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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넌 박하사탕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
교양 수업을 같이 듣던 서림이가 나에게 묻는다. 그 대답에 나는 “응. 박하사탕은 먹어도 질리지가 않아.”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박하사탕 봉지 하나를 뜯어 입안에 밀어 넣었다. 시원한 박하사탕 향기가 내 몸 깊숙이 퍼져 나갔다. 오른쪽 팔을 들어 턱에 괴고 수업을 들으며 박하사탕을 음미하며 생각에 잠겼다.
중학교 3학년 때, 정말 힘든 시절이 있었다. 아버지의 외도로 인해 어머니와 싸움 횟수가 많아 지셨다. 그 모습이 보기 싫어 동생과 함께 밖에 나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밤늦게 집에 들어오곤 했다. 그 날도 변함이 없었다. 이제는 내 마음이 지쳐만 갔다. 나는 같이 가던 어린 동생의 손을 놔버리고 앞으로 먼저 뛰어갔다. 뒤에서 동생이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른 속도로 뛰어갔다.
중학교 1학년 때, 육상 부였던 나는 숨이 차오른다거나 힘들지 않았다. 한참을 달리다 코너를 왼쪽으로 돌 때였다. 마주오던 한 남자와 부딪혀 “아얏!”하며 나는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자연스레 내 미간도 좁혀졌다. 그 때 커다란 손이 나에게 내밀며, “일어날 수 있겠니?”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목소리 때문 이었을까? 미간 좁혔던 인상을 풀며, 큰 손을 잡으며 일어났다. “고맙습니다.”라고 그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다행이네. 넘어졌는데도 울지 않네. 그런 의미로 내가 상을 줄게. 자 받아.”
남자는 박하사탕 한 개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잠시 머뭇거리자, 남자는 내 작은 손 위에 박하사탕 한 개를 주고는 가버렸다. 남자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박하사탕 향이 강하게 났다. 뒤를 돌아 남자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그 날 이후로 나는 박하사탕만 먹기 시작했다. 9년이 지난 지금 까지도 여전히 박하사탕만 고집하며 먹는다.
피아노와 플롯, 트럼펫, 바이올린, 첼로가 울려 퍼지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 음악이 레스토랑 안에 울려 퍼지며 네로는 고등학교 친구인 풍소를 대학교 후배인 단민에게 소개시켜주고 있었다.
“풍소야, 내 대학교 후배 단민이 정말 예쁘지?”
풍소는 얇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짜식, 대답을 하면 될 것을. 단민아! 저 녀석의 저런 모습 아무나 볼 수 있는 게 아니야. 쑥스러워 그런 거니 네가 이해해.”
“알았어요. 선배.”
“아이고! 벌써 이렇게 시간이 되었네. 나 이만 갈게. 약속 있거든.”
그들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네로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카운터로 갔다. 그들이 먹은 음식들까지 계산하며 레스토랑 문을 열고 나갔다.
“풍소야, 단민아! 너희들을 위해 큰맘 먹고 한턱 사는 거니, 꼭 잘되길 바란다.”
계단을 내려가며 네로는 그들의 축복을 빌어주며 역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네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먹다 남은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풍소는 단민에게 “우리도 이만 일어날까요?” 물어보자, 단민은 “네.”하고 대답해 주었다. 계산하러 먼저 카운터로 간 풍소는 지갑을 꺼냈지만, 다시 집어넣었다. 레스토랑에서 나온 그들은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걸었다. 그러다 단민이 먼저 발걸음을 멈추자, 옆에서 걸었던 풍소도 따라 발걸음을 멈추었다.
“제가 마음에 안 드나요?”
단민보다 16cm나 더 큰 풍소를 올려다보며 물어봤다. 아무 말이라도 안 걸어준 풍소에게 서운 한 것인지, 아니면 못마땅한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 단민을 풍소는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아차! 싶었다. 소개팅 하기 전, 네로는 풍소에게 신신당부 했었다. 자신이 아끼던 후배를 소개해주면, 더는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그 소녀를 잊으라고 말이다. 그 말 듣고, 자신도 사춘기처럼 첫사랑을 못 잊고 시간낭비를 하는 것보다 소개팅을 받아 새로운 사랑을 하는 게 나을 거라 다짐했다. 그런데, 그럴 수 없었다. 아직, 내 마음이 첫사랑의 기억을 놓아주지 않는다.
“그런 거 아니에요. 제가 잠시 회사 일에 고민 좀 해서요. 실례를 했네요.”
회사 핑계로 얼버무렸다.
“그럼, 우리 조금 더 이야기를 하는 건 어때요? 전, 당신이 마음에 들어요.”
단민은 풍소가 알고 지낸 누나와 동생들보다 달랐다. 3살이나 어려서 일까? 그녀의 적극적인 모습에 풍소는 알았다고 말했다. 어쩌면 이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망설이는 풍소에게는 더더욱.
"이상, 수업을 마치도록 할게요."
교양 교수님이 강의실을 나가시자, 점심을 먹기 위해 서림과 함께 학생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 거의 도착할 때쯤 서림이가 나에게
"우리 밖에서 먹는 건 어때? 학생 식당에서만 먹었더니 너무 질린다." 의견을 제시한다. 그녀의 의견에 반대할 이유가 없어 찬성했다. 발걸음을 돌려 밖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서림아, 옥인아 나도 같이 가!"
왼 손을 흔들며, 우리가 있는 쪽으로 뛰어오는 명이다. 동명, 서림, 나 이렇게 셋이서 실내디자인과 동기였다. 유일하게 동명은 남학생이다. 교양으로 듣는 서림과 나와 반대로 동명은 일본어 수업을 듣는다. 때마침, 일본어 수업도 같은 시간에 끝나는 지 점심시간 때는 늘 셋이서 같이 먹는다. 헉헉 거리며, 동명은 숨이 찬지 숨 고르고 있었다.
"너 아무리 봐도 체력단련 좀 해야겠다."
아직도 숨이 찬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천천히 오지. 급하게 뛰어오니? 그러다 차라도 지나갔으면 어쩔 뻔 했어."
생각만 해도 끔찍한지 몸서리치며 말하는 서림이었다. 그 말에 명이는 "너희들과 간격차이가 벌어질까봐." 헤헤거리며 뒷머리를 긁적인다.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나는 명이의 왼쪽으로 팔짱을 걸며 앞으로 갔다. 명이는 순간 당황하는 것 같더니 말없이 걸어갔다. 거의 도착할 때쯤, 명이는 아까와 달리 무슨 변덕인지 내 팔을 풀며 마음이 바뀌었다며 학생 식당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정문으로 뛰어간 명이는 건물에 기대어 왼손을 가슴에 대며 숨 고르며 "내 심장 뛰는 소리가 옥인한테 들킬까봐 큰일 날 뻔 했네."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됐는지 학생 식당 안으로 걸어갔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옥인과 서림과 지내오면서 처음에는 편한 친구로만 느껴졌다. 그래서 스스럼없이 팔짱도 끼고 장난도 치며 지내왔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옥인이가 친구가 아닌 한 여자로 느껴졌다.
(2)
"서림아, 명이 왜 그러냐?"
"그러게. 별일이네."
서림과 나는 보이지 않는 명이를 바라보며 한 마디씩 했다. 서림은 얼른 먹어야 다른 수업에 늦지 않는다며 얼른 가까운 식당 안으로 들어갔지만, 가게 안은 학생들로 인해 꽉~차버려 다른 곳으로 가야했다. 우리는 부대찌개를 시켜 맛있게 먹고는 수업 들으러 공학 관으로 걸어갔다.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저도요."
풍소의 말에 대답하는 단민이다. 2차로 술집에서 나온 그들은 밤도 깊어 큰길가 쪽으로 걸어갔다. 짧으면 짧고, 길다고 생각하면 긴 3분 거리였지만, 2시간 전보다 조금은 친숙한 분위기였다. 단민에게 잠시 기다리라며 택시를 잡기 위해 오른손을 뻗은 풍소다. 2대를 놓치고 나서야 택시 한 대가 그들 앞에 섰다. 풍소는 단민이 탈 수 있도록 택시 뒷문을 열었다. "고마워요."라며 단민은 뒷좌석에 올라탔다. 뒷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집까지 안전하게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택시비를 건네주고 인도로 올라탔다. 택시는 매끄럽게 출발하며 멀어져가는 단민에게 풍소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의 시야에 보이지 않게 되자, 택시를 잡을까하다 말고, 1시간 걸리는 집까지 풍소는 걸어갔다. 주머니에 늘 가지고 다니던 박하사탕 하나를 꺼내 입안에 넣었다. 달달한 맛과 함께 박하사탕을 여기저기 굴리니 향이 진하게 베어 나온다. 추운지 잠바 점퍼를 끝까지 올렸다. 이어폰을 껴 Aqua의 Candy Man을 들었다.
"남자친구가 자상하네."
웃으며 말하는 택시기사 말에 단민은 "그럼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웅웅~거리며 핸드폰 진동이 울려댄다. 발신자 확인을 해보니 별명이라던가! 기억에 남을 이름으로 저장되어있지 않고 무미건조하게 '대학선배'라고 되어있다. 단민은 통화버튼을 누르며 귀에 갖다 대었다.
"풍소랑, 이야기 많이 했어?"
"제가 많이 했어요. 풍소 씨는 가끔 말한 게 다고요."
"그 녀석이 처음에 낯을 좀 가려서 그런 걸 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응. 그 녀석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네로는 "알고 보면 참 좋은 녀석이야." 말을 이었다. 단민도 조금 더 풍소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말을 하며 통화를 마쳤다. 도시 한복판에 찾기 쉽게 위치한 오피스텔이 보이자, 택시기사에게 세워달라고 말했다. 그녀 말대로 세우자, 내려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간 단민은 욕실로 가 샤워기를 틀고 샤워를 했다.
(3)
그로부터 일주일이 흘렀다. 나는 비싼 대학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메리카 노를 마시며 벼룩시장과 스마트폰으로 알바몬을 보고 있었다. 한참을 보다 눈이 아파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내려놓았다. 펼쳐놓았던 벼룩시장도 덮었다. 여기저기 쑤시자, 목을 돌리고 허리도 돌리고 양손을 깍지 껴 기지개를 쭉~폈다. 시계를 쳐다보니 PM 2:30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에 벼룩시장과 볼펜들을 집어넣고, 마시던 커피를 쟁반에 내려놓으며 Takeout있는 곳에 올려두고 커피숍을 나왔다. "다음에 또 오세요." 상냥한 종업원의 말을 들으며.
"풍소야 왜?"
풍소는 대학교 1학년 때 친구 집에서 오다 만났던 눈물이 그렁그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작고 귀여운 소녀랑 비슷한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풍소랑 같이 일한 동료직원이 커피숍에 들어가다 만 그의 행동에 물어본다. 풍소는 "어디선가 많이 본 사람 같아서."라고 말하며 커피숍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 물랭루즈(moulin rouge) 대학로 1호점에 새로 오픈할 매장으로 인해 고객과 여기서 만나기로 했다. 잠시 후, 40~50대 먹은 중년 남성이 커피숍 안으로 들어와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들은 자신을 소개하며 간단하게 인사를 했다.
"뭐 드시겠습니까?"
"들어오면서 시켰어요."
"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긴 도면들을 펼치며 그들은 앞으로 공사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고객과 미팅 중이었다.
첫댓글 박하사탕... 별로 좋아하지않는데 이글을 읽고나서 얼마전 누군가 줘서 받아놓은 그 사탕이 생각났어요.입에 하나 물어보고 싶어져서..^^
저도 박하사탕은 안 좋아해요. 하지만, 아쿠아의 캔디맨 노래를 듣다 스토리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소설을 써 봤답니다.^^
박하사탕은 자고로 외식후 계산대에서 한손은 이쑤시게 또다른한손은 분홍줄그어있는 박하사탕 요래무거봐야 아~~박하사탕 무거봤다하는거라지요 헤~~^^ 홍홍 지송해염 글읽고댓글달러왔다가 박하사탕에 삐리리 박혀서 (_ _)
괜찮아요. 이렇게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네요. 연재가 좀 뜸해질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 성실연재 하도록 할게요.^^
박하사탕 잘 먹고 갑니다~^^
댓글 감사 드립니다. 저도 열심히 성실연재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