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때 박정승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나이든 노모를 지게에 짊어지고 산으로 올라갔다. ‘고려장’을 하기 위해서였다. 깊은 산 속에 도착한 박정승이 큰절을 올리자 노모가 말했다.
“얘야, 나라의 법을 어길 수는 없다. 날이 어둡기 전에 어서 내려가라. 네가 길을 잃을까봐 나뭇가지를 꺾어 길 표시를 해두었다”
박정승은 그 사랑에 감격해 노모를 다시 업고 내려와 남모르게 봉양했다. 그 무렵, 당나라 사신이 말 두 마리를 끌고 고구려를 찾았다. 사신을 “이 말은 크기와 생김새가 같다. 어미와 새끼를 가려 내보라”고 문제를 냈다. 조정은 매일 회의를 했으나 묘안을 찾지 못했다. 박정승이 이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보고 노모가 말했다.
“그게 무슨 걱정거리냐. 나처럼 나이 먹은 부모면 누구나 안다. 말을 하루 정도 굶긴 후 여물을 갖다 주어라. 먼저 먹는 놈이 새끼 말이다. 원래 어미는 새끼를 배불리 먹이고 나중에 먹는다”아들은 그 방법으로 어미와 새끼를 가려냈다.
그러자 당나라 사신은 고구려인의 지혜에 탄복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박정승은 임금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고려장’을 철폐할 것을 진언했다. 그때부터 고려장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