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청춘 오월당의 하경과 예술감독 김봉웅 작 전용환 각색 연출의 평양에서 온 여형사
공연명 평양에서 온 여형사
공연단체 극단 청춘 오월당
작가 김봉웅
연출 전용환
공연기간 2020년 6월 25일~7월 12일
공연장소 예그린씨어터
관람일시 7월 11일 오후 4시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극단 청춘 오월당의 하경화 예술감독 김봉웅 작, 전용환 각색 연출의 <평양에서 온 여형사>를 관람했다.
김봉웅(金峰雄, 1948년 4월 24일~ 2010년 7월 10일)는 일본에서 활동한 재일 한국인 극작가, 연출가, 소설가이다. 일본식 이름은 가네하라 미네오(일본어: 金原峰雄), 일본 필명은 쓰카 고헤이(つかこうへい)이다. 게이오 대학 진학 후 우연히 후배의 권유로 썼던 희곡 한 편으로 연극 세계에 입문한 츠카 코헤이. 1970년대 <아타미 살인사건> <비룡전> <스트리퍼 이야기> 등
잇달아 작품을 탄생시키며 이른바 "츠카 시대"의 서막을 여는 츠카 코헤이!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는 다른 재일교포 작가들과 달리 좀처럼 재일교포 정체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첫 모국 공연은 <아타미 살인사건>을 <뜨거운 바다>로 재탄생한 작품이었다. 한국 배우들과 함께 연습하며 그는 한국 문화를 배워갔고 그의 생각은 곧 대사로 바뀐다. <뜨거운 바다>는 그가 뒤늦게 발견한 조국의 모습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 후, 일본으로 건너간 츠카 코헤이는 자신의 재일 경험을 바탕으로 제2의 연극 인생을 시작한다. 이때 발표된 작품이 바로 재일교포로써 겪어왔던 갈등과 고민을 솔직히 털어 놓은 에세이 <딸에게 들려주는 조국>이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한국에선 본격적인 일본문화개방정책이 펼쳐진다. 1999년, 양국 문화 교류의 선봉이라는 임무를 띠고 또 다시 한국을 방문하는 츠카 코헤이. 당시 일본에선 총리였던 오부치 까지 격려 방문을 할 만큼 일본의 관심은 대단했다.
드디어 준비기간만 1년이 걸린 ‘츠카 3부작’이 공연됐다. ‘츠카 3부작’은 그의 대표작 <아타미 살인사건>을 3가지 버전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1985년도의 영광을 담은 <뜨거운 바다>와 젊은 한국 배우들로 구성된 <평양에서 온 형사> 그리고 일본 배우들로 구성된 <매춘 수사관>이었다. 그는 심혈을 기울여 조국 문제와 재일 교포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평양에서 온 형사>에선 분단 문제를 다루었고 <매춘 수사관>에선 재일교포 문제를 녹여냈는데,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실망한 츠카 코헤이는 다신 한국을 찾지 않겠다 말을 남기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2010년 1월 폐암 사실을 언론에 공표한 츠카 코헤이. 그전까지 그의 병환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병세가 악화 된 와중에도, 병실에서 전화 연출을 계속 했던 츠카 코헤이. 그는 뜨거운 열정으로 한국에서의 공연 역시 계획 중에 있었다. 하지만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 츠카 코헤이는 2010년 7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러나 그가 떠난 10년 뒤인 2020년 츠카 코헤이의 작품이 극단 청춘오월당에 의해 다시 막이 오르게 되었다.
전용환은 배우 겸 연출가다. 연출작으로는 <노란방>, <로미오와 줄리엣>, <오필리어 사랑이야기>, <갱스터 넘버원>, <남자가 간다>, <푸줏간 여인>, <착한여자> 그리고 <접시 닦기들>에 출연도 하고 <세자매>, <두드리 두드리>를 번역하기도 했다.
극 중 배경은 서울 경찰청 부장 형사의 취조실이다. 북에서 최고 지도자의 밀명을 받고 밀서를 전달하는 여형사가 평양에서 특파된다. 남남북녀라는 말이 있듯이 북에서 온 여형사는 미녀다. 부장 형사는 첫눈에 여형사에게 반한 듯싶다. 여형사가 온 것은 인천연안부두에서 탈북여성의 시체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라는 설정이고 용의자인 남성이 경찰청으로 취조를 받으러 오게 된다. 그런데 막상 무대에서는 범죄용의자가 아니라 “딜라일라”를 부르며 가수처럼 등장한다. 취조와는 별 관계없어 보이는 이야기와 노래가 한동안 계속된다. 남의 형사와 북의 여형사 박의 이상야릇한 관계가 한참동안 펼쳐지는 가운데 답답해진 범인은 자신도 모르게 사건의 전말을 털어놓게 된다.
조명과 상징적인 소품이 자칫 비약으로 비칠 수 있는 이야기의 간극을 채운다. 가령 부장형사는 자신이 한 남자 혹은 개인으로서의 삶에 '한 발 더 내딛지 못하고' 자신의 삶과 남의 삶을 넘나드는 형사의 숙명을 효과적으로 나타내는가 하면, 차장검사는 체구에서부터 음성까지 여성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대조를 이룬다. 장면의 전환에서 서로 다른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 전통가요가 사용되면서 관객을 극 속으로 이끌어 들인다. 클래식 협주곡과 발라드풍의 가요, 춤곡 등이 차례로 사용되면서 부조화 속에 묘한 조화를 이룬다. 형사들의 이야기가 점차 산으로 가는 와중에 무대에는 급기야 마이크가 등장하고 노래방 분위기까지 연출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탈북민 특히 여성들의 삶이 얼마나 괴롭고 험난한지를 극에서 알려준다. 탈북여성이 매춘까지 해야 하는 정경이 전해진다. 그리고 남의 형사와 북의 여형사간 사랑이야기가 다소 신파극적 표현으로 전개된다. 신파극 뿐 아니라, 악극 또는 희극적으로도 연출된다. 결말은 사랑도 연애도 모두 비극적인 귀결을 하고 남과 북의 형사는 죽음으로 이별을 하게 된다. 마지막은 아나운서의 음성으로 2032년 남과 북이 올림픽을 공동개최하리라는 소식과 함께 북이 핵을 폐기하기로 결정해, 남북통일의 실현이 다가오고 있다는 해설과 함께 연극은 마무리를 한다.
김정남, 병영후, 김단아, 박신애, 신세윤, 이경성이 출연해, 총체극에 출연한 것처럼 열연과 열창으로 관객을 극 속으로 이끌어 들이고 우레보다 큰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하경화, 드라마투르그 양기찬, 무대 김용겸, 조명 곽두성, 영기감독 이경성, 안무 김성일, 뭇 김홍수, 음향 황동근, 기획프로듀서 정구진, 조연출 정장환, 사진 안규림, 디자인 NINE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극단 청춘 오월당의 하경화 예술감독, 김봉웅 작, 전용환 각색 연출의 <평양에서 온 여형사>를 한편의 수준급 서사극적 총체극으로 창출시켰다.
7월 11일 박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