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계십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도..."
"기억을 되돌리는 시동어는 뭐야??"
슈런이 귀찮은 듯 미간을 찌푸리며 떡- 하니 그 자리에선다.
"궁금해서 그래~ 기억을 되돌리는 시동어가 뭐냐구우우!!!"
"내 이름."
"응???"
"기억을 되돌리는 시동어는 바로. 슈런."
"슈런-!!!!!! 슈런!!!!!!!!!!"
가슴이 뻥 하고 뚫린 듯 시원하고 아리고 기쁘다. 눈물이 북받쳐 오른다. 그를 알아 볼 수가 있어서... 그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알 수가 있어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내 이마에서 거대한 빛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검은 마력이 스물스물 내 머릿속에 서 빠져나와 마왕의 상징. 보석 검은 다이아의 모습을 하고는 이내, 쨍그랑- 깨져 산산조각이 난다. 그리고 나의 머릿속에는 슈런과 함께 했던 모든 기억들 이 싸그리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슈런-!!!"
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렸지? 슈런의 모습이 보이지가 않는다. 나를 보러 이곳에 왔을 텐데... 화가 났을까...? 자신을 기억하지 못해서...? 그래서 화가 났을까...? 슈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리둥절하니 황당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상관없다. 나의 그, 나의 슈런, 나의 사랑... 그이만 찾으면 돼. 슈런만...! 슈런만 찾으면...!!!
"슈런-!!!"
"아가씨, 이게 대체!"
“아,아가씨!!!!”
기사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기다란 검을 꺼내서는 털썩 주저앉아 시퍼런 칼날을 내 목에 가까이 대었다.
"꺄악-!!"
"셀리나 아가씨!!!!!"
"아가씨! 이러시면 안 되요!!!"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내 귓가에 들리지만 괜찮다. 시퍼런 칼날이 서 내 목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이 칼 날이 두렵지만... 괜찮다.
"슈런-!!!!!!!"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외쳤다.
기억하지 못했던, 바보 같이 잊어버렸던... 그가 자신의 이름이 뭐냐고 물었을 때 멍청하게 마왕이라고 대답했던 것을 보상이라고 하듯이... 커다 랗게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외쳤다. 끝임 없이 눈물이 흐른다. 내가 이렇게 눈물이 많았던가...? 바보 마왕 슈런 때문에 눈물이 많아졌어.
날 너무 괴롭혀서... 날 너무 아프게 해서...
"슈런! 숨지 말고 나와!!! 바보 새끼야!!! 이 멍청아!!!! 망할 마왕 놈!!! 나쁜 놈!!!!!"
“날 보고 있는 거 다 알아-!!! 니가 나타나지 않으면!!! 나 여기서 죽어버릴 거야!!! 여기서 죽어버릴 거라고!!!! 니가 날 떠난 거 헛수고가 되어버리게...!!! 니가 내 기억 지워버린 게 헛수고가 되어 버리게 죽어 버릴 거야!!!!! 나 거짓말 아니야!!!!!! 허풍이 아니...!!!”
뒤에서 따스한 기운이 느껴진다.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검을 잡았던 나... 그곳에 아주 크고 따뜻한 손이 나의 팔을 잡고는 천천 히, 아주 천천히 검을 나의 목에서 거둔다.
"협박이냐...?"
이게... 정말... 행복이야. 행복이라고 불리는 게 바로 이거라고... 가슴 따뜻해지고 미치도록 좋은... 심장이 찌릿할 정도로 좋은... 천천히 그를 향해 뒤를 돌았다.
"슈런..."
입이 자꾸만 곡선을 그리며 부드럽게 올라간다. 입이 귀에 걸린다는 말이 순전히 허풍인줄로만 알았는데 허풍 따위가 아니다.
정말로 좋으면... 그러고 싶지 않아도 정말 입에 귀에 걸린다. 너무 좋아서, 그 사람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의 검은 밤하늘만치 아름다운 검은 머리카락도, 루비보다 더욱 빛나고 깊고 진한 붉은 눈동자도, 눈처럼 새하얀 피부도, 나를 향해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어쩌면 거만하게 보일 저 미소도...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나... 이 남자를 너무 사랑한다.
"왜... 왜... 내 기억을 지워버린거야..."
"왜... 왜... 내 기억을 지워버린 거냐구...!!!"
"왜! 왜! 왜! 이 바보야! 이 멍청아!!! 왜 지워버렸냐구!!!"
눈물이 솟구쳐 나온다. 원망의 눈물? 아니다, 화가 나서...? 아니다.
"아프잖아... 아팠잖아... 여기가... 너무 아팠을 거 아냐..."
천천히 손바닥을 펴 슈런의 왼쪽 가슴에 손을 대었다. 두근두근. 그의 심장이 뛴다. 얼마나 아팠을까... 내가 그렇게 매정하게 돌아섰을때... 얼마나 죽고 싶었을까... 내가 그를 알아보지 못했을때...
"내 이름이 뭔 줄 아냐?"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정말 보고 싶었는데 저 붉은 눈동자, 정말 안기고 싶었는데 그의 품...
그가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가만히 나의 눈동자를 응시한다. 왜 몰라, 왜 모르겠어... 이제는 다시 잊어버리지 않을거야.
"슈런... 나의 하나 밖에 없는 마왕님... 슈런..."
나의 대답에 슈런는 너무나도 멋진 미소를 내게 그려보인다. 숨이 멎을 정도로 멋진 미소를 나를 향해 지어 보인다.
첫댓글 미쳤다 진짜 오랜만이다.. 와
이거 개존잼이었는데 개추억ㅜ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