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TV에 맹인 가수 이용복이 출연했다. ‘근육 긴장 이상증(dystonia)’을 앓고 있는 마라토너 이봉주와 만나는 자리였다. 근육 긴장 이상증은 근육이 비틀어지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봉주를 만난 이용복은 “나는 눈을 완전히 긁어내고 의안을 넣었으니까 의학적으로는 회복이 안 된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될 수 있다 믿는다. 현재 개발 중에 있다”며 엷은 미소를 띠었다. 그러면서 “내가 언젠가는 이봉주 선수를 태우고 운전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고 흉중의 소원을 언뜻 내비쳤다.
이용복이 말했다. “나는 수건으로 눈을 가리는 수밖에 없는 인생인데 그 세계에 빠져보면 즐거운 면도 있더라고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죠. 병이 고쳐질 때까지 세상에 보람 있는 일 많아요. 웃고 살다보면 근육도 이완된다고 해요.”
고희를 넘긴 이용복은 나이임에도 얼굴에 주름살이 거의 없었다. 이용복의 얘기를 듣고 보니 그의 건강 비결이 긍정마인드 덕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긍정 앞에선 세월도 비켜가는 모양이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게 소원하는 일이지요. 시각장애인 친구는 평생 운전 한 번 해보는 게 소원이라고 하더군요.” 그냥 툭 던진 이용복의 한 마디가 내 심장 깊숙한 곳을 쳤다. 우리가 늘상 하는 운전도 누군가에겐 평생의 소원일 수 있다니! 꽉 막힌 도로에서 무작정 내는 짜증조차도 누군가에게는 환희의 순간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것은 결코 가진 것이 적기 때문이 아니다. 불행의 근본 요인은 자기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 탓이다. 그것을 맹인 가수 이용복이 잠시나마 깨우쳐주었다. 이용복은 가수이기 이전에 행복의 참 스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