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님의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에 수준에 올라있다고
가정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른 분도 말씀하셨듯이 번역은 영어 실력 못지 않게
우리말의 표현력도 중요합니다.(저는 이 쪽에 더 비중이 있다고 봅니다)
정말 번역이 하고 싶으시다면 표현력을 키우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다독만큼 좋은 것도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대학 4년간 신문 읽는 시간만 하루 3시간 이상이었습니다.
물론 공부 차원에 읽은 건 아니고 그저 좋아서 읽었을 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신문부터 펼치고 학교 가면
도서관에서 지루할 때마다 일간지와 스포츠 신문을 심심풀이로 읽었죠.
연속극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저녁 먹은 후에는 또 신문을 찾았구요.
(정치면과 광고 빼고 전부 다 읽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군요.)
그런데 신문을 그렇게 습관적으로 읽은 새에
나도 모르게 논리력이 길러진 것 같더군요.(물론 책도 제법 많이 있었어요.^^)
번역에 제법 소질도 있었는지 함께 수업 들었던 가까운 선배가
졸업 후 외국계 회사에 취업해서 간간히 제게 일감을 주었죠.
아, 그에 앞서 지인 소개로 영화 사이트에 올라갈 영화 기사를 번역한 게
제 번역 입문 동기라고 봐야겠군요.
물론 무보수였어요.
분량은 일주일에 2,3페이지 정도였는데
막상 내가 읽은 걸 글로 옮긴다는 게 만만치가 않더군요.
그래도 한 페이지를 예일곱 시간이 걸릴 정도로 성의껏 했습니다.
저로선 좋은 경험이었죠.
좋은 표현이 있을 것 같은데 상투적인 문장이나 단어만 떠오르더군요.
그때부터 주로 도서관의 책을 빌려보던 습관을 고쳐서 책을 사기 시작했어요.
보통 국문 소설을 읽어가면서 필요한 단어에 표시를 하거나
책 뒷장 간지에 그 단어들을 적어두었습니다.
일종의 연상 효과였죠.
영어를 보고 우리말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우리말을 보면서
'아! 이 말은 영어의 무슨 단어에 쓰면 괜찮겠다.' 이런 식이죠.
소설가 신경숙씨는 표현력을 기르기 위해
톨스토이 작품 3권을 손으로 썼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번역에 맞는 성격인지
번역 3년차까지만 해도 생활 자체가 공부였네요.
하다 못해 지하철을 타도 벽면에 붙은 광고 문구를 보고도
'왜 저렇게 표현했을까? 그렇게 표현하는 게 더 자연스러울텐데'
이런 생각만 하고 있었죠.
이 단어들을 보면 어떤 표현이 떠오르나요?
제가 번역 교육 회사에서 일할 때 보면
필중팔구는 문맥에 관계 없이 이렇게 번역하더군요.
...하려고 노력하다(애쓰다, 시도하다)
...에 집중하다(촛점을 맞추다)
우선 순위
....관계 없이
사전과 문법책에 다 이렇게 나와 있어서 그런지
다른 표현은 보기 힘듭니다.
...하려고 안간힘 쓰다
...에 전념하다(총력을 기울이다)
선결 과제
...에 구애 받지 않고
이렇게 번역하는 게 더 맛깔스러운 경우도 있습니다.
(갑자기 생각해내려니 좀 더 적절한 예문이 떠오르질 않네요.)
눈으로 보고 머리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직접 번역해서 글로 옮겨보세요.
하루 이틀 지나서 다시 보면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보일 겁니다.
그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줄이는 게 관건입니다.
단어 하나에 시간 아끼지 말고 해결할 때가지 투자하십시오.
그게 다 공부가 됩니다.
번역을 직업으로 삼고 밥벌이에 목매야 할 때가 되면
저처럼 닳고 닳아서
단어 하나가 인형 눈알 하나라고 생각할 만큼 시간 투자에 인색해지고
더 이상 자기계발은 물 건너갑니다.
표현력이 부족한 번역사는 절대 살아남지 못합니다.
찬찬히 게시판 읽어 보세요.
이미 님과 같은 고민에 대해 많은 분들의 좋은 조언이 눈에 띌 겁니다.
첫댓글 차근차근 조목조목 바로 옆에서 설명을 들은 듯 합니다. 제게도 도움 되는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