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PF자산 인수에 숨긴 뜻은..
지난 주 정부는 드디어 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1조 2천억원규모의 부실 PF자산을 자산관리 공사를 통하여 인수하기로 결정하였다는 내용를 발표하였습니다. 그에 뒤이어 연말 BIS 비율 맞추기로 고생하고 있는 은행을 대상으로 하여 공적자금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도 나왔구요. 그동안 대외 언론(주로 외국언론이죠)과 아고라 경방식구들과의 논쟁에서 위기는 없다는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던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하여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자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지금까지의 정부의 논리를 뒤집는 일종의 강수인데, 정말 은행이 공적자금을 투입할 정도인지는 사실 개인적인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요 은행이라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실 IMF 외환위기 이후 남아있는 은행이 제일은행과 씨티은행, 농협을 제외하면 이게 전부이니까요. 그런데 12월4일 현재 주요은행 BIS 비율은 10%를 넘어선 상황이란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굳이 정부의 공적자금을 투입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또한 은행권의 자본 확충은 시장의 예상을 넘어 후순위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하며 BIS 비율을 계속 양호한 방향으로 개선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굳이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과거 97년도에 살아남은 거의 대부분 은행에 정부는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였습니다.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핵심인 은행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었지요. 그런데 그때 투입한 공적자금과 이번에 투입하는 계획하는 공적자금의 성격은 분명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97년에는 기아, 한보, 해태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며 거의 전 은행의 BIS비율이 8% 이하로 떨어졌기에 은행을 살리고, 경제를 순환시키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였지만, 2008년의 공적자금 투입계획은 BIS 10% 이상의 나름대로 건전한 은행에 자금을 투여하는 것이므로 분명히 다른 상황이라고 판단을 해봅니다. 그렇다면 2008년에 투입하려는 공적자금의 성격은 무엇일까요? 그건 최근 1조 2천억원어치를 매입하기로 결정한 저축은행 부실 PF자산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저축은행에서 캠코를 통해 매입해주기로 한 부실PF 자산은 사실 가치가 얼마인지 추정이 불가능합니다. PF자산은 말 그대로 부동산을 매입하여, 주택을 분양하여 그에 따른 분양대금을 회수하여 갚는 자금인데, 이번에 인수하기로 한 자산은 시행사와 보증한 시공사가 이자도 내지 못하는 대출자산으로, 다시 말하면 주택 분양 시도자체가 불가능한 자산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런 자산의 가치는 대출가치를 떠나 제대로 가격을 산정할 수도 없는 것임에도 정부에서 일정가격으로 인수하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것은 바로 저축은행이 이를 처분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에 헐 값으로 해당 토지를 내다 파는 것을 막아 부동산 가격의 추가하락을 막기위함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만약 저축은행 PF자산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면 상대적으로 우량한 PF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은행에게도 소위 "spill-over" 현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절박함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1조 2천억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입니다. 물론 캠코가 채권을 발행하여 조달한 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쓰이는 돈은 분명 다른 곳에 쓰일 수 있는 돈이 될 것입니다. 시중에는 지금 자금이 부족합니다. 한국은행에서 10월부터 12월초까지 무려 1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은행을 통해 시장에 방출하고 있지만 채권시장에서도, 대출시장에서도 돈은 흐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조 2천억원의 돈이 캠코의 채권매수로 흘러들어간다면 분명 돈이 필요한 곳(은행채, 카드채, 회사채 등이겠죠)이 이 돈 만큼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돈이 생산적으로 쓰일 수만 있다면, 경기활성화에 쓰일 수만 있다면 분명 어디에 가더라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면, 당연히 저축은행은 열심히 꼭 쥐고만 있게 될 것입니다. 다른 자산의 연체율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유동성을 위해 거의 대부분은 금고에 있게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즉, 경기활성화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부실한 저축은행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는 것이 될 것이고, 그돈은 결국 우리가 낼 세금을 담보로 찍어낼 수밖에 없게 되겠지요.
최근 정부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그러나 위에 저축은행의 자금 지원의 이면을 보면 구조조정을 하는 것보다 결국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어떻게든 막아보려 한다는 것을 알수가 있습니다. 즉, 어떻게든 부동산 가격 하락의 지연을 통하여 세계경제의 반등을 기다려 보겠다는 것이겠지요. 당연합니다. 우리 경제의 GDP에서 수출의존도는 무려 40%를 넘어섭니다. 그러나 문제는 세계경제의 회복이 우리의 예상보다 더디게 될 경우는 호미로 막을 것을 블도저로도 막을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거품은 어떻게든 빼야 하는 것이지, 풍선에 바람을 주입한다고 한다 해도 거품일 뿐이라는 사실을 자꾸 외면하는 것이 문제이겠지요.
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모은행의 성화에 못이겨 은행의 후순위채를 10억원이 넘게 구입했다고 합니다. 제가 알기로 그 분은 은행에 대출을 받아야 할 정도로 사업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대출이 아니라 큰 금액의 후순위채를 샀다는 이야기 입니다. 제가 그래서 의아해 하니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 10여억원 후순위채를 사고, 그것을 담보로 그것보다 좀 더 많은 금액의 대출을 했어, 한마디로 필요없는 꺽기를 당한거지" 이해되시나요?
시중에 돈이 없다고 아우성인데, 은행이 어떻게 저렇게 많은 후순위채를 팔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을 전부 날려버린 그 분과의 대화였습니다. 은행에는 돈이 없습니다. 예대율이 130% 넘어갔고, 경쟁적으로 돈을 빌려 손쉬운 부동산담보대출에 돈을 투여했고, 그돈은 사라졌습니다.(은행에서 예금을 넘어 초과대출한 그돈은 전부 사라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소비를 통해 전부 사라졌으니 그돈을 갚으려면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사라진 돈을 은행은 채무자에게 회수해야 하지만 정부는 못하게 하고, 그렇게 빌려주기 위해 빌려온 돈은 전부 달러로 교환되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은행이 정상화되는 길은 결국 대출을 회수하면서 안정성을 맞추어가고, 그것을 계기로 새로운 저축을 모집하는 길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소비했던 돈은 이제 땀흘려 모아 갚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돈을 다시 빌려서 갚으려하고, 정부에서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줘 그런 흐름을 유지하기 원하지만 이미 유동성의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막기위해 구조조정을 지연하며, 계속 잘못된 정책을 집행하게 될 경우 후순위채를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는 기업처럼, 정말 이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전방에 나서야 하는 기업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더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좀더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부의 돈이 보다 생산적으로 쓰이지 못해 경기가 좋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못하면 결국 우리가 겪어야 할 고통의 시간은 점점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 가격이라는 나무가 아니라, 경기 활성화라는 숲을 봐야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다음글은 공적자금투입의 이면 - 은행 그리고 환율에 대해서 올려보겠습니다. 아마도 이글이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일요일 춥습니다. 감기조심하시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상승미소드림 |
출처: jk 원문보기 글쓴이: 윌리엄 월리스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잘 읽었습니다.
정말 지금 저의 일에 도움되는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복많이 받으시길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쉽고도 이해하기가 매우 좋은 훌륭한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명성 익히 들었지만, 역시 대단한 안목입니다. 저도 후순위채 매입처가 궁금했었는데요...
잘 읽었습니다..다른 경방고수님들의 글도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고맙습니다..^^;;;;;;;
좋은 글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항상 고견 감사드리고있어요.
잘 읽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