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오전을 쉬겠다고 하여 늦으막히 출발해 능주에서 장을 본다.
그으 오후 근무시간에 맞춰 송석기사식당에서 메기탕으로 점심을 먹는다.
그를 사무실에 내려주고 노동의 작은 벽옥산에 오르려 운전한다.
월림사 앞에 차를 세우니, 키가 없다고 한다.
시동을 끄지 못하고 전화하니 당연히 돌아오란다.
개가 짖으며 반겨주는 절에 얼른 올라 오층탑을 찍고 온다.
내려오는 길에 노랑 초가지붕이 보여 들어가니 지붕은 가짜인데 옛집의 모습을 갖고 있다.
집은 열쇠가 채워져 있다.
이웃의 검은 재실로 올라가니 벽옥재 현판이 걸려 있다.
글씨는 녹양 박경래의 낙관이 보인다. 장흥 사람인데 여기는 장흥과 가깝기는 하다.
그가 이 집의 주인인지 써 주었는지 모른다.
열쇠를 받아 일림산에 갈까하다가 작은 영화관의 영화를 본다.
2시 40분이어서 시간 여유가 있다.
차를 끌고 오다보니 건너 낮은 산턱에 고가 한채가 보여 가 본다.
이름도 없는 사정(射亭)이다. 1999년에 하승완 군수가 3천만원을 특별지원해 수리했다는
인새물이 붙어 있다. 30년도 안 되었는데 3천만원은 제값을 했을까?
바깥은 낡아 무너지려 하지만 안쪽의 목재들은 쌩쌩한 듯해 내가 돈 있다면 어디로 옮겨가고 싶다.
19금의 '동화이지만 청불입니다'를 보러간다.
7,000원을 주고 들어간 2관 30석인가는 나 혼자뿐이다.
낭비가 심한 듯해 괜히 미안하다.
영화는 정말 시간죽이기가 아니라 시간고문이다.
중간에 나와버릴까 하다가 끝까지 본다.
지금을 사는 젊은이들의 한모습이라고 하지만 불편하다. 난 꼰대다.
바보의 퇴근시각까지는 많이 남아있다.
도서관도 휴관이라 현충탑 앞에 차를 두고 망제산으로 올라간다.
작은 아파트로 내려가 다향체육관까지 걷다가 돌아오는 길을
아스팔트 싫어 임도로 잡았더니 광산김씨 재실이 나타난다.
그 앞의 빈집은 책이 많이 널려있고 입구에 김용국 시인의 시화가 서 있다.
그 분의 댁일까?
묘지를 지나 길없는 숲을 치고 올라 다시 산길을 찾는다.
5시 반쯤 바보가 퇴근하겠다고 얼른 오란다.
50분쯤 사무실 앞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으니 왜 미리 전화하지 않았느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