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의 힘으로 깨달음을 이룬다. / 법상 스님
부처님의 제자
아니룻다는 밤잠을 자지 않고
지나치게 정진한 끝에 실명(失明)을 하고 말았습니다.
정진의 결과로 마음의 눈, 혜안(慧眼)은 열렸지만
그래도 육안을 잃어버린 그의 일상은 불편하기 그지 없었지요.
어느 날 해어진 가사를 깁기 위해
바늘귀를 꿰려고 하였지만 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얕은 음성으로 말하였지요.
‘복 지으려는 분이 계시다면
누가 저를 위해 바늘귀 좀 꿰어 주세요.’
이 때 누군가 그의 손에서
바늘과 실을 받아 해어진 가사를 기워주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분은 부처님이었어요.
아니룻다는 깜짝 놀라 생각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무량한 복의 소유자이신데
이런 작은 복을 또 지으시려는 구나!‘
그 때 그 마음을 보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니룻다여,
이 세상에서 복을 지으려는 사람 가운데
나보다 더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처는 복 짓는데 만족할 줄을 모른다.
이 세상의 모든 힘 중에 복의 힘이 으뜸이다.
그 사실을 부처는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복의 힘으로 부처는 깨달음을 이루었고,
모든 중생들도 그 힘으로 깨달음을 이룬다.“
[아함경]의 말씀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의 모든 힘 중에
복의 힘이 으뜸이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 복의 힘으로 깨달음을 이룬다고 말입니다.
부처님은
복의 힘이 가장 으뜸인 줄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분이시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복이라도 끊임없이 지으려고 하십니다.
복 짓는데 있어서 가장 열심이신 분이시지요.
이어서 부처님께서는
보시하는 일과 인욕하는 일
법을 설하고 중생을 제도하는 일과
최상의 진리를 실천하는 일에는
부처님도 만족할 줄 모른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부처님께서도 복 짓는 일엔 만족을 못 하시거늘
우리들은 적당히 복 짓고 나면
제 스스로 얼마나 뿌듯해 하며 만족을 해요.
복 짓는 일엔 끝이 없습니다.
매일 매일 복 짓고 또 짓더라도
그 일은 끝날 수 없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들 살다 보면
남을 위해 몇 만원, 몇 십만원, 혹은 몇 백만원 쓰기가
얼마나 어렵게 살아요?
그런 아까운 마음으로 사니까
그 마음에 복이 지어질 일이 없지 않겠습니까.
살다보면
돈 떼어먹히는 일이 얼마나 많아요?
혹은 잃어버린다거나
무슨 도박을 해서 없애버렸다거나,
요즈음 같으면
무슨 재테크니 주식이니 로또니 해서
얼마나 많은 돈을 날려 먹느냔 말입니다.
자신과 관련된 일에는
그 큰 돈을 시원스레 쓰면서도
베푸는데 쓰는 돈에 있어서는
작게 베풀면서도 얼마나 큰 갈등에 휘달려요.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쥐꼬리만큼 줘 놓고 베풀었다고 생색내기나 하고...
어떤 분께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기도 많이 베풀려고 노력 하고 살지만
아무래도 당장에 돈과 연결되어 있다 보니까
쉽게 쉽게 그 돈을 풀어 놓기가 어렵더란 말이지요.
그런데 어찌 어찌 하여
누군가에게 베풀어 줘야 할 사정이 생겼다고 해요.
너무 안 된 사정이라 자신도 힘들지만
대출까지 해서 딱 주고 났더니
그 전에는 그 큰 돈 없으면 못 살 것 같고,
그 큰 돈이 그렇게 중요한 줄 알았는데
막상 주고 나니까 그거 없어도 살더라고 그럽니다.
물론 큰 돈이지요.
그러나 없어도 살고 있어도 살더란 말입니다.
그 일 있은 후 부터는
돈이라는 것이 당장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뭐 별거 아니구나 싶었다고 그래요.
그 전에는 몇 만원 쓰는 것도
분별심 올라오고 자꾸 아깝고 그랬다가
이제는 베풀어야 할 때
딱 크게 베풀고도 아까운 마음이라거나
그것만 있으면 다른 것 많이 살 수도 있었을 텐데 라거나
하는 그런 분별심들이 많이 놓여지더라고 말입니다.
저 또한 내면에서
다툼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쩌면 항시 그런 다툼을 지켜보게 됩니다.
힘겹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한 생각 베풀어 줘야지 싶었다가도
그 다음 생각 일어나는 것이
조금 덜어 놓고 주자,
좀 더 생각해 보고 주자,
온갖 분별심과 심하게 다툼하고 있는 내면을 바라봅니다.
저도 그렇고 법우님들도 그렇고
우리 모두 나누면서 삽시다.
내 아까운 생각 그거 다 분별심일 뿐
딱 주고 나면
아무리 큰 거라고 분별심이 방해를 하더라도
그거 딱 베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거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아요.
매일 매일 나누면서 살도록 합시다.
매일 매일 한 가지 이상
처음엔 그렇게 정해서라도 많이 베풀면서 삽시다.
제가 어떤 분에게 그랬지요.
월급의 10% 정도는 따로 떼 내어서
남들에게 베푸는데 쓰라고요.
그랬더니 한동안 실천하는 듯, 싶더니
‘그게 말이 10%지 정말 힘든 겁니다.’ 하고 되돌아와요.
물론 말이 10%지 그게 얼마나 큰 돈입니까.
그 돈이면 뭐도 할 수 있고, 뭐도 할 수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고,
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아요.
그런데 그게 다 욕심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예요.
욕심을 조금만 놓아버려도
10% 베푸는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10% 큰 돈이란 분별이 생기겠지만
그게 크다면 크고 별것 아니라면 별 것 아닌 것입니다.
꼭 10%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마음 딱 내어 이웃을 위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회향하는 데 쓰라는 말입니다.
정말이지
우리가 그래도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아마도 유일할지 모르는 수행이 베푸는 것일지 모릅니다.
우리가 아무리 수행하고 정진하고 기도해도
쉽게 깨달을 수 있어요?
쉽게 무슨 무슨 경지까지 이를 수 있느냔 말입니다.
그건 누구에게나 가능한 건 아니고, 사실이 참 어려워요.
그러나 베푼다는 것은 누구나
지금 당장에 할 수 있고 가능한 것입니다.
어쩌면 가장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가장 쉬운 수행법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베풂이라는 것은 온전하고
더 이상 이론의 여지가 한 치도 없는 진리의 실천입니다.
온 인류의 모든 종교에서
모든 성자며, 철학자, 사상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나같이 이야기 한 유일한 진리가
바로 ‘베풂’에 대한 실천입니다.
이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어요.
누구나 베풀고 살아야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힘 가운데
베푸는 힘이 가장 큰 법이고,
그 힘으로 깨달음을 이룬다고
부처님께서 분명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나는 얼마나 베풀고 사는가
자주 자주 묻고 또 물어 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 목탁소리
출처 : 가장 행복한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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