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박정인
물이 하얗게 피어
한 다발 꽃이 되었다
저를 내던져 한 소리 얻기까지
꽃의 비명이 새하얀 꽃대를 늘여
소沼의 화병에 온몸으로 내리꽂힌다
한번 거꾸로 처박혀 본 물에서는 순종의 향기가 난다
재갈을 문 듯 고요를 되찾아 빙그르 몸을 낮추는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물이 물을 깨치고 깨치는 자각의 꽃임을
태고부터 이어온 아름드리 꽃의 투혼이
수천 필疋의 말씀을 펼칠 때
무지개를 품은 물보라가
말씀의 씨앗으로 퍼져 나간다
저 꽃대 너머
수평의 물을 일으켜 수직의 꽃으로 꽃꽂이하는
그 힘찬 손이 보이지 않는다
오직 소沼의 화병만이
적막도 귀가 먹는 물의 육성을 들을 뿐이다
(박정인 시집 『마침내 사랑이라는 말』44페이지. 천년의 시작 2022년)
[작가소개]
박정인 『시와 산문』신인상. 제 17회 전국공모 김포문학상 대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회원.『시와 산문』문학회 회원, <달詩 회원>,
<시for.net>회원. 시집 『마침내 사랑이라는 말』.《김포문화재단》지원금 수혜
[시작 노트]
물은 생물이었다 물속에선 숨이 싹트고 번성하고 있었다 소(沼)에 힘차게 내리꽂히는 장엄한 물이 내 눈앞에서 한 아름의 꽃으로 전위(轉位)되었다 꽃대를 늘이며 비명을 지르는 물은 누구를 위한 희생인가? 절벽 아래로 처박힌 물이 다시 용솟음치지 않고 빙그르르 소(沼)를 돌아나가는 모습에서 순종과 겸손을 배웠다 생의 질곡을 절실하게 느낀 물이 고요를 되찾아 새 삶을 살아가는 것을 목도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깨치고 깨쳐 아름드리 꽃다발이 되는~
만물의 존재 이유를 생각했다 폭포는 똑같은 자세로 억겁의 시간 동안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왜 갑자기 저 물의 말씀 앞에 숙연해지는가? 물은 몸으로 말하고 나는 눈으로 배웠다 장엄한 자태와 웅장한 소리에서 잡념이 사라지고 차라리 적막했다 물의 말씀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종교처럼 번져나갔다 폭포수를 꽃꽂이하는 거대한 손의 힘을 소스라치게 느꼈다 소(沼)의 화병만이 폭포의 육성을 들을 때, 나도 가까스로 물의 말씀을 눈치챘던 것이다 말씀에 순종하고 겸허해야 한다는.
글 : 박정인(시인)
첫댓글
오늘처럼 후덥지근한 날에는 시원한 폭포가 쏟아지는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네요... ㅎ
선생님의 작품을 읽으며 거꾸로 처박혀 본 물에서...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순종의 향기가 난다는 마음 저도 배우고 갑니다... ^^
이한옥 선생님 일찌감치 다녀가셨네요
지난 주엔 장마피해를 입어서인지 괜히 마음이 분주하여 제 시를 올렸답니다
폭포가 선생님을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해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폭포가 펼치는 겸허의 말씀들 마음으로 읽고 갑니다
바쁘신 가운데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상민 시인님 !
마음이 시원해지는 시 감사합니다. ^^*
김근열 시인님
폭포로 인해 시원해지셨다니
보람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