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手話)로 법을 설하는 천불수화설법도 앞에 선 본각스님. 스님은 “우리시대에 사찰은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놀이터’요, 어른들에게는 편안한 ‘휴식공간’이자 ‘문화공간’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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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이 높은 곳에
있어서는 안됩니다
동네 이웃집 같이
편하게 자리해
잠깐 들러
밥 한 그릇 먹고 올 수 있고
편하게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에 서오릉 건너편 구산(龜山) 자락에 자리한 금륜사(金輪寺)는 좀 특별한 사찰이다. 주지 스님은 중앙승가대학교 교수 스님이고 스님의 속가 6남매가 모두 스님이기 때문이다. 이런 특별함을 간직한 주지 스님은 4년 전 현대식 건물을 인수해 금륜사를 창건했다.
현대식 건물을 리모델링한 금륜사는 <법구경>의 100가지 게송을 10명의 부처님이 수화(手話)로 설명하는 ‘천불수화설법도’를 봉안하고 있는 사찰이기도 하다. 이 모두가 지역포교를 위한 금륜사의 원력이 담겨 있다. 지역에서 어린이 포교는 물론 군 포교에 매진하고 있는 금륜사 주지 본각(本覺)스님을 11월27일 만났다.
- 스님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강단에 서랴, 지역 포교하랴 무척 바쁠 것 같은데 요즘 근황은 어떠한지요.
= 중앙승가대학교에서 23년 동안 학인들을 가르쳤고, 봉녕사 승가대학에서도 중강(교수)으로 있었으니 학인 스님을 가르친 지 벌써 30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올해는 때마침 휴식년이라 사찰에 머물면서 시작해 놓은 불사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 금륜사 이전에 다른 도량이 있었나요.
= 1999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금장사를 창건했었어요. 가정집을 개조한 조그마한 사찰이었지요. 거기에서 ‘보리 방과후 학교’를 시작하며 지역 어린이 포교에 나서다가 2000년에 은평구 역촌동에 금화사를 창건해 일요법회를 보았어요. 그러다가 장소가 협소해 더 넓은 자리를 물색하다가 4년 전 이곳에 금륜사를 창건하게 되었어요.
- 금륜사 부지가 넓은 것 같습니다.
= 처음에는 1600㎡(500여 평)만 확보했었는데 바로 옆에 교회가 건설회사 건물을 인수해 들어오려고 해서 4000㎡(1200여 평)을 모두 확보하게 됐습니다. 사찰 부지를 확보하느라 총무원에 기채승인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 금륜사는 천불설법당을 비롯해 아주 특별한 점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 역촌동 금화사에 있을 때 포교 원력을 세워 천불전을 조성하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그냥 부처님을 조성하려 했는데 때마침 우리 절에 다니셨던 이호신 화백님이 “인도 아잔타 석굴에는 1000분의 부처님을 그려 조성했다”는 말씀에 “그럼 우리는 부처님이 수화로 진리를 설한
<법구경> 게송을 그려보자”고 제안해 5년 동안 ‘천불수화설법도’를 그려 이곳에 봉안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신심을 일으키고 있고, 말을 못하는 어느 장애인 불자님은 이 부처님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1000불 아래는 ‘진리의 화신’인 세계 각국의 불상을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천불설법당 아래는 무대형식으로 꾸며 연극도 하고 발표회, 공연 등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또 천불선법당 앞 공간은 북카페인 ‘다륜쉼터’가 있어요. 이곳에는 누구라도 와서 편안하게 책도 읽고 차도 마시면서 쉬었다가 갈 수 있어요.
- 어린이법회가 상당히 활성화 되어 있는데 특별한 뜻이 있습니까.
= 그만큼 미래불교를 위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처음 홍은동 금장사를 개원하고 ‘보리 방과후 교실’을 열면서 어린이들과 인연을 맺었어요. 이어 어린이법회를 열었고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 어린이 법회를 열고 있어요. 현재는 어린이 법회 담당 스님과 언니 오빠인 중학생인 보조교사가 함께 어린이 법회를 열고 있어요.
- 어린이법회를 보려면 상당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 걸로 아는데요.
= 우선 흥미가 없는 법회는 식상해 오래 진행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흥미를 유발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금륜사는 케이크을 만드는 시간도 갖고 요리도 하고, 책읽기도 합니다. 어떨 때는 60여 명이 함께 케이크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아빠와 함께 요리하기도 합니다. 농구코치를 초청해 아이들과 농구게임도 합니다. 또 우리절 스님이 숲 해설가 교육을 받아 숲속학교를 열기도 합니다. 어린이 법회에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 승합차를 운행해 어린이들을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불사에 들어간 부채를 어느 정도 갚은 뒤에는 ‘방과 후 교실’을 열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 금륜사 법회가 상당히 많아 보입니다.
= 매주 일요일 오전10시부터 법당에서 일반법회가 봉행되고 교육관에서는 어린이 법회가 열립니다. 둘째주 일요법회는 ‘화엄장학회 법회’라는 이름으로 진행됩니다. 이 법회는 제가 중앙승가대 교수로 부임 받아 안암동 보타사 주지로 있을 때 불교방송에 출연해 <십지경 화엄경>을 강설한 인연으로 만난 불자들이 중심이 되어 1995년 ‘화엄장학회’가 시작됐는데 지금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회비를 내어 장학기금을 조성해 학인스님과 대학생 청소년 어린이 등 20여 명에게 1년에 2회에 걸쳐 2000여 만원의 장학금을 전하고 있습니다. 또 셋째 주 일요일에는 제가 인근 부대인 권율부대에 가서 법회를 열고 있어요. 첫째 셋째 주에는 중등부와 청년회 법회를 교육관에서 봉행하고 있어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8시,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4시30분부터 6시까지는 인도서 요가공부를 하고 온 효석스님이 ‘요가명상’을 지도해 줍니다. 금요일 저녁7시부터는 천불설법전에서 기초교리를 공부합니다.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 오후7시에는 능엄주 촛불기도를 교육관에서 봉행합니다. 보시다시피 이렇게 무척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습니다.(웃음)
- 금륜사 북카페 ‘다륜 쉼터’가 아주 특별합니다.
= 20여 년 전부터 만들고 싶었지만 공간이 협소해 어려웠는데 금륜사를 창건하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불교도 시대에 발맞춰야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어요. 이런 휴식공간을 만들어 누구라도 사찰에 와서 편하게 쉬었다가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 한국불교에 포교와 교육 도제양성 등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일은 어떤 일이라 생각하시나요.
= 우리불교가 사회와 함께 가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변화를 감지하지 못하지 않나 생각해요. 스님들의 상식과 언어 생각이 사회인들이 무엇을 필요하는지를 잘 알아야 합니다. 불교를 미래에도 전하려 한다면 스님들은 반드시 10년 앞을 내다보는 식견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 사찰이 아주 현대식입니다. 이유라도 있나요.
= 전통 한옥식도 좋지만 현대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사찰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원래는 식당 건물을 개조했어요. 비용도 아끼려고 했어요.(웃음) 현대인들은 각박한 도시생활을 하고 있잖아요. 이들에게 사찰이 높은 곳에 있어서는 안됩니다. 동네 이웃집 같이 편하게 자리해 잠깐 들러 밥 한그릇 먹고 올 수 있고 편하게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서 사찰이 존재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북케페도 조성해 놓고 장작난로를 비치해 아이 아빠 할 것 없이 찾도록 했어요. 한번은 불자가 아닌 분이 전화를 해서 “금륜사에서 아이들과 몇 시간 놀아도 돼요? 점심도 줘요?”하고 전화가 와서 “그렇다”고 했더니 7명이 아이 7명을 데리고 와서 놀다가 점심도 먹고 갔어요. 바로 이런 역할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의 사찰이 존재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터뷰를 마친 본각스님은 교육관을 구경시켜 주었다. 건설회사 건물을 개조해 어린이법회 중등부 청년회법회 등 다양한 공간이 오밀조밀 자리하고 있었다. 너른 마당에 심은 매실나무가 죽어 안타깝다고 했다. 내년에는 신도들과 텃밭도 잘 가꾸어 푸성귀도 자급자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우선 몇 년 동안은 부채를 갚기 위해 동분서주 해야겠지만 이미 금륜사는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터’요 어른들의 편안한 ‘휴식공간’이자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편안한 사찰이 늘어난다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분명 밝아 보였다.
-본각스님은
어린이 법회에 동참해 케이크를 함께 만들어 시식을 준비하고 있는 본각스님(우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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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인천 부용암에서 육년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79년 통도사에서 비구니계를 받았다. 동국대학교 철학과와 봉녕사 승가대학을 졸업했으며 일본 릿쇼(立正)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고마자와(駒澤)대학에서 화엄학을 공부해 불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과와 봉녕사 승가대학 교수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비구니연구소소장, 화엄장학회장, 샤카디타 코리아 상임공동대표, 조계종 교육원 고시위원, 포교원 포교위원, 조계종 전국비구니회 운영위원을 맡고 있으면서 교학연구와 지역포교에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 <화엄관법과 기초적 연구> <화엄경십지품개설> <진리의 숲 법구경 이야기> <한국 비구니의 수행과 삶(공저)> 등 다수가 있다. 또한 현대불교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8년에는 제6회 대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