 한 경찰이 로널드 블럼이라는 사람의 집을 방문해 자동차에 대해 물어봅니다.
부인이 자신들의 차는 흰색트럭이며 오래전에 이미 팔아서 이제는 차주인도 아니라고 합니다.
그 말에 경찰은 그대로 돌아오고 명단에서도 제외됩니다.
5. 납치된지 이틀이 지나도 트럭 주인을 찾지도 못하자 경찰들은 자신들이 가진 유일한 증거인
그 CCTV를 다시 주목하고 범인의 모습을 선명하게 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NASA의 과학자에게 부탁해보자고 합니다.
그들이 찾아간 과학자는 나사에서 태양의 흑점을 연구하는 물리과학자입니다.
그 과학자는 우주에서 찍은 태양의 흐릿한 영상을 선명하게 작업하는 일을 하는게 일이었죠.
나사에는 흐릿한 영상을 선명하게 바꾸는 최첨단의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6. 과학자는 시각을 다투는 일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오랜시간을 들여 CCTV 영상을 선명하게 작업하는 일을 합니다.
프레임 하나하나를 짝수와 홀수로 나누어 그 사이 간격을 메꾸어 움직임에서 흐려진 부분을 선명하게 하는 것이죠.
그리고 범인이 잠시 서있던 부분에서는 더욱 선명한 영상을 추출합니다.
하지만 워낙 흐릿하던 영상이라 원하는 만큼의 화질을 얻지는 못합니다.
다만 그 분석을 통해 남자의 얼굴이 40대 후반에서 그 이후로 보인다는 것, 그가 입고 있는 옷이 앞부분은 어두운 색이고 소매는 흰, 야구셔츠같은 것이며 등에 23이라는 번호가 그려졌다는 것 등을 알아내죠.
이로서 목격자의 증언이 더욱 힘을 얻게 됩니다.
7. 며칠이 지나도 단서를 발견하지 못하던 경찰은 2주가 넘어가자 그동안 알게 된 사실을 가지고 공개수사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방송에 위 내용이 공개되자 신고전화가 수백통이 걸려옵니다. 수많은 전화들은 헛탕을 치게 하는 것들이었지만
그중에 몇건은 아주 주요한 내용이었습니다.
자기 직장에 다니는 한 남자의 인상착의가 편의점에 나온 그 사람이라고 하면서 그는 그 셔츠도 즐겨입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케이티가 납치되던 날 그는 결근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날 다시 출근을 하기는 했지만 그때부터 머리를 짧게 자르고 수염을 기르는 등 용모를 바꾸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또 아무래도 행동이 이상했다고 증언합니다. 경찰은 몇 통의 비슷한 전화를 받고 범인을 찾아냈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신고전화에서 말한 사람을 찾아갑니다. 그사람은 바로 로널드 블럼.
이미 경찰이 트럭명단에서 한번 걸러냈던 인물입니다. (부인이 거짓말을 한거죠)
8. 블럼을 집을 다시 찾아간 경찰은 그를 만나지 못합니다.
그리고 주변사람들에게 그의 농장이 백킬로 떨어진 곳에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됩니다.
경찰은 곧 그를 찾기 위해 농장으로 향합니다.
9. 한적한 시골에 외딴 곳에 있는 농장. 그곳에도 블럼은 없습니다. 경찰들은 주변을 샅샅이 수색합니다.
농장의 창고나 집안에서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찰들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농장 마당 한가운데 있는 화덕에 눈길이 갑니다.
모닥불을 피우는 평범해보이는 화덕이지만 그들은 남겨진 재를 뒤적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걸러내진 물건중에는 뼈조각으로 보이는 것들이 발견됩니다.
그들은 화덕에 남은 모든 재를 다 걸러내어 수십개의 뼈조각을 발견하고 그것을 뼈 전문 법의학자에게 보냅니다.
10. 뼈 전문 법의학자는 그것이 사람의 뼈인지 아니면 짐승의 뼈인지 부터 조사합니다.
아주 작은 뼈조각이지만 법의학자는 그 뼈가 젊은 여성이며 체구가 작다는 것을 확인시켜 줍니다.
다행히 뼈조각들이 몸의 다양한 부분에서 남겨진 것들이어서 그런 분석을 가능하게 한 것이죠.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거기에는 젊은 여자의 뼈조각 말고도 두 사람의 뼈가 더 섞여 있다는 것이죠.
즉 연쇄살인범의 화덕을 뒤진겁니다.
11. 경찰은 이제 수색영장을 가지고 비어있는 블럼의 집을 뒤집니다.
그리고 차고에서 검은색 픽업트럭. 557 과 알파벳 Y가 마지막 번호인 차량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그들은 블럼이 간 곳을 알아냅니다. 가족과 함께 야영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전해들은 경찰은 그길로 수백킬로를 달려가 그를 잡습니다.
경찰을 보자마자 그는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경찰의 추궁에 케이티 사건을 방송에서 봤다며 얼버무립니다.
결국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목격자들에게 편의점에서 본 남자를 찾아내게 하는 것.
7명의 목격자들은 하나같이 열 몇 명의 용의자들 중에서 블럼을 지목합니다. 이제 경찰은 확신하죠. 하지만 그는 계속 자신의 죄를 부인합니다. 자기는 그런 자동차도 없다고 하죠.
이미 경찰이 수색해서 그 트럭을 압수한 사실을 모르고 있던 그의 거짓진술에 경찰은 그가 범인이라는 확신을 가집니다.
12. 뼈조각 분석을 통해 DNA를 알아낼수 있을까 하고 법의학자는 FBI 분석실에 뼈들을 보냅니다.
하지만 시체를 굴려가며 철저하게 태워버린 범인의 용의주도함때문에 DNA를 추출할 뼈의 유기질이 남아있지 못합니다.
법의학자는 뼈조각중에 남겨진 치아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그 치아 하나와 케이티의 치과 진료기록을 분석하기로 하죠.
치아 전문 법의학자가 진료기록의 치아와 남겨진 뼈조각의 치아가 얼마나 일치하는 지를 밝혀냅니다.
외형상 아주 흡사하게 닮아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고심합니다.
13. 그때 소식을 들은 케이티의 충치 치료를 한 치과의사가 뜻밖의 제안을 합니다.
그녀의 충치를 치료하던 아말감이 새로운 레진이라며 그 성분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십개의 치아중 단 하나 남겨진 치아가 과연 그녀가 치료받던 충치일까? 그 확률은 수천분의 일입니다.
결국 그 치아는 다시 분석실로 갑니다. 그리고 경찰들에게 마지막 행운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충치 치료를 한 그 치아가 불길속에서 살아남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말감으로 메꿔진 안쪽에서 그들이 찾는 성분을 찾아냅니다.
(이 부분을 보면서 어쩌면 그 치료가 치아를 태우지 못하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물질이 덮고 있으니 아무래도 불길속에서 살아남은 것이 아닐까 싶은..)
14. 경찰은 블럼을 체포해서 심문합니다.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하던 블럼이 이런 법의학적 자료를 들이밀자 결국 자백을 합니다.
법의학자의 말대로 그는 증거를 남기지 않기위해 불길속에서 시체를 굴려가며 끝까지 다 태웠다는 것을 알아냅니다.
결국 그는 재판을 받게 됩니다.
15. 그의 재판에서 블럼의 변호사는 엉뚱한 주장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 흐릿한 영상은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될수 없다며 범인은 맨처음 경찰들이 용의선상에 올렸던 그 성범죄 전과자라고 합니다.
경찰들은 다시 그 영상을 들고 NASA의 과학자를 찾아갑니다.
이번에는 그 영상속의 인물이 성범죄 전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것이었죠.
마침 그 전과자의 왼쪽 팔에는 오래전에 새긴 문신이 있었습니다.
영상전문 과학자는 편의점에 들어왔던 인물에게는 문신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줍니다.
결국 변호사의 터무니없는 주장은 철회되고 배심원들은 블럼에게 일급살인 유죄를 선고합니다.
그는 가석방이 없는 무기징역에 처해집니다.
한시간동안 본 사건을 말로 하니 참 길군요. ㅎㅎ
제 관심을 끈 건 영상을 보다 선명하게 하기 위해서 나사의 과학자를 찾아갔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우주의 별들만 관찰하던 과학자에게 그 일은 얼마나 특별했을까 싶더군요.
또, 하나의 납치 사건이 결국 연쇄살인으로 밝혀지는 점도 흥미로웠고
법의학의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어떻게 사건해결에 도움을 주는지 흥미로웠습니다.
왠만한 영화 한 편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그 사건을 보면서 드는 또 다른 생각은..
거짓말을 한 그 블럼의 부인입니다.
그녀는 아마도 남편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그러니 그런 거짓말을 했겠죠.
그리고도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과 함께 캠핑을 갑니다. 아마도 부인은 남편이 여러명을 죽였다는 것도 알지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외면하고 귀와 눈을 막고 있던 것이죠.
또 그의 변호사.. 그도 블럼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 가려고 하죠.
이런 인간들 때문에 범인들이 자신을 숨기며 살아가고 또 죄를 짓고도 풀려나는 것이겠죠.
범죄는 피해자와 피살자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런 방관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긴 글...죄송.. 그러나 여러분들도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적어봤습니다.. ^^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NASA의 기술을 이용하다니 범죄수사를 하려면 역시 머리가 넓어야겠군요.
수사를 하려면 상상력이 필요하겠더군요. 어느 분야를 어떻게 접목시켜야 할것인가 하는..
범인의 목소리만으로 음성, 음향학 하시는 분이 나이와 키까지 알아낼 수있다고 하셔서 놀랐던 적이 있어요.
범죄의 다양성과 치밀함에 맞서 법의학과 과학이 더 발전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발전....했군요.... 그대로 빠져 나가는 범죄자들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까울뿐.
좋은 글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열 포졸이 도둑 하나 못잡는다는 말이 있지요. 현장에 계신 분들이 CSI가 능사가 아니라고 몇번이나 강조를 하시더군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납치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 영상 자체가 여자 목을 뒤에서 감고 위협하면서 나가는 장면이드라고.. 보면서 얼마나 급한 일인지 알았을거야. 경찰들 통계에 보면 납치사건은 72시간이 지나면 죽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해.
우와 글로만 읽어도 정말 생생하네요.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긴 내용을 어쩜그리 꼼꼼하게 적어주시는지 역시 작가님 ㅋ
나중에 써먹으려면 인과관계를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하니까 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 '악마를 보았다'라는 영화가 너무 열받는 영화라는 소리에, 나는 안봤어..
잔인한거야 뭐 슬레셔 무비도 아무렇지 않게 보니까 별문제 아닌데 말이야..
이제는 보고나서 무거워지는 영화를 보기가 싫으네..ㅋ
금요일 저녁에 시청을 해야겠군요^^. 전 요즘 "신의 퀴즈"를 보는데,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하는 범죄관련 다큐가 더 재미있을듯....
글고, 저도 이제는 보고나서 무거워지는 영화를 좀 피하게 되는거 같아요.
예전에는 보고나서 생각도 많이하고, 여러가지 격한(?) 시사성등을 남기는 영화를 주로 봤었는데,
이제는 좀 단순하면서 명쾌한 영화를 선호하게 되는거 같아요.
가끔은 엄청 유치하게 느껴지는 영화를 보게되기도 하고...^^
세월이 가니까, 취향도 바뀌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