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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책 한 권
조윤수
안녕하세요?
오늘 추천하고 싶은 책은 <<나의 차마고도(茶馬孤道)- 오심지다(吾心之茶)>>입니다.
? - 책의 종류와 전반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반평생 동안 차(茶)를 알고 생활화하면서 얻은 덕과 차와 함께 얻은 깨달음에 대한 감상을 모아서 엮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 - 구체적인 내용 소개도 부탁합니다.
커피는 지옥보다 검고, 죽음처럼 강렬하며, 사랑보다 달콤하다는 터키의 속담처럼 향기는 매력적입니다. 커피 카페가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이 시대 우리나라 거리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지구의 태생과도 함께해온 동양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실 거리인 차나무의 잎으로 된 차에 대하여 소홀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박하지만 은근한 녹차와 풍미가 깊은 발효차의 매력을 오랜 체험과 함께 말합니다. 차에 대한 상식과 역사뿐 아니라 역사적 인물과 차가 있는 풍경과 차에 얽힌 일화, 문학작품 등을 소개합니다.
? - 차를 소재로 글을 쓰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내 인생의 전반기를 정리해보려고 수필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수필집 3권을 낸 바 있습니다만, 저의 두 번째 수필집인 <<나도 샤갈처럼 미친(及) 글을 쓰고 싶다>>의 작품 해설에 보면 이런 글이 있습니다. “..... 이렇게 심미안을 연마하가 위하여 작가는 ‘수필’이라는 매우 성능 좋은 도구를 향기롭게 부려 쓰고 있습니다. 마치 차를 마시듯이, 잘 구워 빚어낸 다기에 알맞게 식힌 찻물을 앉히고 그 녹색의 잎에서 푸른 영혼이 우러나오는 것을 기다리듯이, 그는 수필을 우려내어 사유의 풍성한 자락을 펼쳐 보입니다. 작가에게서 차(茶)를 제외하고는 그를 제대로 읽을 수 없습니다. 전통 차문화에 대한 천착의 이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활 속에서, 혹은 사유의 매개체로서, 또는 삶의 구체성을 사유의 맥락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차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음을 그의 작품 곳곳에서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그가 즐겨 차를 우려내는 것은 수필의 향기를 우려내는 일이요, 삶을 아름답게 우려내는 일이며, 나아가 인생의 향기를 우려내는 일의 다름이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해설가는 저의 작품집에서 저의 생활 중심에 차가 있다는 것을 간파하였던 것입니다. 수필을 쓰는 저로서는 언젠가 차(茶)을 테마로 하는 테마에세이집을 출간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차 생활이 익어감에 따라서, 차의 경영이야말로 바로 내 인생의 경영이라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이제야 겨우 시작해본 것입니다. 어렵고 힘든 작업이었지만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 - 책 제목이 <<나의 차마고도>> 인데요. 정확하게 무슨 뜻인가요?
차마고도(茶馬古道)는 비단길보다 200여 년 앞선 동서양의 교역 길로 중국의 차(茶)와 북방의 말을 매개로 중국 서남부(윈난 지역)에서 티베트를 거쳐 인도까지 인류가 교류하는 길이었습니다. 차의 교역로인 <차마고도(茶馬古道)>를 빌어 내가 걸었던 차생활의 길이란 뜻으로 옛 고(古)를 고(孤)로 바꾸어, 홀로 혹은 고독한 차(茶)의 길이란 뜻을 담았습니다.
? - 책을 쓰면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에피소드랄 것은 아니지만, 옛날 중국의 죽림칠현 중에 유령이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가 주덕송(酒德頌)에 이렇게 썼다고 합니다. ‘술잔을 물고 막걸리로 양치질하고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술찌끼를 깔고 앉고 누룩을 베고 누웠다.’ 저도 딱 그렇습니다. 차 계절이 오면 차 보자기를 안고 베고 하니까요. 그리고 깨끗하게 잎만 따서 만든 찻잎을 가지고 다닙니다. 온종일 외출하거나 여행을 하거나 할 때, 양치질을 못 하면 찻잎을 조금 씹어 먹고 조금 있다가 물을 마시면 입안이 정갈해지며 소화도 잘됩니다. 그런 나를 보고 친구는 저에게는 차가 만병통치라고 빈정대지요. 뭐, 몸의 내부는 거의 차로 다스리기도 합니다.
또 하나는 책을 쓰는 동안 발문으로 써본 수필 한 편 <익어간다는 것>이 뜻하지 않게 <목포문학상 수필부문 본상>으로 당선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모두 저의 차에게 고마운 축하를 보낼 일이었습니다.
? - 책을 완성하고 들었던 생각,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이번의 ‘차(茶)에세이집’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싣지 못한 아쉬움이 많습니다. 다음 기회를 엿보며 더 공부하려고 합니다. 이제야 정말로 차에 입문한 것 같으니까요.
? - 책에서 소개하고 싶은 부분 낭독 부탁합니다.
“기뻐하며 노래 부르리 / 내가 이 세상 살기가 참으로 힘들구나. / 양생에 뜻이 있음에 /
차를 버리고 어떤 것을 찾겠는가? / 나는 너를 지니고 다니며 어디서나 마시니 /
너는 나를 따라 노닐자꾸나! / 꽃피는 아침에도 달뜨는 저녁에도 / 노상 즐겁기만 하네.
이렇게 이목이 노래한 ‘내 마음의 차’를 지녀볼까 한다. 항상 마음(天君)속으로 두려워하면서 경계하기를, ‘삶은 죽음의 근본이요, 죽음은 삶의 뿌리’라는 준엄한 사실을 기억해야 하리라.
‘안(心)만을 다스리면, 바깥(身)이 시든다.’고 혜강이 양생론을 지어서 그 어려움을 말하였으니, 그 어찌 빈 배를 지혜로운 바다(智水)에 띄우고, 아름다운 곡식을 어진 산(仁山)에 심는 것과 같으리오?
? - 왜 이 부분을 선정했나요?
조선 초기 이목(李穆) 선생은 우리나라 최초로 다부(茶賦)를 썼습니다. 그분이 저의 시댁 중조(中祖)세요. 한국차인연합회에서는 초의선사와 더불어 다성(茶聖)으로 받들고 있지요.
그분이 ‘내 마음의 차’를 노래했는데, 정말로 저의 마음과 일치하여 좋아하는 글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일부를 인용했습니다. 이 책의 부제로 사용한 ‘오심지다(吾心之茶)’이기도 합니다.
? - 낭독하신 부분을 부연 설명 부탁합니다.
차를 통해 안과 밖이 하나가 되는 깊은 경지에 들어가면, 그 즐거움을 꾀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르게 된다고 했습니다. ‘차를 마심은 / 신령스런 기운 감돌아 현묘함에 들어 / 즐거움 저절로 이르나니 / 이 또한 ‘내 마음의 차(吾心之茶)’이나니, 어찌 또 다시 마음 밖에서 구하겠는가?’
? -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이 책을 읽어보신다면 알겠지만, 굳이 소개한다면, “예부터 모든 성현이 차를 사랑함은 차는 군자와 같아 그 성품에 사기(邪氣)가 없음이라.” 초의선사의 말을 들고 싶습니다.
? - 이 책을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요? (예, 공부하다 지친 수험생들, 직장인들, 정치인들 등등) 직장인들에게는 지치고 바쁜 생활에 차 한 잔의 여유를 제공할 것이며, 정치인들에게도 참으로 행해야 할 일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수험생이 되기 전 어릴 때부터 차 생활을 익히면 더할 바 없겠지요, 수험생을 둔 부모님들이 아이와 함께 차를 마시면서 잠시의 대화를 갖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차는 머리를 맑게 하는 성분이 충분하게 있으니까요.
? -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있다면 해주시죠?
차를 어렵게 생각하여 좋은 도구부터 장만하지 말고 어떤 그릇이든 차부터 우려내는 일부터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차야말로 있는 그대로 소박하고 단순하게 시작할 일입니다. 저의 책을 받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인사를 받았습니다. 차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또는 좋은 차 도구를 선반에 두고 있었다. 선물 받은 오래된 차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등등입니다. 반가웠습니다. 가까이 있었지만 멀었던 차 통을 새로 챙기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차를 알고 보면 점점 차나무에 대하여 알게 되고 자연에 가까이하게 됩니다. 따라서 그에 따른 예법도 나오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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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차마고도(茶馬孤道)- 오심지다(吾心之茶)>>, 나의 4번째 수필집 ‘차(茶)에세이집’이
출간되자, 2014년 12월 5일 금요일 전북일보의 <책과 세상>에 소개되었다. <책과 만나는 세상> * 조윤수 수필집 <나의 차마고도>란 제목이었다.
어느 날, 내가 일주일에 하루 자원봉사로 근무하는 전주박물관으로 손님이 찾아왔다. 그는 그 신문기사를 보자 즉시 책방으로 가서 이 책을 구입하고 내 친필 싸인을 받고자 했다. 참으로 놀랍고 반가운 일이었다. 그는 내 여고 후배로써, 내가 책을 낼 때마다. 선물하였더니 정말 고맙게 읽었다면서 밥을 사기도 했다. 이번에는 더 기다릴 수 없어서 책방으로 달려갔다는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싸인을 하고 답례로 차 한 봉지를 선물했다.
또 한 날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운전 중이었는데, 잠시 멈추고 통화를 했다. 여자였다. 내 책을 반 쯤 읽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다고 했다. 남편이 도서관에 간다기에 자신이 읽을 만한 책을 빌려오라고 부탁했는데, <나의 차마고도>를 가져다주었다는 것이다. 자신도 차 생활을 하긴 하지만 자기보다 고수(高手)란 생각이 들어 스승으로 생각해도 좋겠다고 한다. 참 반갑기도 해서 언젠가 만날 시간이 있을 거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남편이 도예가이니까 찻그릇도 만들고 차를 배워 아이들에게 가르치기도 한다고 했다. 차우(茶友)들이 모두 멀리 있는데 새로운 지기(知己) 하나를 얻은 것 같았다. 그런 다음 또 한 번의 전화는 kbs 래디오 프로그램의 <내 인생의 책 한 권>을 담당하는 기자였다. 약속을 정한 날에 인터뷰를 마치고 그때의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아는 사람 한 분이 운전 중에 그 내용을 듣고 반가워서 바로 나에게 전화를 하기도 했다.
내 책을 받은 많은 문인들과 친구들이 참으로 따뜻한 고마움과 격려를 보내주었다. 감사할 일이었다. 이미 내 손을 떠난 것이기에, 독자들의 몫으로 더 깊은 수필의 맛을 빚어가면서 읽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시집에 자신의 시를 넣고도 끊임없이 퇴고한다는 시인처럼, 나도 지난 부끄러운 수필집을 가끔 다시 읽으며 퇴고를 한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다도(茶道)야말로 이제 입문한 것 같아서 더욱 정진하며 못다 한 말을 다시 쓸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기력이 쇠잔해가지만, 생이 다하도록 공부하며 전진해보려고 한다. 이렇게 <내 인생의 책 한 권>이 은혜롭기도 했지만, 채찍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