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세오름 휴게소 건물 위쪽 평지를 걷는다. 오늘따라 모노레일은 침묵뿐 가동을 않는다. 그래도 이쪽 햇볕이 따뜻해 그런지 제법 많은 철쭉꽃을 볼 수 있다. ‘노루샘’으로 야생노루가 목을 축이는 곳이다. 둘레둘레 휘둘러본다. 정말 노루 몇 마리가 풀숲에서 노닌다. 이곳이 일명 ‘천상의 정원’이다. 진시황이 애타게 찾았다던 ‘시로미’가 서식한다. ‘시로미’는 일본 북해도와 우리나라 한라산에서 서식하는 불로초다. 앵두 알만한 크기의 붉은 열매로 그 효력은 굳이 여기서 논할 필요가 없다. 그런 이름을 얻은 것만도 충분한 약효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한라산 바로 이곳에서 서식하는 것이다. 구상나무 숲을 지난다. 이따금 고사목들을 바라보며 무상함을 느끼기도 한다. 병풍바위 위에 섰다. 갑자기 발밑이 푹 꺼져 내린 절벽이다. 저 아래로 확 뻗어 나간 너른 평원은 마치 목초지 같아 보인다. 저 멀리까지 까마득하게 펼쳐지는 넓고 넓은 광활한 벌판이다. 휘이익 바람이 몰려가고 몰려오고 출렁인다. 휘감았던 구름이 걷히며 열리는 경이로운 풍경으로 아련한 꿈결 같은 희망이 넘실거린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어도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 가슴 뿌듯이 차오르는 행복이다. 말이 뛰고 소가 풀을 뜯는다. 사슴이 뛰고 노루가 노닌다. 까마귀 날고 마음이 달음박질친다. 저 아래가 산신령들이 살았다는 영실이다. 머뭇거리면 안 된다. 도전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거다. 풋풋한 신록은 계곡을 타고 내려가 바다가 된다. 철쭉꽃은 꽃잔디로 보인다. 영실기암에 5백 나한상을 만들고 그 속에 신선처럼 붉은 소나무마다 거북이 등에 무늬가 생겼을 만큼 수백 년 오래된 나무는 아름다운 숲을 만들었다.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 하듯 산속의 날씨 또한 속단할 수 없다. 구름에 비까지 걱정하였는데 활짝 갠 하늘 아래 펼쳐진 푸른 오월의 파노라마는 시원하게 밀어주는 바람과 함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또한 뭍에서 온 손님에게 베푸는 배려이지 싶어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