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자와 아사코의 연작 소설은 무너지는 기억으로 시작된다. 82세의 아유미는 더 이상 자녀의 이름이나 동네 거리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닻을 내리지 못한 기억들(이를테면 일본에서 캘리포니아로의 이민, 미국인과의 결혼 같은 기억의 중첩) 사이를 표류한다.
이 책은 미국, 일본, 한국의 관계를 정의하는 많은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몇 가지 중요한 문제(위안부, 생체 실험 등)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항상 가족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한 섹션(‘파빌리온’)에는 두 형제가 보르헤스의 단편 ‘갈래길의 정원’에 대해 토론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것이 책의 구조와 의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열 다섯 개의 단편 소설들은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매번 새로운 스토리를 통해 나타난다. 이러한 상호 연결된 많은 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세번째 이야기인 '하얼빈행 기차'는 중국인 포로에 대한 생물학적 실험을 수행한 의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른바 731부대에서 그는 근무했던 것이다.
상속자들은 서로 연결된 이야기들의 집합체이며 동시에 서로를 반영하고 변형시킨다. 각각의 등장인물은 책 앞부분에 있는 가계도에 의해 한 세기가 넘도록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한 인물의 간증은 종종 다른 인물의 고백을 완성하거나 복잡하게 만든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이 컬렉션이건 소설이건 콜라주건 간에 마지막 3분의 1에서 현재로 다시 시작될 때 흥미로운 방향으로 전환된다.
‘파빌리온’에서 두 사람은 보르헤스의 ‘갈래 길의 정원’에 나오는 섬뜩한 우연의 일치와 서로 얽힌 운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한다. 전쟁의 현실성과 표류하는 기억의 흐름에서 각각의 등장인물은 고뇌하고 방황하는데 인물들의 관계는 매우 세심하게 설계되었다.
기억의 상속자들은 전쟁의 유산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다. 가족의 다양한 세대를 따라가는 일련의 상호 연결된 이야기에서 비선형적인 시간의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족 중 한 명이 이주한 미국과 일본 사이를 오가며 약 150년의 기간(1913년부터 2035년까지)을 다루며 각 세대의 등장인물은 정체성과 역사에 대한 동일한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과거는 어떻게 현재를 채우고 미래로 흘러가는가?”
우리는 과거에 의해 형성되는 방식에 대해 깊이 천착하게 되는데, 누가 역사의 서사를 통제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그리하여 작가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에서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싱가포르, 자카르타, 도쿄에서 성장했다. 미국의 터프츠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브라운 대학과 에머슨 칼라지를 졸업했다. 소설 〈상속자들: Inheritors〉로 데뷔했는데 이 작품으로 메사추세츠 북어워드를 비롯한 여러 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현재 미국 보스톤의 파인아트워크 센터의 문학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영어로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