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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30일 강의
-1교시-
질) 선학초와 자초가 사무실에 있는데 어느 용도에 사용을 합니까?
둘 다 사상의학에서는 언급이 없는 약재입니다.
선학초(仙鶴草), 자초(紫草)의 효능을 보면 역시 다른 약재와 비슷하게 설명이 거창한 만병통치약으로 되어 있어요. 암에 주로 사용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먼저 선학초는 나물을 해먹을 수 있는 약재로 짚신나물로 불립니다. 흔한 식물로써 먹기엔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설화에 따르면 두 친구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올라가다가 한 친구가 갑자기 피를 쏟고 죽게 될 상태가 됐는데, 아무도 의지할 곳이 없던 터이라 하늘을 향해 살려달라고 소리를 쳤답니다. 마침 날아가던 학이 놀라서 물고 가던 풀을 떨어트렸고, 이것을 먹었더니 지혈이 되고 살아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름을 선학(仙鶴)이라고 붙였다고 합니다. 피를 멎게 하는 지혈효과, 항암 작용이 주요 효능이고, 소염, 항균, 진통, 혈당강하, 피를 만들어 주는 조혈(造血) 작용이 있다고 합니다. 실험실에서 암 조직을 배양하고 이 약재의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암세포가 성장이 억제된다는 자료(약초의 성분과 이용)가 있습니다.
또 성분조사에서도 일반 채소류와 비교해서 우수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비타민 C가 상추보다 13배나 많다는 군요. 쉽게 구할 수도 있으니 나물로 무쳐서 복용하면 좋겠지요. 나물로 복용할 수 있다면 아마 성질이 태음인과 코드가 맞겠지요.
자초(紫草)는 색깔을 가지고 명칭을 붙인 것으로 ‘지치’라고 합니다. 흔하지 않은 식물인데, 해열작용과 항암제로 사용합니다. 해열작용으로 보면 성질이 차다고 하겠습니다. 소염작용이 있어, 화상, 습진에 외용으로 사용하며, 여성의 냉증, 대하증에도 사용을 하며, 혀암이나 위암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질) 한방과 양방의 특징을 비교해주시고 진료에서 어떻게 선택합니까?
한의학 원로이신 조헌영선생님(1900~1988)이 계십니다. 시인 조지훈님(1920~1968)의 아버님이 되시고, 제헌2대국회의원이셨으며, 납북을 당하셨습니다. 영문과를 나오신 분인데, 한방 양방에 모두 일가견을 갖고 있었으며, 한의학이 다시 제도권으로 들어오는데 큰 역할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당시에 그 분이 쓰신 신문 사설이나 논단을 보면 양방에 대해서는 거의 무시하는 논조를 갖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전쟁당시 납북을 당하셨고, 80년대에 돌아가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통속한의학원론’이 그 분이 쓰신 것으로 한의대 입학하면 읽게 되는 필독서 중의 하나입니다. 이 책에서 2개 의학의 장단점을 잘 표현해주셨지요.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이 ‘귀족의학’, ‘평민의학’으로 표현하면서, 한의학이 평민의학이라 하셨습니다. 지난 교재에서도 말씀을 해드린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잠시 더듬어보도록 하지요. ‘곡돌사신(曲突徙薪)은 무은택(無恩澤)이오, 초두난액(焦頭爛額)은 위상객(爲上客)이라’고 했습니다. 불이 났을 때를 놓고 비유를 한 것입니다. 한의학은 예방적인 근본적인 것을 이야기 한 것이고, 급했을 때의 처치는 서양의학을 두고 한 말입니다.
곡돌사신이란? 예전 초가집의 굴뚝이 처마 밑에 놓여 있으면, 불길이 세져서 화기라도 미치면 곤란하니 좀 더 바깥으로 빼놓고, 또 땔감이 아궁이 근처에 있으면 혹 불똥이 튀어 불이 날 수 있으니 좀 더 멀리 땔감을 놓아두라는 말입니다. 근본적인 예방법이긴 하지만 돈이 되는 일이 아니므로 대가가 적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초두난액이란? 이미 불은 났고 급하게 구하느라 머리를 끄슬리고 얼굴에 화상을 입게 되었으니 사례를 단단히 해야겠지요.
요즘 버전으로 다시 봅시다. 어느 사람이 계속 머리가 아파서 진통제를 쓰는데 듣지 않는다고 합니다. 의사가 왕진을 와 보니 ‘안 되겠군!’ 하고 병원에 입원을 시키고, 이 검사 저 검사 다해 보고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일단 약 처방을 해서 며칠 지내고보니 머리 아픈 것은 사라집니다. 그럼 ‘약이나 드시고 계세요!’ 하고 퇴원을 시켰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머리가 아파지는 것입니다. 또 데려와서 또 치료를 해 보내고 했습니다.
이때 한의사가 와서 들어가 살펴보니 방 자체의 환기가 안 되는 것입니다. 벽도 축축하고 곰팡이가 핀 상태였습니다. 환경 조건이 머리가 아프게 되어 있던 상황입니다. 문 좀 활짝 열수 있게 해주고. 햇빛도 들게 하고 바람도 잘 통하게 만들어 주니 머리가 안 아파집니다. 비용이 하나도 안 들어간 것 아닙니까? 달라고 할 수가 없겠죠? 그 정도도 모르겠느냐고요?
지금도 자개장 하나 들여놓고 뇌종양까지 의심받던 환자가 자개장 돌려보내고 나서 머리 아픈 것이 나은 예도 있습니다. 옻칠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옻이 소음인과 코드가 맞으니 아마 소양인이겠죠?
그런데 CT 한번 찍으면 얼마입니까? 요즘 의료보험이 적용되니까 좀 낫지만…… 그런 것 안 하면 큰 병원들 유지 못한다.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알면서도 검사를 시키는 것이죠. 실상 의사 인건비가 얼마입니까? 나머지 유지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갈 것입니다. 기계가 돈을 벌어줍니다. MRI 기계 한대가 얼마인가요? 요즘 PAT 같은 최신의 좋은 기계가 없으면 환자들이 시원치 않은 병원이라 합니다. 훌륭한 의사보다도 좋은 장비를 갖고 있는 병원이 좋다고 합니다. 그 기계 값 뽑느라고 병도 없는 환자들이 착취를 당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 낫느냐? 그것은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큰 병은 아니네!’하는 정도로 위안을 받습니다. 전체 속에서 조화를 보는 것이 한의학이론이라면, 구체적이고 세분화되어 조직까지 파헤쳐 보는 것이 서양의학이론입니다.
조헌영선생님이 또 도덕과 법으로 비교를 했습니다. 도덕적인 양심으로 함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의학이고, 곧이곧대로 한 치의 오차가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 서양의학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체의 보이지 않는 증상은 한방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잘 보이는 부분 즉, 다쳐서 찢어지고 부러지면 기워주고 이상이 생겼을 때 제대로 맞춰주는 기술은 원래 한방에도 있었지만 서양의학 쪽에 훨씬 더 잘되어 있으니 이쪽을 이용하면 됩니다.
아들이 고1일 때 2002월드컵 시작하기 며칠 전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다가 광대뼈를 다른 학급생의 머리에 기절을 할 정도로 부딪쳐서 가까운 병원으로 실려 갔어요. 겉으로 봐선 잘 나타나지 않아서 대단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X-ray, CT를 찍어보니 몇 군데에 금이 가고 광대뼈가 함몰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부어있으니 부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입원하다가 수술을 했지요. 입술을 들어 올려 안으로 째고, 눈꺼풀과 속눈썹사이를 갈라 안면근육을 들어올리고, 함몰된 곳을 복원하고, 부러진 곳은 호치키스로 종이를 집듯이 티타늄으로 고정시켰습니다.
수술하는 날에 월드컵 개막전이 있었죠. 아들하고 병원의 대형스크린을 통해 대 폴란드전의 승리를 함께 했죠. 남들은 눈치 보면서 중계를 보았지만 이 친구는 열흘 입원하면서 맘 편히 한 게임도 빼지 않고 다 봤죠. 이 부분은 한의학이 도저히 따라갈 수는 없는 영역입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를 통해서도 아시겠지만 화살을 뽑아주는 장면이나, 뇌수술을 했다던 화타의 이야기는 유명하잖아요? 전쟁은 어느 시기에도 있었고, 이때 의사라면 당연히 외과 파트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 분야를 경외 했어요. 머리털도 자르지 않는다는 것이 예(禮)였으니, 몸에 칼을 대는 것은 백정 취급을 했겠지요. 의사 자체를 중인계급정도로 보는데 특히 외과는 천민 정도의 대우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병을 내치(內治) 위주로 치료하는 것이 발달하게 된 것입니다.
바이러스에 대해 지난 시간에 조금 말씀을 드렸지만 중요한 부분이 있으니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합니다. 바이러스가 기생(寄生)을 한다고 했습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없는 생명체고 남(숙주)의 몸에 기대서 좋은 상태 속에서 증식을 한답니다. 그러면 기생이라는 것은 나쁜 것이고, 공생(共生)은 좋은 것인가? 섣불리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인간에게 해가 된다고 생각되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바이러스나 균을 다 없애면 사람은 먹고 살수 없을 것입니다. 식물은 식물대로 동물은 동물대로 자연스럽게 기생하더라도 좋게 공생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또 박테리오파지라고 해서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바이러스가 있어요. 박테리아에 기생을 해서 못살게 하는 놈입니다. 이것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하고 있어요. 이이제이(以夷制夷)한다는데 이것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우리 몸에 대장균이 있는데, 이것을 기생이라고 부르지 않지요. 큰 것이 무조건 숙주일까요? 기준을 정하고 보니 숙주가 되는 것이지, 달리 정하면 반대로 볼 수도 있어요. 내 몸속에도 살아 있는 놈들이 많습니다. 특히 유산균 대장균 다 살아 있잖아요? 누가 누굴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까? 균 입장에서는 자기가 데리고 산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보면 쓸 때 없는 것은 아닌 것도 같고, 찜찜하긴 한데 귀찮게 굴지는 않으니 같이 사는 것이죠. 서로 다른 환경을 속에서 공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처음 진균제라고 해서 균을 죽이는 약들이 개발이 되었고, 박테리아를 죽이려고 항생물질을 만들었어요. 페니실린을 2차 세계대전 때 만들어졌는데, 10년이 지나니 균들이 75%가 내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95% 균들이 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싸울 수가 없어요. 병원에서 많이 옮는다는 ‘황색포도상구균’이 있는데, 이 친구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균입니다. 감염이 되면 속수무책인 것이죠. 누가 이렇게 만들었겠어요. 항생제를 만든 인간이 만들어 논 것입니다. 균하고 싸워서 이기려고 만들어 놓고, ‘이기겠지!’ 했는데, 지게 되므로 결국 3세대 항생물질까지 개발했는데 다음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되는지 암담합니다.
이제는 바이러스를 상대하려고 면역기능을 이용한 백신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박테리오파지 같은 바이러스를 만들어서 좋지 못한 균을 죽일 수 있는 것도 연구를 하고 있는데, 방향을 어떻게 잡는지는 두고 보아야겠습니다. 균들이 병독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변형시키거나, 효소의 활동을 억제하여 치료를 하는 것이죠.
바이러스를 죽이려면 내 몸의 면역체계를 가지고 싸워야 합니다. 바이러스도 단백질로 구성이 되어 있어요. 못 보던 단백질이 들어오면 내 몸에서 좋은 건가? 맞는 건가? 따지다가 ‘모르는 것이네!’하면 면역기능이 항체를 만들어냅니다. 이 전에는 완전히 죽었거나 약화된 바이러스를 이용했는데, 요즘은 껍질(단백질)만 이용하는 방법도 개발이 되었죠. 효과적인 것은 살아있는 것을 사용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천연두도 약화된 바이러스가 아닌 소에게 천연두를 일으키는 것을 인간이 접종을 받으면 면역이 생기는 것입니다. 우두(牛痘)접종을 받는 것이 사람 몸에 직접 천연두를 접종해서 면역을 만든 것이 아니라, 소한테서 얻은 항원을 우리 몸에 주입함으로써 면역력을 생기게 한 것입니다. 소와 인간의 두창바이러스가 비슷해서 효과를 본 것이겠죠. 그런데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이용한다는 것 이 잘못해서 감염이라도 일으키면 엄청난 일이 생기겠지요. 에이즈 항체를 만드는데 자원자들이 많이 나섰는데, 지금도 시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참고로 영국의 ‘젠너’보다 중국에서 먼저 ‘마마’ 예방법이 있었다는 것을 아세요? 잘 앓고 난 아이의 옷을 입힌다든지, 상처의 딱지를 코에 불어넣어 가볍게 앓게 하는 방법이 있었어요. 이것을 선교사가 젠너에게 전달한 것이 우두접종법을 있게 한 것이죠.
바이러스가 1200개 넘게 발견되었다지만, 실제로 발견되지 않은 것이 더 많을 것 아니겠어요? 돼지에게 레트로바이러스가 있는데, 그것이 돼지에게는 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공생한다는 얘기인데, 누가 이익인지를 모르고, 누가 형님이고 아우인지 모르고 서로 같이 사는 것이죠. ‘바이러스 삶과 죽음사이’라는 책을 쓰신 바이러스학자이고 분자미생물을 전공하는 이재열교수님도 ‘너무 철저하게 저지하고 싸울 생각을 하지 말아야겠다.’합니다. 지금 현재 몸에는 정체를 모르는 균들이 있을 것입니다. 내 몸에 해를 주느냐? 안 주느냐? 해를 안주고 있으니 멀쩡하겠지요? 그들과 같이 공생을 할 작정으로 살고, 나한테 해로운 것이 생기지 않게끔 스스로 이겨나갈 수 있는 면역기능만 키워주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지금 서양의학은 개체를 다 따져서 그걸 잡기 위해 지금도 노력을 합니다. 이 교실에 파리가 한 마리가 있다고 하면, 여기에 있을 권리가 파리에게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서양의학입니다. 문 열어 놓고 내보내면 한의사이고, 지금 앉아 있는 위치가 어딥니까? 각도 재고, 높이 잡아서 대포 하나 쏘는 것이 서양의학입니다. 좀 더 심하게 하면 파리에서 나오는 열을 추적해서 격추할 수 있는 미사일을 쏴서 잡는 것입니다. 파리는 잡았지만 몸이 견뎌나겠어요? 이것이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질) 한의학의 역사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한의학사는 시대적으로 변천하는 과정으로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한의학은 현존하는 책으로 가장 오래된 ‘황제내경’에서 골격이 보입니다. 이 책의 저작연대는 전국시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음양오행이론과 도가(道家)적인 색채가 많습니다. 이후 한나라 때 장중경이라는 분이 고을에 태수를 하고 있었는데, 온 동네 사람이 전염병으로 1/3이상이 죽게 되어 이것을 계기로 급성 열성 전염병에 대한 공부를 해서 만든 것이 상한론(傷寒論)입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전달되었고, 일본은 지금도 상한론을 근거로 치료하는 것이 한의학의 전부로 되어 있습니다.
당(唐), 송(宋)시기를 넘어가면서 한의학의 중흥기가 옵니다. 금(金), 원(元)시대에 여러 가지 학파들이 출현합니다. 진료에서 독자적인 학파들이 탄생된 것이죠. 서울만 가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어떤 이론으로 치료를 하든지 병만 나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인체를 보는 방법에 따라 ‘자’를 달리 한다는 것입니다.
지리적으로 북쪽의 북방파로는 주화론(主火論)을 주장한 유하간이 있고, 공하론(攻下論)을 주장한 장자화가 있습니다. 주화론은 모든 병의 원인이 화(火)라고 하여 이 불을 꺼주는 것이 치료의 왕도라 하는 것이고, 공하론은 인체의 모든 길이 막혀서 병이 생기는 것이니 땀으로 내보거나(汗), 토해버리거나(吐), 설사를 시켜버리자(下)는 것이죠.
남쪽에서는 보토파(補土派)라고 해서 비위(脾胃 소화기)계통을 튼튼하게 해주면 모든 병을 다 고칠 수 있다는 주장한 이동원이 있으며, 또 자음파(滋陰派)라고 우리 몸은 항상 수기(水氣)가 부족하여 음기(陰氣)가 말라가는 것이어서 화가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니 음기만 보충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주단계가 있습니다. 이들을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라 합니다.
이 분들이 한의학에 다양한 색깔을 나타나게 한 것입니다. 열이 많으니 불을 끄자! 모든 불순한 것은 제거하자! 근본은 소화기니 이것을 튼튼하게 하자! 물질이 기본이니 물을 보충하자! 서로 관점이 다를 뿐 모두가 훌륭한 치료법입니다.
여기까지 다 정리해 놓은 것이 허준선생님의 동의보감입니다. 모든 내용들을 총정리를 해놓은 것이죠. 동의보감이 제일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독창적인 것은 조금 부족하다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어느 하나에 고집하지 않고 어떤 병이 오더라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치료를 할 수 있게 정리를 해놓은 것이 동의보감입니다.
청(淸)말에 이르러 다른 변화가 일어납니다. 외래에서 서양의학이 들어오면서 뭔가 변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지요. ‘중체서용(中體西用)’으로 근본은 자기 것으로 하고 방법론은 서양의 것을 도입해서 쓰자는 것입니다. 근본은 바뀌지 말자고 하는데, 변하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요. ‘충중참서(衷中參西)’, ‘중서회통(中西匯通)’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지금 한의과 대학 교육내용이 바로 그런 식입니다. 서양의학적인 이론과 한방적인 이론을 집어넣고 섞어지게 만드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양진한치(洋診韓治)’가 된 것입니다. 양방적인 진단을 해놓고, 치료는 한방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한의학은 ‘변증시치(辨證施治)’가 원칙입니다. 증(證 복합적인 증상)을 잘 살펴서 치료한다는 이론인데, 청나라 때 후반기 들어서 양진한치가 되버린 것입니다. 서양의학적인 진단을 통해 병명이 나오면 거기에 따라서 한방으로 치료하는 것이지요.
한의원에 오셔서 진찰하고 나면 ‘제가 무슨 병입니까?’하고 물어 봅니다. 높은 수준의 의학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제가 울광(鬱狂)이니, 망양(亡陽)이라고 하면 못 알아들으시고, 우울증이나, 다한증이라고 하면 쉽게 알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두개의 용어가 같은 내용은 아니지요. 여러분들이 배우셨던 것을 기억해보십시오. 한의학적인 진단명은 그 자체에 원인까지도 알게 되어있어요. 그러면 저절로 치료법도 나오는 것이지요.
또한 약리학이 발달되므로 약의 효능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조금 전에 배우셨던 선학초, 자초와 같이 항암효과가 있다면 한보따리씩 투여합니다. 소염작용이 강하다면 한의학적인 성미(性味)론으로 사용하지 않고 양방의 약리학개념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죠. 중국은 결국 중체서용을 못하고 본체를 버리고 말았습니다.
현재 중국에는 의사에 4가지 이름이 있습니다. 노중의(老中醫), 신중의(新中醫), 서의(西醫) 그리고 중서의(中西醫)로 불립니다. 노중의는 위로 스승님을 모시고 도제(徒弟)식으로 교육을 받아서 되는 것입니다. 옛날 절에 들어가면 청소부터 시키는 것처럼 똑같은 식으로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달라졌지만 얼마 전까지 국가고시 이런 것도 없이 학교만 졸업하면 졸업장이 곧 면허증이 되는 것이었는데, 요즘 유학생을 유치하느라 교육, 면허 제도까지 바꾸고 있다고 합니다. 신중의는 한의과대학처럼 교육을 받아 중의사가 되는 것이고, 서의는 양방 의과대학처럼 교육을 받아 서의사가 되는 것이고, 중서의는 두개 면허를 다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죠. 교육기간도 1-2년 더 깁니다. 모택동정부가 주력으로 키우던 인력인데 요즘은 많이 달라졌어요.
중국이 개인 자본을 인정하지 않았던 사회주의국가이었을 때 어떤 병증의 환자가 오면 접수하는 곳에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과를 나누어 진료를 받게 합니다. 그리고 통계작업을 했어요. 그 통계를 많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면서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결합을 시도했습니다.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① 일반적 추세 : 병명 → 중의 변증(辨證) → 중의 치료
② 단계별 결합 : 급증(急症)을 서약(西藥)으로 치료 → 변증치료
③ 중의이론으로 결합 : 서로 다른 병도 이병동치(異病同治)로 치료
④ 서의이론으로 결합 : 감염이나 염증 질병의 변화에 따른 서약과 중약(성분위주)의 겸용치료
⑤ 처방에서의 결합 : 급증은 서약으로 치료하고 체력(원기)은 중약(中藥)으로 보강
⑥ 약물에서의 결합 : 서약의 장점과 중약의 강점을 이용하여 동시 치료
본인의지와 관계없이 국가에서 선택을 해서 귀중한 통계를 많이 만들어냈는데, 개방이 되고나서는 달라집니다. 이제 마음대로 선택을 해서 진료를 받는 것이죠. 한의학은 통계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당시에도 주요 관리들은 VIP라 해서 중의(中醫)치료를 주로 받았던 것으로 함양중의학원(한의과대학병원임)을 방문했을 때 보았습니다.
만들어진 통계자료를 가지고 20여 년 전부터 미국시장으로 접근을 했는데 실패를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순수한 서양의학적인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재현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애를 써서 통계를 만들었는데 묵살당하고 말았지요. 세계의학을 제패하려는 큰 꿈을 접게 된 것이고, 결국 대체의학 취급을 받게 된 것입니다.
대체라는 표현은 종속적인 개념이 있습니다. 서로가 부족한 면을 보완할 수 있는 의미를 사용하여야 공정할 것입니다. 내가 모자란 부분을 상대방에서 보완 받는다는 것이 기분이 나쁜 것이겠지요. 이기적인 마음으로 대체라고 해서 한의학을 보조요법 정도로 취급하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의 양방의학계도 같은 입장이고, 엉뚱하게도 흡수 통합을 기도하는 의료일원화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이죠.
일본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상한론을 바탕으로 급성열성질환 중심으로 황한의학(皇漢醫學 일본에서 한의학을 부르는 명칭)이 유지되다가 명치유신 때 완전히 제도를 없애버렸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약 즉, 처방뿐입니다. 변증(辨證)을 해서 증(證)에 맞는 처방을 골라 사용하는 것입니다. 상한론을 위주로 된 처방을 고방(古方)이라고 하는데, 증을 잘 맞추면 약효가 상당히 우수합니다. 전부 엑기스로 되어 있어 부작용이 덜 하고 오랜 기간 편하게 복용하는 장점이 있지요. 지금 한국의 약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이 바로 이 고방입니다.
그럼 한의사가 없는데 누가 처방 하느냐? 의사들이 처방을 합니다. 지금 의사들이 일본식으로 의료일원화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골치 아프게 서로 싸우지 말고 일본처럼 의사면 누구나 한약처방을 하자는 것입니다. 한약처방도 양약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증상에 이런 약 쓰는 식으로 아스피린 처방하듯 그렇게 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한국은 제도적으로 많은 불리함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본래의 한의학이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입니다. 의사와 약사들에게 협공을 당하는데. 한의학을 없애면 좋겠다는 것에 한 통속입니다. 돌발의 침구사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MPS라는 이름을 가지고 주사기 대신 침통을 들고 설쳐댑니다. 93년 한약분쟁으로 한약사라는 새로운 직종이 만들어졌지만, 통합약사를 기도하면서 ‘약’이라는 의미로 양약이든 한약이든 모두 차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어요. 오직 한의학의 정통성이 남아있는 곳이 한국뿐인데 우리 것은 지켜져야 합니다.
한국의 한의학에 대해서 알아보는데 또한 학파를 중심으로 설명을 드립니다. 먼저, 상한론을 위주로 진료를 하는 분들이 10% 정도 되는데 일명 고방파(古方派)라고 합니다. 다음은 여러 학파를 골고루 종합한 동의보감 식으로 진료하는 분들을 후세방파(後世方派)라고 하는데 50% 정도 됩니다. 여러분들이 배우시는 사상의학으로 진료하는 분들을 사상의학파(四象醫學派)라 하는데, 2-30% 정도 차지하고 있는데 점점 증가추세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석곡학파(石谷學派)가 있습니다. 유학자이면서 의학자이신 석곡 이규준선생님(1855~1923)이라고 이제마선생님보다 연배가 조금 뒤쪽이시지요. 금원사대가를 공부하셨지요? 한랭파(寒冷派 유하간), 공하파(攻下派 장자화), 보토파(補土派 이동원) 그리고 자음파(滋陰派 주단계)였죠?
이분이 여기에 또 하나의 길을 제시하셨어요. 사대가에서 누락되었던 양기(陽氣)와 관련된 부분을 중시하였는데, 황제내경에서 ‘생명력을 이끌고 가는 것이 바로 양기’라는 이론을 치료의학으로 접목을 시킨 것이지요. 내 몸의 음기는 모자라서 죽진 않는다. 음기는 남아 있는데, 즉 형태는 그냥 있지만 불이 꺼져버리니까 죽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양기를 북돋워야 한다는 것이죠. 이것이 부양론(扶陽論)입니다. 경상도지역을 중심으로 90년대 이후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부자(附子)를 많이 쓰기로 유명한 학파입니다. 이런 정도가 현재 한의학에서 볼 수 있는 학파입니다. 한의원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의심하지 마시고 모두 서울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상의학이 제일 독특합니다. 전혀 다른 의학체계를 형성한 것이죠.
한방진료도 다소 외도를 합니다. 환자들이 원하는 것이 달라지니 변화를 한다고 하는데, 제 의견하고 차이가 있어요. 요즘 한의원에 가면 여러 가지 검사를 합니다. 양도락, 맥진기, 골밀도 측정기, 성장판 검사, 체지방분석기, 적외선 체열진단기, 체내 활성산소량분석기, 스트레스진단기, 혈관노화 검사기, 다기능 화상 진단기, 뇌혈류 진단기, 각종 체질진단분석기, 생혈액검사 등 다양한 진단 장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치료 장비로는 고주파, 간섭파, 저주파, 초음파, 극초단파치료기, 심부자극전자기장치료기, 각종 비만치료기, 레이저치료기, 전기침치료기, 적외선치료기, 추나치료기 등이 있어요. 물론 다 갖추고 있으면 좋겠지만 워낙 고가장비들이라 주머니 사정이나 자신의 주력과목에 맞추어 마련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지요.
각종 장비를 이용하여 진단을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처방도 받고, 치료를 하는 것이지요. 최근에 한의원에 가보신적 있으십니까? 가시면 양방 의원보다도 깔끔하게 잘 갖추어놓았어요. 한방에서도 환자들에게 근거를 보여주면서, 몸 상태가 이렇지 않느냐? 그러므로 이렇게 치료를 하면 된다고 인식시켜주고, 치료가 끝나면 그 결과까지도 확인을 시켜줍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현대인들이 믿어주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또 무리하게 갖추고 애를 쓰다가 경영이 안 되어 비극적으로 마침표를 찍는 경우도 일어납니다. 그렇게 쫒아가다 보면 근본이 흐려져 순수한 한방의료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비만, 성장, 총명, 아토피 등이 젊은 한의사들의 주요 진료과목입니다. 돈을 제일 잘 버는 4개 품목이지요. 이것에 주력을 해서 먹고 살려고 합니다. 이것으로 돈을 벌려고 한의사가 되었는지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머리 좋은 친구들이 딴 것을 전공해서 연구하고 개발하면 얼마든지 인류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대학을 졸업하고 개원(開院)을 하려고 보니 먹고 살 일이 막막합니다. 주위에서는 큰 기대를 하고 있는데, 결국에는 본래 갖고 있던 마음을 접고 엉뚱한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됩니다.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마이너스입니 다.
저는 공부 잘하는 놈들은 절대로 의사를 시키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의사는 무식하고 오로지 한길 밖에 모르는 친구들이 해야 합니다. A, B, C, D에서 D타입이 있죠? 이 사람들만 의사를 시키면 적합합니다. 자신의 부족한 것을 알고, 있는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분들이 의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지 머리 좋은 놈들이 개업을 해서 얼마 남지 않은 의도(醫道)조차도 흩어지게 만들어 버리면 진짜 인술(仁術)이 무엇인지조차도 모르게 될 것입니다. 특히 한의사들은 D타입이 더 필요합니다. 꾸준하게 묵묵하게 인술을 베푸는 의사가 필요합니다. 돈 좀 벌어보자고 그리고 안정된 직업이라고 선택을 했다면, 그 사람은 의사의 자질이 없는 것입니다. 의사는 남을 위해 봉사하고 인술을 베풀면 큰 은택은 못 받더라도 결코 굶어 죽진 않습니다. 양방은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2교시-
약재의 독성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독성 문제가 제일 중요합니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 관심이 많은 곳입니다. 식약청(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식품이나 의약품에 대한 철저한 안전검사를 담당합니다. 일단 먹는 것에 관해서는 관리가 철저하게 되긴 하는데, 유통과정이라든지, 실제 복용하는 밥상까지는 다 관리를 할 수는 없겠습니다. 다른 것은 제외하더라도 한약재에 대해서만 보도록 합니다.
툭하면 특정 한약재가 중금속에 오염이 되어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과연 그럴까요? 엊그제 지부 보수교육이 있었습니다. 4시간 강의인데 마지막 시간에 독성 문제에 대해서 교육이 있었습니다. 요즘 양방 내과에 가면 ‘한약은 절대 먹으면 안 됩니다!’라는 홍보포스터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논리로 한의학을 없애고, 한약이나 침도 자기가 해보겠다는 것이죠.
영웅(英雄)이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낸 사람이다.
범인(凡人)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할 수 없는 일만을 바라고 있다.
- 로망 롤랑 -
한약 먹으면 안 된다는 것에 똑같이 대항해서 싸우려니 우습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를 알아보아야겠지요. 특정 약재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인체에 독작용을 일으키느냐? 안 일으키느냐? 에 대해 각각의 약재를 가지고 시험을 한 것입니다. 여러 가지 검사 종목을 만들어 놓고, 해당이 되는 지표가 표준량이 어느 정도인데 그것을 넘어서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모든 약은 독이 있어요. 독이니까 약효가 있는 것입니다. 독을 적절하게 필요한 만큼 사용했을 때 부작용을 줄이면서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가능하면 용량을 적게 해서 검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어느 약재는 가공을 통해 독성을 약화시켜야한다.
금지할 품목은 무엇이다. 등등 다 알고 있는 내용을 강의하는 것입니다.
한의계를 대표해서 적절하게 대응해주는 친구인데, 제가 듣기엔 아주 답답했습니다. 그쪽에서 요구하는 바대로 실험을 해서 거기에 맞춰 아니라고 대응을 하는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대응은 아닙니다.
개별 약재에 대한 독성은 이미 검증이 되어 있다고 보면 되고, 식약청이라는 곳에서 한약재를 관리합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약회사(양약 만드는 곳만 제약회사가 아니고, 한약재를 세척 건조 절단 포장을 하는 곳도 포함합니다.)를 통하여 중금속 등 약재의 오염을 관리해왔습니다.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의원에 공급을 하는데, 제품에 ‘규격품’이라는 표시가 붙어있습니다. 약재봉투에 규격품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사용하는 한의원에서는 절대로 중금속으로 인한 고발 건은 없겠지요. 만약에 문제가 생기면 제약회사나 관리 감독하는 식약청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약 먹고 간이나 신장에 문제가 생겼다고 고발이 들어옵니다. 이전부터 소비자보호원에 고발 들어 온 것들에 대한 통계가 있어요. 그 중 양방이 50%이상 한방이 30%정도 기타 10% 입니다. 일단 양방이 50%이상이 된다면 자기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도리인데, 남 잘못만 따집니다. 한방에 관련된 것이 30%된다는 것에 저도 깜짝 놀랐어요.
지금은 약재의 어떤 독성을 가지고 얘기하면 안 됩니다. 여러분들과 벌써 10여 주 공부를 해 오셔서 잘 아시겠지만, 나한테 맞지 않는 음식이나 약물이 들어오면 내 몸은 거부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진찰이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상의학파라면 체성을 잘못 판단한 것이고, 다른 유파(類派)라면 병증을 잘못 봤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잘못된 처방약이 들어가면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같은 처방이라도 적합한 경우에 사용되었다면 절대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것은 체성이나 병증을 잘못 판단한 한의사에게 있습니다.
처방을 잘못해서 이상이 생기면 환자가 제일 먼저 누구한테 얘기하겠어요? 바로 의사에게 말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적절한 조치를 해줍니다. 한약의 부작용은 음식물과 마찬가지로 24시간이면 독성이 심하지 않는 한 다 빠져나갑니다. 그러므로 먼저 처방약의 복용을 중단하고, 이후의 조처들을 해주면 무슨 독성을 일으키겠어요?
그런데 일부 의사들이 이걸 무시해 버립니다. 지난번 얘기한 것처럼 약을 먹고 좋아지려면 그럴 수도 있다는 식 즉, 명현반응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리고는 약이 강하니 우선 반씩만 나눠서 복용해보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환자의 호소를 대충 넘어가려고 합니다. 아주 주의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일단 그 상황이 오면 확실히 명현반응인지, 아니면 자신의 실수인지를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대충 넘어가려고 하면, 환자는 2-3번 연락을 하다가 짜증이 나게 됩니다. 그나마 온순한 분들은 내가 시원치 않은가 하면서 약을 버려버릴 것이고, 좀 더 적극적인 분들은 고발을 한다거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습니다. 급성 간염이 생겼느니, 약물 중독이니 판정을 받지요. 간혹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이미 문제가 와있었던 것을 모르고 있다가 덤터기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내 몸에 안 맞는 약을 억 지로 집어넣으니 독작용을 안 일으키겠어요?
일단 의사 책임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환자 책임입니다. 의사를 고쳐주어야 합니다. 약하게 호소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의사에게 겁을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적절하게 자극을 주고, 아니면 소보원에 고발한다고 하십시오. 그러면 금방 정신을 차립니다. 이 한마디만 하면 의사는 껌벅 죽어서, 다시 잘해 주던지 환불을 해주던지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의사가 보기에 따라서는 공갈이나 사기 치는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그렇게는 못하겠다면 그냥 버려버리십시오.
일이 이렇게 진행이 되면, 한약 먹고 탈나는 일이 없을 것이고, 간이나 신장에 독성이나 중독 얘기가 나오겠어요? 열 받은 환자가 고발하고, 검사받고 진단받고 하게 되니 양의사들이 좋아라! 하는 것이지요. 이 결과가 30%가 된다는 것입니다.
약이 독해서 오는 것은 거의 없고, 몸에서 안 받는 처방을 해주어서 오는 것이라고 강사가 얘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짧은 시간이라고 함량, 용량 이것만 얘기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다음날 전화로 이런 얘기를 해드렸더니, 맞긴 맞는데 그것으로 양방 그쪽하고 얘길 하면 안 통한다는 것입니다. 서로 같이 생각하고 조율할 수 있는 즉, 소통할 수 있는 얘기를 해도 상대는 성분이 뭐냐? 만 가지고 따진다는 것입니다. 그 약 속에 함유되어있는 어떤 성분이 간독을 일으키느냐? 는 것만 따진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따지니까 오히려 도망가기는 쉽다는 것입니다. 왜 어떻게 도망가기 쉬우냐? 면 그건 한약 먹고 독 생긴 것이 아니다! 라면 끝이라는 것입니다. 성분검사 하면 이상이 없거든요. 이 약 처방이 이러한데, 이것 검사해보세요. 독이 있나? 하나도 없죠. 그럼 왜 간에 독성을 일으키느냐? 안전 하다는 기준이 너무 낮다. 미량이라도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독이 될 수 있을 것인데…… 이렇게 가면 자기들도 문제를 못 풀거든요.
그러나 이렇게 해선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되겠지요? 의사의 임무는 안전한 약재를 적절한 처방으로 환자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이죠. 그것을 못하니까 탈이 나는 것입니다. 맞고 안 맞고의 문제입니다. 절대로 한약재 자체는 문제가 없어요. 실제로 한약이라는 특성이 추출해서 먹는 것이기 때문에 혹여 오염이 되어 있는 약재가 혼합이 되었더라도, 추출액에는 검사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약 찌꺼기에는 검출이 됩니다. 이 독성물질이 약 찌꺼기에 침착이 된다는 것입니다. 추출된 한약을 성분검사를 의뢰하면 정상이라고 나오는데, 한약재를 수거해서 검사를 하면 기준이 넘는 ppm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시료(試料)를 갈아서 시험을 하니 정확하게 표현을 하는 것이죠.
실제로 의사가 진찰과 처방을 잘 못해서 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확률이 제일 높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소양인 B에 2가지 유형이 있다고 했지요? 그 중 앞쪽 즉 소양인 2번 유형인 분들에게 많이 실패했다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이 분들이 자기 약이 아니면 절대로 안 받습니다. 자기 주관이 아주 뚜렷한 스타일이라 다른 비슷한 약재를 넣으면 처음엔 조금 받는 것 같다가 그냥 부딪혀버립니다. 그래서 다른 처방을 쓰고, 1-2번 그러다보면 그 다음에는 절대 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인사(人事)에 관심이 많은 C나 D타입은 조금 처방이 달라도 대충 약을 받아들입니다. 그래도 반복해서 사용하다보면 결국 처방이 잘못된 것을 알게 됩니다. 부작용이 제일 많이 나는 분들이 주관이 뚜렷해서 조율하려는 B타입들입니다.
태음인은 부작용이 덜 나타납니다. 증만 맞으면 탈이 잘 안 납니다. 정기(正氣)의 성(性)이 온성(溫性)인 중간정도이므로 극단의 열성이나 한성의 약재가 들어와도 흡(吸 받아들임)을 대충해버립니다. 또 주책(籌策)한다는 것에서 책(策)을 하기 때문에 아니다싶으면 내보내는 것입니다. 설사를 해버리는 것으로 끝입니다. 그러므로 속이 더부룩하다거나 약에 취한다거나 하면 잘못 처방한 것이라고 빨리 알아차려야합니다. 소양인이 머리가 아프다, 소음인이 소화가 안 된다면 다 약을 잘못 사용한 것입니다.
같은 체성의 약이라도 A쪽의 부작용이 적고, D쪽으로 갈수록 큽니다. 소양인에서는 좀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A는 B, C, D의 처방을 다 받아들이고, B는 C, D를 받아들이고, C는 D도 받아들이는데, D는 D밖에 안 받아드립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A는 A약, B는 B약, C는 C약, D는 D약이라야 하므로 매우 신중하게 선택을 해야 합니다. 체성과 유형의 판단이 아주 중요한 것이죠.
태양인 B가 C약을 먹고 아주 좋다고 하더니, B로 바꾸어주니까 내 몸이 아주 똑똑해지는 것 같다고 합니다. 특히 사상의학에서는 체성과 유형에 따라 생리력이 다르기 때문에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합니다. 약의 부작용은 의사가 잘못해서 부작용이 난 것이지 절대로 약이 잘못 되서 부작용 난 것이 아닙니다. 한의원에서는 규격품으로 공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의심하는 중금속 오염 등은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진찰을 받을 때는 자신이 갖고 있는 증상뿐이 아니고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감추지 말고 잘 얘기해주시면 좀 더 정확한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질) 청국장이 어떻게 좋습니까?
기본적으로 발효식품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전통 음식 중에 발효음식들이 많지요. 김치, 간장, 된장 모두 다 발효식품 아닙니까? 작용도 빠르고 효력도 상당히 강합니다. 특히 소화기관에 도움을 줍니다. 생체에 불필요한 대사 작용도 줄이고, 유효한 유산균들이 많이 들어있어요. 균들도 생존전략이 있어 우수한 세력만이 존재하고 나머지 잡균들은 같이 못살아요. 다만 만드는 과정이 냄새가 나서 좀 안 좋지만…… 그래서 요즘은 냄새 안 나게 아예 가루로 만든 상품도 있지요. 그래도 냄새가 있어야 제 맛입니다. 우리 전통 음식 이라는 것이 세계적으로 연구대상입니다. 오죽하면 냄새난다는 김치가 세계 식품이 되었겠어요?
콩으로 만든 것이니 태음인 음식이 맞는다고 보는데, 태음인이 중간 정도 위치하니까 역시 뒤에서 먹거나 앞에서 먹거나 소음인, 소양인 다 상관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특히 발효 식품은 태양인에게 적합합니다. 균류 팡이류 같은 버섯 종류가 모두 태양인 것이라는 것은 기억하시죠? 한국 사람에게는 누구나 잘 맞는 건강식품이니 구분 없이 다 드셔도 됩니다.
요즘 아이들은 대장균이나 유산균 등 나한테 유리한 균이 부족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특히 김치 안 먹는 애들은 꼭 먹여야 됩니다. 서구에서는 유산균 음료인 요구르트 발효식품인 치즈가 중요한 필수 식품인데, 우리 몸에 맞는 전통음식을 만들어 먹어야한다. 특히 엄마가 만들어 주면 더 좋겠죠. 왜냐? 사랑 + 무방부제이니까……
다만 콩으로 만든 식품이 문제가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심장에 문제가 있어서 혈전 용해제를 복용하는 분들은 칼륨이 많이 들어있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들었을 것입니다.
질) 식초는 어떻습니까?
식초도 종류가 많은데, 사과, 현미, 감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술 되기 전이 식초죠? 그것도 발효과정인데 알코올로 되기 전에 식초가 되는 것이죠. 일부러는 드시지 마세요. 대신 음식에 만든 식초를 듬뿍 넣어 드세요.
건강식품으로 먹으려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요? 왜 내가 그것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먼저 그 이유를 생각해보시고 이제까지 배운 것에서 찾아보십시오. 식초도 자기가 만들어서 먹지 않는 식초라면 좀 그렇습니다. 이런 얘기하면 먹을 것이 하나도 없어요.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죠? 제조 년 월 일 보고 얼마나 사용기간이 되는 지를 따져보세요? 순수한 것이면 짧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길겠지요. 식초를 한꺼번에 다 먹나요? 몇 개월은 되어야 없어지지요. 첨가제가 안 들어 있는 것을 사다놓고, 매일 먹고 일주일 안에 없앤다면 좋겠죠. 신선한 것으로 방부제가 첨가 되지 않은 식초라면 복용해도 좋은데, 굳이 하지는 마세요. 자기가 손수 만들어서 먹는 식초는 괜찮습니다. 감식초 이런 것은 상관이 없는데, 시중에 나와 있는 식초는 사다가 열심히 드시지 마세요.
질) 중국산 약재도 많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약재 중에는 국내에서 재배되지 않는 것도 있고, 기원식물이 틀려 외국에서 수입해야 되는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감초도 전량 수입하는 것입니다. 또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은 엄격하게 규제를 해서 국내 생산가를 보호하고 있으니 함부로 수입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중국산하면 무조건 못 믿는다는 것은 생각을 바꿔주셔야 합니다. 중국약재에는 등급이 있어요. 중국정부에서 관리하는 등급은 우리나라보다 철저하게 품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가기관이나 수출(일본이나 미국)할 때 사용하는 약재는 특등품입니다. 우리나라 수입업자들에게 문제가 있어요. 아주 좋은 등급은 수입을 하면 수지가 안 맞으니, 1-2등급에서 결정을 합니다. 그리고 통관을 하게 되는데, 이때 국가의 샘플검사를 거쳐 최종 허가가 나옵니다. 그리고 큰 도매상이나 제조회사에 판매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규격품이 만들어져 한의원으로 공급이 됩니다. 한방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약재는 중국산의 경우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입국자가 갖고 들어오는 경우(일명 보따리장사)는 약재도 식품으로 취급되어 검사 없이 들어오게 됩니다. 이것이 재래시장(경동시장 등)에서 유통이 되는 경우는 확인을 해주는 곳이 없습니다. 따라서 규격품으로 포장되지 않은 것은 품질을 보장할 수 없겠죠. 한의원에서는 100% 규격품을 씁니다. 정기적으로 검사하러 다니므로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국내산의 경우에서는 안심할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생산농가가 단위농협을 거쳐 출하되는데 농민 보호차원에서 규제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중금속허용기준이 미확정되어 있으므로 정량이나 정성분석과 오염실태 등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국내산은 규격품이 아닌 것도 유통이 가능합니다. 백화점 식품코너나 건강식품을 취급하는 곳에서 판매하는 약재는 100% 믿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약재인지 식품인지도 구분이 안 되는 것도 어려움입니다. 은행, 더덕, 율무, 마, 칡, 도라지 등이 식품가게에서 팔면 식품이고, 한약국에서 팔면 약재입니다.
한약재도 양약처럼 공장에서 생산해서 나온다면 좋을 텐데, 생산농가들도 답답합니다. 자연산으로 캐서 물량을 채우는 경우가 이제는 거의 없고, 대부분 재배를 합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생산단가와 실제 거래가격이 합리적이라야 되는데, 배추, 고추, 마늘 파동을 겪듯이 기후에 따라 아니면 생산량도 규제가 없기 때문에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정부에서 1년 소비량을 예측하고, 단위농협에서 생산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게다가 중금속 허용 기준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충분히 교육하고 또 다른 식재료처럼 생산자 표시 등을 하여 소비자는 안심하게 쓸 수 있고, 생산자는 적절한 가격을 보장 받도록 하면 바람직할 것입니다. 서구 쪽의 농 산물은 바코드가 찍혀 있는데, 생산자, 농약살포시기 등 자세한 이력을 표시했어요. 이런 것은 빨리 배워야겠지요. 아직은 관리가 미흡한 것이 국내산 약재이니 반드시 규격품을 구입하거나 잘 세척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의 모든 농약성분은 거죽에 남아있기 때문에 세척만 잘하면 제거가 됩니다.
질) 첩약보험은 안 됩니까?
몇 가지 진단기기, 치료기기와 단미(單味)엑기스로 되어 있는 약재하고 침, 구, 부항치료 정도만 보험이 되어 있고 첩약은 안 되어 있습니다. 먼저 소개해드린 고가의 장비도 전혀 보험적용이 안 됩니다. 국민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전체 의료비에서 한방이 차지하는 의료비가 5% 밖에 안 됩니다. 95%가 양방이지요.
첩약의 의료보험 적용은 아직 준비단계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첩약 한재(10일분 기준)에 15만원을 받는다면, 현재 본인 부담금은 30%이니 4만5천원이 됩니다. 그러면 양방이 큰일 납니다. 1984년 12월 1일부터 다음해 말까지 청주 청원 지역에서 첩약을 포함한 의료보험시범사업을 실시했었어요. 그 결과는 대단히 고무적이었죠. 그때 하루에 환자 20명 안 팍 보던 한의원들이 전부 100건 이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첩약도 지어주는데 본인은 30%만 내면 되었지요. 시범사업이란 무엇입니까? 시행하려고 미리 해보는 것 아니겠어요? 성공적인 결과를 보게 되었으니 곧 전국으로 확대실시만이 남은 것이었죠. 당시 참여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빌리면 주변의 양방의원들이 난리가 났다는 것입니다. 환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생계의 위협을 느껴 지역을 이전하거나 폐업도 속출했다고 합니다.
만약 전국으로 확대 실시했으면 판도가 아주 달라졌을 것입니다. 1987년 한방 의료보험이 전국으로 확대되었을 때는 지금과 같이 첩약이 쏙 빠져버리고 만 것입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지금도 의사와 약사들이 서로 업무의 영역을 가지고 싸우고 있는데, 둘이 싸우다가도 한방과 관련된 문제가 불거지면 합심하여 대응합니다. 결국 국민이 원하는 것이 아닌 양방 의료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선회를 하는 것이죠. 물론 한의계 내부에서도 반대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의원은 뭘 먹고 사느냐? 는 식의 사고를 갖고 있는 분들이 있었으니 그쪽하고 딱 궁합이 맞은 것이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20여년을 첩약의보를 주장하는데 아직도 계획 중이랍니다.
당시 처방약으로는 첩약대신 단미엑기스제가 채택이 되었는데, 이것은 약사회 쪽의 입김 때문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 적어도 첩약이 안 되면 복합엑기스제라도 채택이 되었어야 하는데 단미Ex로 결정이 된 것이죠. 복합Ex이라는 것은 사물탕(四物湯)이면 당귀, 천궁, 백작약, 숙지황인데, 4가지를 한꺼번에 달여 Ex로 만든 것이고, 단미Ex는 숙지황, 당귀. 천궁. 백작약 각각 따로 뽑은 Ex입니다. 한의원에서 이것을 혼합해서 처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양약처럼 소염제, 진통제, 거담제를 합해서 쓰라는 사고입니다. 어처구니가 없으시죠? 왜 이렇게 됐느냐? 약사들이 복합Ex를 사용하고 있었거든요. 일본에서 상한론(고방) 처방을 복합Ex로 사용하는데, 약사들이 이것을 사용해왔던 것이지요. 지금도 Ex과립을 많이 권하잖아요? ‘소화제랑 같이 드세요!’ 하면서…… 그게 전부 복합Ex제재입니다. 한의계는 엉 뚱하게 생각해보지도 못한 단미Ex를 사용하게 되었어요.
이것은 한약의 특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유효성분만 보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약재를 함께 달임으로써 서로 상생상극을 한다든지 상승효과가 있다든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약화시키고 서로 조화를 이루게 하여 효과를 보는 것인데, 이것이 생략이 된 것이죠. 거기에 복합 Ex로 처방하면 1회에 5g정도면 효능을 나타내는데, 단미Ex로 혼합해서 주게 되면 평균 10g정도는 줘야 됩니다. 이렇게 해야 유효 성분이 서로 같게 됩니다. 이것이 20여 년 동안 바뀌지 않았어요. 이것을 적극적으로 처방하는 한의사는 없습니다. ‘왜 약은 안 주냐?’고 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주게 되지요. 그런데 소화나 감기에 관련된 처방의 일부는 많지는 않지만 효능을 발휘하는 것도 있습니다. 완전히 효과가 무(無)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도 첩약을 보험으로 적용시키기 위하여 한의계에서는 노력을 하는데 다음 선거에도 공 약으로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질) 첩약이 보험이 되면 재원이 많이 모자라게 되지 않을까요?
완전히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연구 조사된 바로는 오히려 재정이 강화된다는 측면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건당 진료비를 비교해본다면 좋겠는데, 그것은 사정이 다르니 해볼 수가 없습니다. 다만 자동차보험과 산업재해보험에서 나타난 결과를 보면 아주 고무적입니다. 이 2개 보험에서는 첩약을 진료수가에 포함시키는데 결과가 정확한 수치는 기억을 못하지만 월등히 한방이 낮다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환자의 만족도를 보면 당연히 이쪽 편을 들어줍니다.
이쪽에서 조사를 해서 그렇지는 않겠지요? 입원환자뿐이 아니고, 통원치료의 경우는 격차가 더 크다고 합니다. 한방진료 건수가 늘고 첩약비용이 상승하여 한방이 차지했던 의료비가 4~50%로 올라간다면 큰 일이 날 것 같은데, 반대로 양방의 의료비가 5-10%만 감소해도 오히려 재정이 월등히 남게 된다는 것이죠. 한방이 현재 차지하는 의료비가 5%에서 1~20%로 늘어나면, 양방에 95% 지출하던 것이 건수는 그 비율만큼 감소될 것이고, 그 비용은 교통과 산재에서 보듯 훨씬 많이 감소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질) 보약은 보험이 안 될 것이잖아요?
물론이죠. 치료에 해당이 되는 상응하는 병명이 있어야 즉, 감기, 소화기. 관절질환, 중풍 등 뇌혈관질환, 운동기질환 등 구체적인 상병명이 있는 경우에만 해당이 되겠죠? 거짓말로 상병명을 잡아주고 첩약을 먹이려고 하겠어요?
그리고 재원은 다른 방법으로도 가능합니다. 반드시 필요치 않은 MRI 촬영을 규제하면 거기서 절약하는 비용으로도 첩약의보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억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나 불필요한 검사만 규제를 하면 엄청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재원은 문제가 안 되는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한약재의 수급입니다. 이것을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비록 예측을 한다고 해도 물량을 확보 유지하는 것이 난제(難題)입니다. 현재와 같은 한약재의 생산과 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아스피린 단가가 만약 100원이면 6개월 혹은 1년 동안 100원이라고 고시하면 되고, 그때 가격이 변동이 생기면 다시 얼마를 내리고 올리고 조절할 수가 있습니다. 지금은 그런 일이 없지만 한의사협회에서 한약재사업단을 시작하기 전인 10여년 전만해도 한약재에 대한 매점매석이 심했어요. 예를 들면 울릉도에서 천궁이라는 약재를 많이 재배합니다. 전국의 가격을 좌지우지 합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 재배할 때 속칭 밭뙈기로 전부 사버립니다. 그럼 근당 5천 원 하던 가격이 자기 창고에 쌓아 놓는 순간에 몇 배로 올라갑니다. 그럼 그때 풀어내는 것이죠. 엄청난 부를 챙기고, 가격이 어떤 종목은 몇 배가 아닌 수십 배까지 등락을 합니다. 수량을 예측하고 일정한 가격으로 안정되게 약재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먼저 확립되어야 합니다.
보험 약가를 6개월에 한 번씩 고시를 하고, 그 사이에 높은 가격으로 변동이 되면 약을 구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 처방을 못하는 것 아닙니까? 2배가 아닌 10%만 올라도 처방을 할 수가 없어요. 보험구조가 약에 대한 마진은 없는 것이니까요. 고시를 하지 못하면 안 되고, 또 못 먹던 잠재수요까지 생각하면 수량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 아니겠어요?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어야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절대로 재원문제는 별 것이 아닙니다.
질) 매실은 어떤 약재입니까?
매실(梅實)은 태음인 약재입니다. 열이 많이 오르는 양독병이나 조열병 증상을 잘 보이는 C 타입에 주로 사용하는 약재입니다. 주로 열 많고 땀 많이 나는 분들의 이질이나 설사에 애용할 수 있습니다. 갈증을 제거하고 진액을 보충한다고 합니다.
요즘 매실주는 술을 먹고 장에 열독이 차거나, 갈증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니 병 주고 약주고 입니까?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들은 오히려 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삼가시고, 소양인은 굳이 먹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역시 설탕을 넣어 술을 담근 것은 누구에게나 좋지 않겠죠? 소장과 간에 해당이 되는 것으로 맛이 십니다. 소음인은 지실(枳實)이 적합하겠죠? 탱자나무열매로 하기(下氣)작용이 안 되는 분들이 사용하면 대장국의 정기가 활발하게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자기 체성과 유형하고 맞는 것 1-2가지만 기억하시면 이것으로도 만병통치입니다. 남들이 좋다는 것을 찾아 헤매지 마시고 이미 검증이 되어있는 것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겠죠.
질) 식성이 안 맞는 것도 자꾸 먹으면 바뀌지 않습니까?
어느 정도이겠지요. 내가 먹던 것은 바꿀 수가 없습니다. 특히 기호 식품은 조상 대대로 먹던 것을 잘 먹는 것이지요. 습관을 고치기가 어려워요. 자신에게 맞지 않았으면 습관화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맞지 않는 것을 먹어보세요? 탈이 나거든요. 계속 탈나는 것을 먹지 않았을 것입니다.
새로운 조리법으로 만들어 놓으면 먹던 것도 탈이 날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하는 맵고 짭짤한 것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속에서도 잘 받는다면 굳이 바꿀 필요가 없어요. 실험을 통해서 된장이 간에 손상을 주거나 신장에 독성을 일으킨다고 발표를 했다가 뒤집어 발표하는 것도 기억을 하시지요?
실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식성에도 안 맞는 쥐에게 애꿎은 그 놈들한테 강제로 먹여서 실험을 합니다. 강제로 독성을 주는데, 어느 정도까지 투여하면 독이 작용하는 지를 검사합니다. 그것도 깨끗한 놈은 한 마리에 100만원 씩 하는 오염 안 된 쥐가 있다니요. 무균돼지 같은 것은 엄청난 가격이겠지요. 그 쥐의 의지에 맡겨서 실험을 한다면 지금과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을 것입니다. 이미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태라면 무슨 실험을 하더라도 결과는 올바르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모두 스스로 만족한 삶을 살아간다면 같은 독성이 들어오더라도 그렇지 않은 것들과는 결과가 다르게 나올 것입니다. 땅에 떨어진 과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서 주워 먹는 경우와 더러워서 어쩌나? 하고 걱정하면서 닦아 먹었을 때 탈이 날 확률은 어떨까요? 유난 떨고 사는 분들이 자기 일도 다하지 못하고 먼저 갑니다.
질) 경락은 있습니까?
분명히 경락은 있습니다. 이미 수 천년동안 임상에서 증명이 되어 온 것입니다. 병증을 경락을 통해서 알아낼 수 있고, 경락의 경혈을 자극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인체의 오장육부의 기(氣)의 흐름을 다루는 기존의 한의학과 마음을 중심에 놓고 도덕성을 가지고 삶의 의미를 다루는 사상의학과는 의학의 체계가 전혀 다른 것입니다.
이것을 억지로 맞춰보려면 새로운 경락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똑똑한 후배들이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으니 윤곽을 밝혀주겠지요. ‘두솔침법’도 사상의학에 많이 접근하였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어차피 침을 사용하면 오운육기나 음양오행이론으로 설명을 해야 하는데, 사상의학적으로 설명을 하면 어색합니다. 기존에 경락의 흐름은 살려놓고, 그 경락의 성향을 다시 해석하여 호흡출납으로 분류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치료를 해보니 효과도 사상의학적으로 의의가 있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말씀을 못 드리는데 그런 방향으로 연구를 하고 있답니다. 왜냐? 침 효과가 좋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경락에 의한 침 효과는 좋으니까 활용은 하는데, 사상의학하고 연결을 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질) 대학에서는 어는 것을 위주로 배웁니까?
고방(古方)도 배워주고 동의보감(東醫寶鑑)도 배워주고, 사상의학(四象醫學)도 다 배웁니다. 그러나 개원을 해서는 모든 것은 동시에 사용하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이 경우 저 경우 선택하여 사용하다가 결국 제일 자신만만한 쪽으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어느 방법이 우월한 것은 없습니다. 병을 잘 낫게 해주면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것이지요.
침은 침구학을 배웁니다. 인체의 모든 경락을 배우고 해당되는 ‘혈’ 하나하나의 특성을 배웁니다. 그리고 치법을 배우게 됩니다.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학파(學派)를 선택하듯이 자신에게 익숙한 침법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죠. 절대로 통일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양방에서 보면 이상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좋으면 한 가지를 계속 집중적으로 해야지 왜 이것저것으로 분산하는가? 이것이 답답해 보이는 것이지요. 치료의 길이라는 것이 다양해야합니다. 다양한 면을 살려놓아야 학문이 발전을 합니다. 획일적인 것은 위험합니다.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침법에는 사암침, 오행침, 일침, 팔체질침, 동씨침법 등 등 많이 있습니다. 수지침도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각 분구(分區) 침들이 있어요. 인체의 어느 한 부분만 떼어 놓더라도 그 곳에서 모든 치료를 합니다. 귀만 갖고도 치료하는 이침, 머리만 사용하는 두침, 코만 사용하는 비침, 손바닥 발바닥만을 사용하는 수침, 족침 등이 있어요.
수지침을 개발한 유태우라는 분이 처음에 한의과대학에 자문을 구하고 학술적으로 정립시키기를 원했는데, 한의계에서는 이것을 무시를 했죠. 분구침법 중의 하나인데 대단하게 취급을 하지 않았어요. 한의사들이 그런 면에서 속이 좁습니다. 한의사들이 포용력이 없어서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해서 민간요법으로 키울 것인지 아니면 정식 학술체계에 집어넣을 지를 검토해야 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큰 조직을 만들어 놓으니, 이제는 어떻게 감당하기도 벅찬 상대가 되었지요. 우리나라와 같이 한의사제도가 있는 곳에서는 위법이고, 다른 나라서 하면 적법하니, 자기들도 권한을 달라고 매번 아우성입니다. 정말 한의학이 좋은가 봅니다. 바람 잘 날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