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1.16 661호
연봉이 오르는 걸 싫어하는 프로 선수들은 없겠지만 성적을 제대로 낸 선수들은 최하 100% 연봉 인상폭이라는 배부른 밥상을 받고 포식하고 있다.
지난 2004년 프로야구 최고 투수로 군림하며 페넌트레이스 MVP, 생애 첫 투수부문 골든글러브, 프로야구선수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 야구원로들의 모임인 ‘일구회’ 선정 우수투수 등 각종 상을 휩쓸었던 ‘영계’ 배영수(삼성). 이제는 삼성의 간판투수로 우뚝 서며 지난해 1억1천만원에서 100%오른 2억2천만원을 받으며 명실공히 별 중의 별로 떠오르며 을유년을 자축하고 있다.
같은 팀 권오준은 무려 212.5%라는 경이로운(?) 인상폭을 자랑하며 두둑한 새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2천4백만원에서 올해는 7천5백만원에 사인하며 성적에 따른 짭짤한 결과를 만끽하고 있다. 권오준이 배영수에 비해 인상폭이 더 클 수 있었던 건 연봉이 2천4백만원에 불과해 이번에 대폭적인 연봉인상이 가능했다. 권오준의 경우엔 배영수에 이어 팀내 연봉고과 2위에 올라 일찌감치 연봉 대폭인상이 예고되기도 했다. 권오준은 “인상폭만 언급되다 보니 주변에서는 연봉이 상당한 걸로 아는 분들이 많다”면서 “내년에는 억대 선수에 이름을 올려놓는 것이 목표”라며 새해 소망을 피력했다. 올해부터 옵션조항을 없앤 삼성구단이지만 윤성환, 조동찬도 100% 인상된 연봉을 챙겼다.
한국시리즈 MVP 조용준(현대)은 9천5백만원에서 110.5% 인상된 2억원에 사인하면서 역대 프로 4년차 최고액을 경신했다. 조용준은 “인상폭보다도 구단에서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 같아 구단에 감사한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또한 신인왕 후보였던 송창식(한화)은 올해 125%가 인상된 4천5백만원에 사인했으며 오재영(현대)도 구단의 150%의 인상률을 제시받아 2천만원에서 5천만원에 제계약했다. 김경태(SK)도 3천6백만원에 일찌감치 사인하며 인상폭 100% 선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구단과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는 선수도 있다. 작년 1억6천만원을 받은 홍성흔(두산)은 연봉고과 1위에 등극, 100%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구단은 ‘3억원 이하’로 마지노선을 그었다. 지난해 3천7백만원을 받은 잠재적 거포 신인 이대호(롯데)도 내심 100% 인상을 요구했으나 조금 후퇴해 7천만원으로 합의하고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박용택(LG)도 연봉고과 수위에 들어 100% 인상을 바라고 있지만 상황은 아직 미지수다. 이처럼 성적을 낸 선수들은 100% 이상의 인상이 당연하다는 눈치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