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Ⅱ-105]아름다운 전통- 전라고 6회 연례행사 ‘쌍육절’
‘아름다운 전통(tradition of delight)’이라기 보다는 ‘아름다운 연례행사(an annual event of delight)’라 해야 맞을 듯하다. 전통傳統이라 한 것은 의미가 깊은 연례행사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년부터 해마다 6월 6일 ‘쌍육절雙六節’이라는 이름으로 거행하는 전라고6회 재경동문회의 소풍逍風(원족遠足) 이야기이다. 포인트는 옆지기들을 동반한다는 것. 어느 해는 40쌍이 넘어 120명에 관광버스 4대를 대절했으니 말 다한 셈이다. 따라서 플래카드 제목은 언제나 <전라고-전라여고 6회 20?? 수학여행>이었다. 여기에서 ‘전라여고’라 함은 가상의 고교로 ‘전라고생’과 졸업한 여성은 자연적으로 전라여고생이 됨을 뜻한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세계적 역병에 3년 동안은 걸러야 했으나, 태반이 정년퇴직한 지금도 여전히 그 위세威勢를 자랑하고 있다(지난해 한탄강주상절리 둘레길 여행에 50명이 넘었다).
아무튼, 엊그제 서울에서 2024년 수학여행 사전답사단 4명(선재 고병갑회장, 흑백호 최규근 총무, 재경-전북 소통위원장 윤중현, 소탈한 인간미의 아이콘 우재 김종진)이 전주에 왔다. 반가운 손님, 만사를 제치고 점심식사(비빔밥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한국관) 자리에서 반갑게 만났다. 우리의 추억이 어린 덕진연못을 둘러보고 온 길. 오후 한옥마을 코스를 생각했으나, 6월 6일은 날씨가 무척 더울 것이므로 형수(친구의 부인)들이 짜증을 내면 안되거니와 심기心氣를 거슬리면 모임이 망칠 것이므로 새로운 관광명소를 물색, 임실 옥정호 붕어섬 출렁다리가 ‘영순위’로 대두됐다.
붕어섬을 출렁다리로 건너보니까 명불허전名不虛傳임을 알게 됐다. 가벼운 트래킹 A코스가 1시간 30분, B코스 40분. 돌다보니 그럴 듯한 카페에서 임실치즈 요구르트도 별미였다. 작년에는 호수에 물이 바짝 말라 거북등 형상이더니, 겨울과 봄에 비가 많이 와 뷰도 좋았다. 그런 곳에서 생각지 않은 고교 친구를 만나니 더욱 반갑다. 2반의 송상목 친구가 형수와 데이트를 왔단다. 쌍육절 참석을 강권했다. 그런데 해마다 그렇지만, 순국선열을 기리는 현충일顯忠日인 게 늘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6회이므로 6월 6일, 쌍육절으로 정한 게 처음부터 관행이었으니 바꾸기는 쉽지 않은 일. 더구나 교통체증에 시달렸던 게 무릇 기하였던가. 와본 사람들도 있을 터이나, 단체로 구경하는 것은 안성맞춤 코스이다. 혹시 시간이 좀 남는다면 전주 한옥마을 일별一瞥을 고려하자며 사전답사를 마쳤다.
이번 여행은 지리적으로 가까우니 전북지역 동기들의 많은 참석을 원하다는 회장단의 부탁을 외면할 수 있으랴. 나야 귀향을 했어도 영원한 재경회 고정멤버이므로 당연한 일이지만, 그동안 소원했던 전북동기회의 친구들이 대거 참여해 자리를 빛냈으면 좋겠다. 뷰가 기똥찬 커피샵(애뜨락)이 인근에 있는데, 들를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이구동성. 어쨌든 잡아놓은 날짜는 금세 오고야 만다. 참석을 독려하는 회장단의 수고로움만 남았을 뿐.
저녁은 중화산당의 <연가>에서 불낙전골(불고기낙지)로 8명이 화기애애했다(전주지역 4명 합류). 헤어지기 섭섭하나 쌍육절 만남을 기약하며 돌아오는 발길, <쌍육절 소풍> 참 유별나다고 생각했다.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지난 20여년간의 소풍이 떠오른다. 과천식물원의 ‘장미공원’에서 시작했던가. 한강 유람선- 안면도, 용유도 국사봉, 괴산 옛산길, 도담삼봉과 충주호, 부여 낙화암과 백마강, 강화도 등 참 많이도 쏘다녔다. 1일소풍 예산이 보름새 2000만원씩 자발적으로 걷혔다던가. 소풍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2008년 인우 최규록 ‘왕회장’ 때와 2012년 최영록 회장 때의 KTX 경주 수학여행일 듯하다. 2008년은 관광차 4대로 120여명이, 2012년에는 전라고-전라여고생 100명이 추억의 교복으로 갈아입고 경주시내(불국사-첨성대-대왕릉 등)를 반나절이나 활보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죽했으면 중앙일간지에서 한 면을 통째로 털어 ‘전라고 소풍 애기’만을 다루었을까. 아, 그때가 좋았던가?
전주 전라고 6회 재경동창회, 정기·산행·번개모임 합쳐 1년에 25~26번 만나 | 중앙일보 (joongang.co.kr)
하지만, 지금이 더 좋아야하고, 앞으로 10년 정도 모두 해피해야 한다. 요때가 우리 인생의 황금기인 것을, 돌아갈 수 있다해도 돌아가고 싶지 않고, 딱 좋은 이때다. 부지런히 옆지기 형수들의 손을 잡고 여행을 다니며 인생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왜 그러지 않겠는가?
서울–전주친구들아, 그날 또다시 ‘우허니’ 모여보자. 포항, 순천, 공주, 대전, 부산, 광주에서도 날라온다. 그날은 아무래도 <전라고 6회의 날>로 고지먹은(도맡다는 뜻) 날일 듯하다. 기대하시라. 개방 박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