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강
詩: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한평생이라는 것이
길고 지루하기만 한 것인지
덧없이 짧기만 한 것인지 가늠할 수 없는 고개까지 왔습니다
그대를 지켜만 보며, 기다리며
나는 어느 변방에서 산 것입니까.”
고국을 향한 그리움은 시인의 삶과 시를
지탱해 주는 힘이었습니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입니다."
마종기 馬鍾基
1939 ~ 대한민국의 시인, 소설가, 의사, 교수입니다. 최초의 동화작가 마해송과 현대무용가 박외선의 사이에서 도쿄에서 태어났습니다.
연세대 의과대학 재학 중 시인 박두진의 추천을 받아 1959년 "현대문학"에 시 '해부학교실' 로 등단했습니다. 군의관 시절에 김수영 시인으로부터 '문단에 섞이지 말고, 문학에 의학을 잘 접목시켜 보라' 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1965년에 한일협정 반대 입장을 표명하여, 공군 장교인데도 불구하고 군사 정권의 심한 고문과 함께 수감생활을 하게 됩니다. 수감생활 도중 아버지 마해송은 아들을 걱정하며 술만 마시게 되고, 이듬해 1966년 뇌질환으로 아버지가 작고하게 됩니다.
고문의 후유증을 겪었던 그는 제대한 후 힘들었던 고초에 대한 시를 쓰고, 미국 오하이오주로 건너갔습니다. 도미한 그는 진단 방사선과 수련을 마치고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의과대학 교수 생활을 하며 시를 발표하게 됩니다. 그후 그의 시 세계는 귀소본능과 그리움이 주축이 되며, 그의 취미라 할 수 있는 음악, 미술, 무용 등을 모티브로 창작을 이어 나갔습니다. 2002년에 의사 생활에서 은퇴하고, 현재는 문단 활동만 하고 있다. The Poems Redfox0579 © Healing Poem of KAPT
원종섭 Won, Jong Sup 시인, 길위의 인문학자, 대중예술비평가, 교수, NAPT 미국시치료학회 이사, KIPT 한국시치료학회 시치료전문가
출처 : DWBNEWS(장애인복지뉴스)(https://www.dwb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