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두레마을에 머무는 기간은 마치 신선놀음과 같다. 공기 좋고 환경 좋고 음식 좋은 데다가 스트레스가 없다. TV, 신문없는 것은 물론이고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조차 없다.
음식으로 치면 어제 저녁은 산토끼 요리, 오늘 아침은 이 마을에서 재배해서 수확한 콩으로 만든 순두부, 점심은 꿩고기, 저녁식사는 송이버섯요리, 물론 이 골짜기에서 딴 송이버섯이다.
산길을 걷는다. 숙소에서 김일성 빨치산부대의 신병훈련소가 있었던 곳 까지는 5Km 남짓하다. 왕복하면 10km거리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을 밟으며 걸을 때에 뽀드득 뽀드득 나는 소리는 고향에서의 어린시절이 생각나게 하는 소리다. 훈련소에서 골짜기로 더 들어 가노라면 숲 속에 돌무더기들이 흩어져 있다. 옛날 독립군들의 무덤이다. 글자 그대로 이름없는, 군번없는 용사들의 무덤이다. 우리 후손들이 이들 위대한 선배들의 공로를 기려 비석이라도 세워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남녘도 북녘도 도토리 키재기식으로 자리 다툼하며 서로 헐뜯고 쌈박질하느라 이런 일에 마음 쓸 겨를이 없었다.
13년전 이곳 연화촌에 두레마을을 세울때에 이 골짜기에 남조선 출신, 북조선출신, 중국 조선족, 러시아 고려인,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교포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겨레공동체를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오늘 눈길을 헤치며 독립투사들의 무덤 앞에 섰을 때에 두레마을을 시작하던 때의 그 꿈을 포기 하지 말라는 선조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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