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아리처럼 생긴 세 암봉에다
- 깎아지른 절벽 기암괴석 즐비
- 산허리에서 바라본 동복호수
- 오밀조밀 호안선에 절로 탄성
- 7.2㎞ 구간 내내 아기자기 재미
- 중간중간 밧줄 잡고 올라가야
철옹성(鐵甕城). 쇠항아리처럼 견고한 성을 말한다. 산성이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험준한 산세에 기댄 천혜의 요새는 더러 봤지만, 쇠항아리를 닮은 곳이 실재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빼앗기는 어렵고 지키기는 쉬운 난공불락의 성을 상징하는 말로만 여겼을 따름이다. 그런데 지난 14일 전남 화순군 동복면 옹성산(甕城山·573.5m)에 가서 기자의 좁은 견문을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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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화순군 동복면에 자리한 옹성산의 옹암. 깎아지른 암벽과 거무스름한 색깔이 꼭 쇠항아리를 닮았다. 옹암은 바로 옆에 이어진 같은 모양의 쌍두봉과 함께 옹성산성의 외성 구실을 한다. |
옹성산은 높이 380~480m에 달하는 항아리 형상의 암봉 세 개가 산의 가장자리에서 중심부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였다. 그 옆모습은 오랜 세월 비바람에 닳아 약간 둥그스름해졌지만, 깎아 세운 듯한 직벽이나 다름없었다. 색깔 또한 시커멓거나 거무스름해 더께더께 들러붙은 짙푸른 이끼와 벼랑에 뿌리를 내리고 아슬하게 자라는 나무들만 없다면 영락없는 쇠항아리였다.
옹성산에는 세 암봉을 외성으로 삼아 안쪽 능선에 높이 4m, 길이 5.4㎞의 계곡을 감싸 안은 포곡식(包谷式) 산성을 쌓았다. 고려 말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한 축성으로 전해진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철옹성'은 상징어가 아니라 옹성산과 유사한 구조의 산성에서 유래한 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옹성산성에도 '철옹산성'이란 별칭이 붙어 있다. 이 때문에 옹성산성은 장성 입암산성, 담양 금성산성과 더불어 전남의 3대 산성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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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성산 쌍문바위. |
옹성산에는 항아리 모양의 암봉뿐만 아니라 쌍문바위를 비롯한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그런 만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절경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동복호와 이어지는 서쪽 산자락에 자리한 노루목 적벽(화순적벽)은 전국적인 명승지로 손꼽힌다. 중간중간 밧줄을 잡고 암봉을 올라야 하는 등 산행이 수월한 편은 아니지만 수려한 경치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산행 거리도 약 7.2㎞(3시간가량 소요)로 길지 않다.
산행은 안성저수지에서 시작한다. 산쪽으로 50m가량 직진하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임도에 올라선 뒤 역시 오른쪽으로 진행하다 두 번의 갈림길에서 모두 우회전한다. 길가에는 노란색 양지꽃과 보라색 각시붓꽃이 앙증맞게 피어 있다. 100m가량 능선을 타면 커다란 바위가 앞을 막아선다. 설치된 밧줄에 의지해 바위 위에 올라서면 더 큰 바위가 불쑥 솟아 있다. 옹성산을 에워싼 세 암봉 중 하나인 '옹암'이다. 50m가량 옆으로 돌아 밧줄을 잡고 옹암 정상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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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순적벽이 있는 동복호. |
정상에 서면 쌍두봉(나머지 두 개의 암봉)이 옹암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깎아지른 옆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솜털 같은 하얀 꽃 밑으로 연두색 작은 잎이 촘촘히 돋아난 물푸레나무들이 옹암의 거친 기세를 누그러뜨린다. 300m가량 내려가다 삼거리에서 왼쪽 자드락길을 탄다. 200m쯤 걸으면 민가가 나온다. 지천으로 널린 노란 애기똥풀 사이사이 큰개부랄꽃이 보랏빛 자태를 뽐낸다.
민가를 지나 200m가량 직진하면 쌍문바위 삼거리에 이른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30m쯤 가면 어른이 넉넉히 들락거릴 수 있는 크기의 구멍 두 개가 뚫린 쌍문바위가 버티고 서 있다. 쌍문바위는 인위로 조성한 건 아니지만, 위치상 외성 구실을 하는 세 암봉에서 옹성산 중심부의 내성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쌍문바위 삼거리에서 백련암터 삼거리로 가는 도중에 길이 20m가량의 대숲 터널을 통과한다. 잎사귀 사이로 햇살이 직선을 그으며 쏟아져 마치 빛 세례를 받는 느낌이다. 쌍문바위가 옹성산 정상으로 가기 위한 물질적인 관문이라면 대숲 터널은 정신적인 관문이라 할 수 있겠다. 백련암터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길을 잡아 600m가량 가파른 능선을 타면 동복호 전망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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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성산 능선의 성곽. |
산허리까지 올라온 동복호의 호안선이 빚어내는 유연한 굴곡이 그윽하다. 보이진 않지만 전망대 아래가 화순적벽이다. 전망대 왼쪽 호숫가 벼랑에서 적벽의 존재를 짐작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400m쯤 더 가면 정상이다. 정상에 이르는 능선길은 호젓하다.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직진하면 산성이 나온다. 돌 성곽 표면에 낀 짙푸른 이끼가 축성 이후의 긴 세월을 말해준다.
산성에서 주차장 쪽으로 600m가량 자드락길을 따라가면 쌍두봉 사이에 도달한다. 양쪽으로 각각 20~30m 오르면 두 암봉의 정상이다. 발밑으로 수백 m 절벽이 내리뻗어 있다. 계단을 설치해 놓지 않았다면 오르내리기 힘든 곳이다. 하산 과정에는 암벽이 손에 닿을 듯 가까워졌다 멀어져간다. 1.1㎞가량 내려오면 주차장이 나오고, 거기서 도로를 따라 1㎞쯤 더 가면 산행 출발지에 이른다.
# 주변 가볼만한 곳
2000개 넘는 화순 고인돌 미처 몰랐네
고인돌 사찰 숲 정자…. 화순군에는 볼거리가 즐비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곡면과 춘양면의 고인돌 596기를 포함해 군 전역에 2000여 기의 고인돌이 분포해 있다. 도암면 대초리에는 미륵신앙의 중심지로 유명한 운주사가 있다. 산 정상의 와불을 비롯해 계곡과 산 곳곳에 새 세상을 갈망하는 민심이 담긴 천불천탑이 조성돼 있다.
남면 유마리에는 627년(백제 무왕 28) 창건된 천년고찰 유마사가 있다. 절에 이르는 계곡이 길고 넓은 데다 물 또한 수정같이 맑다. 유마사가 둥지를 튼 모후산의 편백나무·소나무 숲길은 일상에 찌든 심신을 정화할 수 있는 힐링 걷기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명품 물안개를 보려면 화순읍 세량리의 세량제로 가면 된다. 이곳 물안개는 해 뜨기 전에 조금씩 피어오르다 햇볕이 들기 시작하면서 절정을 이룬다. 사진 촬영을 하려면 반드시 새벽에 가야 한다.
화순군은 정자 문화도 발달했다. 대표적인 곳이 춘양면 우봉리의 침수정이다. 윤선도의 문인인 홍경고가 지은 이 정자는 중앙에 방이 있는 호남지역 정자 건축양식의 전형을 보여준다. 정자에 앉으면 지석강변의 넓은 벌판이 내려다보여 눈맛이 시원하다.
이서면 창랑리의 물염정은 화순적벽 등 주변 경치와 어우러져 경관이 수려하다. 이곳은 무등산 정자문화권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 교통편
- 부산~광주 거쳐 화순 내린후 217번 타고 안성리 내리세요
부산에서 화순으로 가는 시외버스가 없어 광주를 둘러가야 한다. 광주행 시외버스는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전 5시55분부터 5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광주발 시외버스로 화순에 도착한 뒤 터미널 앞 군내버스 정류소에서 가수리·북면행 217번 버스를 갈아타고 가다 안성리에서 내리면 된다. 시외버스를 탈 경우, 시간이 오래 걸려 하루만에 이곳을 다녀오기 어려우니 자가용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