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4/06 한국일보>
'슈퍼쌀'개발 길 텄다
쌀 게놈분석…식량난 타개등 전망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5일 발표된 쌀의 유전자 분석 결과는 인간 게놈 해독에 비견될 중요한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기존의 품종 개량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정확하고 빠른 속도로 수확 증대를 연구할 기초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다른 곡물의 유전자 해독 속도를 높이는데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사이언스에 게재된 연구 보고서는 두 가지다. 중국 정부가 게놈 연구 강화를 위해 1999년 설립한 베이징(北京) 게놈 연구소가 워싱턴대 시애틀 게놈 센터와 공동 작업으로 내놓은 결과와 스위스에 본사를 둔 생명공학기업 신젠타의 캘리포니아 샌 디에고 연구소의 연구 성과다.
미중 학자들의 공동 연구는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의 온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주재배 품종인 인디카로 이루어졌다.
신젠타는 일본이나 토양이 건조한 지역에서 수확하는 자포니카 품종으로 유전자를 분석했다.
게놈 해독으로 밝혀진 쌀의 유전자 숫자는 최소 4만2,000개에서 최대 6만3,000개이다.
이 같은 숫자는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지만 다른 식물과 마찬가지로 쌀의 유전자도 전체의 4분의 3 정도가 동일한 염기 배열을 반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품종의 유전자 배열 편차는 0.5~1% 정도로 서로 다른 두 사람의 게놈에서 발견되는 차이보다 10배나 컸다.
놀라운 사실은 쌀의 유전자 숫자가 3만5,000개 안팎에 이르는 인간의 유전자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다.
앞서 게놈 분석을 완료한 과실파리(1만3,600개)와 애기장대(2만5,000개)의 유전자 숫자가 인간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쌀의 유전자가 인간 이상이리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학자들의 해석은 시각에 따라 다르다. 코페르니쿠스 이후로 인간이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주고 있는 과학의 성과 중 하나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생명체의 복잡성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 숫자가 아니라 조합과 기능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쌀의 게놈 분석은 매일 2만4,000명이 굶어서 숨지는 지구촌의 비참한 현실을 해결을 위한 커다란 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포니카 종 연구에 참여한 신젠타의 슈테판 고프 박사는 종자개량 연구자들이 이미 1,000개의 쌀 염색체 특징에 관한 지도를 갖고 있지만 이번 연구는 그런 특징을 낳는 유전자 배열이 어떻게 되는가까지 확인했다면서 밀 옥수수 보리 등 식량으로 쓰이는 주요 곡물의 수확 촉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젠타는 특히 식량난을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 연구소들과 공동 연구를 추진할 계획을 내놓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