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차원 '최대규모'... 부산대·창원대·울산대 등 27개 학교, 1개 연구소 참여
[김보성 kimbsv1@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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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울산·경남지역 27개 대학, 1개 연구소의 교수 연구자 652명이 참여한 시국선언이 14일 발표됐다. 이날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을 찾아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교수 연구자들. |
ⓒ 김보성 |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텃밭으로 불리는 부산과 울산, 경남에서도 교수·연구자들이 한데 모여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합류했다. 서울·인천 등 수도권을 시작으로 이날 부울경까지 대학사회의 시국선언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피땀 흘려 이룬 민주주의 참혹한 퇴행"
부울경 교수연구자연대는 14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을 찾아 "대한민국의 법치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한다"라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부울경 지역 27개 대학, 1개 연구소 등에서 참여한 652명은 "피땀 흘려 쌓아 온 민주주의적 제도와 관행이 참혹한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라며 사태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명태균씨 녹취를 둘러싼 공천과 국정개입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부울경 지역에서 교수들이 공개적으로 시국선언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한양대·경희대·제주대·전북대 등 여러 곳에서 둑이 터지듯 선언이 이어졌다. 대부분 "국정농단을 이대로 좌시할 수 없다"라는 목소리를 담았는데, 부울경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기자회견이 기름을 부었다. 교수·연구자 624명은 "일말의 반성과 책임을 기대했지만, 자신의 무능과 무도함 그리고 김건희씨의 국정농단에 대해 모든 것을 부정하고 변명과 남 탓으로 일관했다"라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봉착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끝없는 거부권 행사로 입법기관을 무력화한 점, 검찰공화국 비난을 피해 갈 수 없는 점, 이태원 참사에서 무책임하게 대응한 점, 일본과 관계 개선을 이유로 굴욕외교를 자처하고 있는 점, 국민 반대에도 한반도 긴장을 키우고 있는 점 등 "대한민국이 중대한 위기에 빠졌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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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울산·경남지역 27개 대학, 1개 연구소의 교수 연구자 652명이 참여한 시국선언이 14일 발표됐다. 이날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을 찾아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교수 연구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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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울산·경남지역 27개 대학, 1개 연구소의 교수 연구자 652명이 참여한 시국선언이 14일 발표됐다. 이날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을 찾아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교수 연구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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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경제와 관련해서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라며 "나라가 이 지경인데도 대통령은 경제는 문제없다고 나 홀로 주문처럼 외치고 있다"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동시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놓고 "선거개입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의 거짓말도 드러났다"라며 심판을 주장했다.
시국선언의 끝은 대한민국 헌법 1조로 채워졌다. 이날 선언문은 652명을 대표해 영산대 주유신 교수, 부산대 오정진·이창진 교수, 동명대 김동규 교수가 번갈아 낭독을 맡았다. 1조 조항을 읽은 이들은 "이제 나라를 지키기 위한 전 국민적 행동이 개시되어야 할 시점"이라며 "한 줌도 안 되는 국정농단 세력에 의해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고 추가적 행동을 호소했다.
시국선언 연명 과정을 설명한 진시원 부산대 교수는 "임계점을 넘어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법치까지 무력화하는 상황에서 변화에 대한 요구 수준을 넘어 (이를) 추동해야 하는 시기라고 판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동규 동명대 교수는 윤 대통령에게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서 이렇게 힘을 모은 건 현 시국이 얼마나 구렁텅이에 빠져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시국선언은 다른 지역으로 더 번질 기세다.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인 원동욱 동아대 교수는 "최근 전북지역에서 지역 대학 차원의 선언이 있었고, 앞으로 충청, 강원 등에서 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한 시국선언 전문이다.
대한민국의 법치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한다!
대한민국이 중대한 위기에 빠졌다. 피땀 흘려 쌓아 온 민주주의적 제도와 관행이 참혹한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사라졌고 서민을 살리는 경제는 무너졌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외교 안보가 오히려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 무엇이 이 나라를 몰락과 붕괴로 내몰고 있는가. 바로 윤석열 부부의 권력 사유화와 국정농단이 그 근본 원인이다.
민주주의가 전면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입법기관인 국회는 대통령의 무분별하고 끝없는 거부권 행사로 그 권능을 상실해 버렸다. 정의와 공정의 보루가 되어야 할 검찰은 스스로 역할을 부정했다. 만인 평등의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짓밟으며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것이다. 시민들은 지금 검찰을 김건희 씨와 대통령 일가를 지키는 사설 경호원이라 부른다. 무능하고 무도한 정권을 유지하는 공동정범이라 칭한다.
서민들의 삶은 도탄에 빠졌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지속되며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강조해온 교육, 의료, 노동, 연금의 4대 개혁은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표류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치솟고, 폐업의 구렁텅이로 몰리는 자영업자의 절규가 온 누리에 퍼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권은 끝없는 부자 감세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가속화된 재정 적자와 엉터리 긴축재정 속에 서민 지원을 위한 정책들은 차례로 실종되고 있다. 나라가 이 지경인데도 대통령은 경제는 문제없다고 나 홀로 주문처럼 외치고 있다.
국가의 기초적 의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태원에서 꽃다운 청년들이 떼죽음을 당한 것을 기억한다. 그 거대한 비극 앞에서 대통령과 책임자들이 제대로 된 애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한다. 응급실 뺑뺑이로 상징되는 의료대란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당당한 태도를 보라. 이야말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협을 철저히 외면하는 현 정권의 민낯을 상징하는 것이다.
외교 안보 분야는 또 어떤가. 역사적 반성 없는 일본에 머리를 조아리는 굴욕외교는 이미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의 근대화와 고도성장이 식민 지배의 결과라는 어처구니없는 논리가 전면에 부활하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미화하는 참담한 망언을 일삼는 자들이 국가기관의 장에까지 오르는 지경이다.
대통령 취임 이후 한반도에는 평화와 교류가 사라졌다. 남북 긴장과 적대의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다. 특히 국회의 동의조차 없이 독단으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하는 작금의 상황은 온 국민을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대통령은 한반도 전쟁위기의 극대화를 우려하는 절대다수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위험천만한 개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아내의 국정농단과 선거개입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의 거짓말도 연달아 드러났다. 충격과 분노는 10%대로 주저앉은 대통령 국정지지율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이미 끝났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지표이다.
11월 7일 대통령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은 일말의 반성과 책임을 기대했지만, 대통령은 자신의 무능과 무도함 그리고 김건희 씨의 국정농단에 대해 모든 것을 부정하고 변명과 남 탓으로 일관했다. 국민은 이제 윤석열 김건희 부부를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봉착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선언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 이제 나라를 지키기 위한 전 국민적 행동이 개시되어야 할 시점이다.
한 줌도 안 되는 국정농단 세력에 의해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 이 같은 엄중한 상황을 맞아 우리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교수 연구자 일동은 본 시국선언을 통해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의 법치를 훼손한 대통령은 즉각 사퇴하라!
하나, 현 정권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무기지원과 파병을 비롯한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조장하는 그 어떤 시도도 결단코 반대한다!
하나, 현재의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치권은 물론 모든 시민이 함께 뜻을 모아 필요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2024년 11월 14일
무너지는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부산·울산·경남 교수 연구자 일동
(가야대, 경남대, 경상국립대, 경성대, 고신대, 국립부경대, 동명대, 동서대, 동아대, 동의대, 마산대, 부산가톨릭대, 부산과학기술대, 부산교대, 부산대, 부산외대, 부산장신대, 신라대, 영산대, 울산과학대, 울산대, 인제대, 진주교대, 창원대, 창원문성대, 한국국제대, 한국해양대 등 27개 대학, 1개 연구소 65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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