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과학에 숨어 있는,
생명과 우주에 관한 여덟 가지 철학!
놀랍게도, 수, 함수, 무한 집합 같은 수학적 대상들이 우리 머리 바깥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생각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흔하다. 생물이 단지 기계일 뿐이라는 믿음이나, 생명의 본질이 오롯이 유전자 같은 매개체에 의해 전달되는 정보에 있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우리의 1인칭적인 주관적 경험이 일종의 환각이라는 담론이나, 충분히 발달한 컴퓨터가 지능과 감정을 가질 것이라는 예측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제는 우리의 우주가 여러 개의 평행 세계, 또는 여러 시뮬레이션 가운데 하나라는 추측이 진지하게 논의된다.
스웨덴 웁살라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왕립스웨덴과학한림원 회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러한 수많은 과학자들의 주장에 반대한다. 그는 살아 있는 존재는 기계가 아니고, 수학은 우리의 작은 두개골 바깥에 존재하지 않으며, 실재하는 세계는 시뮬레이션이 아니고, 컴퓨터는 생각하지 못하며, 주관적 경험은 환영이 아니고, 자연법칙마저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더 나아가, 생물학에서 얻은 귀중한 통찰들을 바탕으로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왜 물리학일 수밖에 없는지 대담하게 논증한다.
생물은 단지 복잡한 기계에 불과할까?
이 세계가 시뮬레이션일 수 있을까?
컴퓨터는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우주는 본질적으로 수학일까?
자유의지는 환영일 뿐일까?
실재란 도대체 무엇일까?
현대 과학을 둘러싼 거대한 철학적 논쟁!
"하나의 유령이 온 과학을 떠돌고 있다.
플라톤주의라는 유령이."
“과학과 철학을 가로지르는 이 책이 곳곳에서 토론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 이 책의 주제들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이들에게는 엄청난 지적 희열을 안겨줄 것이다.”─로런스 크라우스, 『무로부터의 우주』 저자
과학철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대니얼 데닛에 따르면, 철학적 가정이 포함되지 않은 과학은 없고 단지 철학적 가정이 아무런 검토 없이 적재되어 있는 과학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현대 과학에는 어떤 철학적 가정들이 스며들어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유기체가 본질적으로 복잡한 기계와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 생명의 본질을 오로지 정보로만 정의할 수 있다는 것, 정보처리 기계로서 컴퓨터가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우주가 몇 가지 실재하는 자연법칙에 따라 작동한다는 것, 우리의 주관적 경험이 일종의 착각이라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흥미롭게도, 우주의 궁극적 비밀을 수학으로 파헤치는 이론물리학자이면서도 저자는 이 모든 철학적 명제에 반대한다. 먼저 그는 모든 것이 ‘물리학’이며 물질 바깥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론적 가정을 바탕으로, 우주 바깥에서 우주의 모습을 결정하는 수학적 법칙 또는 자연법칙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논증한다. 또한 이러한 믿음은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이데아 같은 플라톤 철학의 유물인데, 오늘날에도 생명을 정보로만 정의하고자 하는 시도들에서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정보와 유전자의 속성, 수학적 모형과 실재의 본질적인 차이를 근거로 이런 접근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는 한편, ‘자기 생산 체계’로서 생물이 지닌 고유한 속성과 기존의 물리학으로 환원되지 않는 주관적 경험을 근거로 생물은 기계가 아니며 고전적인 컴퓨터로는 의식을 시뮬레이션할 수 없음을 밝힌다. 그런데 이러한 그의 추론이 옳다면, 자연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모든 계산 과정뿐 아니라 세계 자체를 고전적인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는 ‘물리적 처치-튜링 가설’도 결코 옳을 수 없다. 요컨대, 현대 과학에서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전반적인 믿음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쉽고 아름다운 이 책에 실린 다니엘손의 논증은 지능, 의식, 물리적 실재의 본성에 관한 나의 관점과 극렬하게 갈린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책을 추천한다!”─맥스 테그마크,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저자
칸토어, 힐베르트, 러셀, 괴델, 튜링부터
카를 헴펠, 힐러리 퍼트넘, 윌러드 콰인을 거쳐
대니얼 데닛, 존 설, 맥스 테그마크, 닉 보스트롬까지,
현대 과학의 철학적 의미를 파헤친 문제작!
로저 펜로즈, 라인하르트 겐첼, 앤드리아 게즈가 블랙홀 연구에 대한 공로로 202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을 때 왕립스웨덴과학한림원을 대표해 그 연구의 의미를 전 세계에 설명한 과학자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울프 다니엘손이다. 이러한 전문성과 여러 매체에서 과학 이론들의 핵심을 소개한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 그는 마르셀 프루스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살만 루슈디의 문학작품뿐 아니라 마우리츠 에셔,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스탠리 큐브릭의 미술과 영화를 동원해 자신의 독특하고도 깊이 있는 과학철학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눈에 띄는 강점은 이 책이 지닌 독특한 관점이 아니라, 수학이나 과학에 대한 그러한 관점을 전개하는 데 동원되는 갖가지 철학적 이론들에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은 과학 책답게 상대성이론의 결정론과 양자역학의 평행 우주를 둘러싼 논쟁을 소개하는 한편, 고대철학이나 근대철학을 다루는 데 만족하는 기존의 많은 철학 책과 달리 오늘날 분석철학과 과학철학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윌러드 콰인과 힐러리 퍼트넘의 필수 불가결 논증, 데이비드 차머스의 철학적 좀비 사고실험, 뢰벤하임-스콜렘 정리, 닉 보스트롬의 시뮬레이션 우주 논증, 알론조 처치와 앨런 튜링의 계산 이론 등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우주의 궁극적 비밀을 고도의 수학으로 풀어내는 끈이론가인 다니엘손은 우주가 수학이 아니고, 모든 것을 계산할 수는 없으며, 인간이 특별하지 않고, 자유의지는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도발적인 주장들 사이에서 각자 자신만의 답을 찾아보기를 적극 추천한다.”─박권,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저자
[추천사]
“가끔, 그러나 생각보다 꽤 자주 관찰되는 현상이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어떤 유별난 특징을 가진 사람이 바로 그 특징을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뛰어난 외모로 유명한 영화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자신의 외모가 평범하다고 주장하거나,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알려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자신이 수학 때문에 애먹는다고 고백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이 책의 저자는 우주의 궁극적 비밀을 고도의 수학으로 풀어내는 데에 전문가인 끈이론가다. 그런 저자가 우주는 수학이 아니며, 우리가 모든 것을 계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특히, 저자는 데카르트가 말한 것과 반대로, 우리가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은 특별하지 않으며, 자유의지는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러한 도발적인 주장들로 가득 찬 흥미진진한 책이다. 저자는 이론물리학의 끝에서 왜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독자들 모두 이 책을 통해 각자 자신만의 답을 찾아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박권,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저자
■ “이 짧지만 도발적인 책에서 다니엘손은 과학과 철학에 대한 놀랍도록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세계에 대한 그릇된 관념들을 무너뜨린다. 이 책이 수많은 토론과 논쟁을 불러일
으키길 바란다. 이 책의 주제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이들에게는 엄청난 흥밋거리가,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좋은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로런스 크라우스, 전 애리조나주립대학교 교수, 『무로부터의 우주』 저자
■ “다니엘손은 과학이 지닌 의미를 파헤치는, 스웨덴의 가장 중요한 작가다. 명괘하고 강렬하면서도 매우 독창적인 주장을 전개하는 그의 책, 『세계 그 자체』는 과학적 세계관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뒤엎는다. 이 책은 고전이 될 것이다.”
─마르틴 헤글룬드, 예일대학교 인문학과 교수, 『내 인생의 인문학』 저자
책 속으로
■비밀을 하나 알려드리겠다. 살아 있는 존재는 기계가 아니고, 우리 머리 밖에는 수학이 존재하지 않고, 실재하는 세계는 시뮬레이션이 아니고, 컴퓨터는 생각하지 못하고, 의식은 환각이 아니고, 의지는 자유롭지 않다. ■21쪽
■물리학은 자유롭고도 독립된 관찰자가 세상 바깥을 떠다니며 멀찍이서 관찰하는 학문이 아니다. 우리의 유기체적 몸은, 우리가 만들어 내는 과학적 모형을 비롯한 우리의 모든 생각은 우리가 그토록 절실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바로 이 세계의 일부다. 내가 상상하는 물리학은 무엇 하나 빠뜨리지 않고 모든 것을 다룬다. ■27쪽
■저 너머의 무언가에 대한 갈망이 어떤 이들에게는 종교로 충족되는 반면, 어떤 이들은 정보의 형태로 의식을 컴퓨터에 전송하고 업로드함으로써 영생을 누릴 수 있으리라고 꿈꾼다. 어떤 이들은 세계 자체를 순수수학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물질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근본적으로 생명과 의식이 포함된다. 끊임없이 현존하는 불가분의 주관적 1인칭 시점도 그중 하나다. ■32-33쪽
■모든 것이 어떤 형태의 의도로 인해 주어졌다는 개념에 대한 대안은, 우주 또는 다중 우주가 하도 커서 순전한 우연의 결과로서 관측 가능한 우리의 우주와 맞아떨어지는 조건이 적어도 우주 어딘가에서는 발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추론은 지구가 생명의 탄생에 유리한 행성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와 비슷하다.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한 것은 어떤 고차원적 힘이 지구의 궤도와 구성을 의도적으로 조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주에 수많은 행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62쪽
■요점은 인간의 수학이 우리의 생물학적 본성과 뇌 구조, 물리적 신체의 구조에 결정적으로 의존한다면 우리는 다른 존재의 수학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100쪽
■힐러리 퍼트넘은 한발 더 나아가 이 정리를 이용해 언어가 자신의 해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음을 밝혀냈다. 수학뿐 아니라 언어와 생각 일반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124쪽
■데카르트의 오래된 이원론은 그 매력을 잃지 않고 현대 컴퓨터과학의 사고에 스며들어 있다. 우리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별하는 방식은 몸과 정신을 바라보던 방식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이런 식으로 컴퓨터 기술은 대규모 연산을 효율적으로 하는 데 관심이 있는 이들뿐 아니라, 데카르트의 ‘나’ 문제를 새롭게 포장하려는 이들을 위한 도구로도 발전했다. ■139-140쪽
■데이비드 차머스는 이 문제를 논한 유명한 사고실험에서 ‘철학적 좀비(philosophical zombie)’ 개념을 들고나온다. ‘철학적’이라는 낱말은 대중문화 속의 산송장들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정의는 간단하다. 철학적 좀비는 겉보기에 인간과 똑같이 행동하지만 내적 삶, 즉 자아가 없는 존재다. ■157쪽
■결정론과 자유의지는 직접 검증할 수 없는 절대적 개념이다. 따라서 현실에서의 유용성은 제한적이며 기껏해야 구체적 모형의 틀 안에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는 근삿값에 불과하다. 세계 자체는 그 속의 모든 별, 입자, 사람과 함께 자신의 일을 한다. 자연법칙은 세계의 모형을 만들려는 우리의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247-2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