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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야?, 아버지 쓰러져 버려서 말야?.
친아버지가 드러누워 있으니 조금은 얌전하게 있으려고 생각 안 하는 거냐 방탕녀야, 라고 하는 거야?
실례되는 말이지?, 그래서야 내가 going my way 하는 구름처럼 들리잖아」
흥흥, 하고 불평불만을 쏟아놓으면서 밥을 먹는 후지 누나.
아마, 어젯밤 오지 못했던 건 후지 누나의 아버지가 쓰러져버렸기 때문인 듯 하다.
「? 선배, going my way 하는 구름이라니 뭐에요?」
「응, 후지 누나를 가리키는 거. 둥실둥실 떠 있으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을 가리키지」
즉답.
「아냐?. 그 구름은 백수!
날이면 날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마을 사람들을 놀려대며 재미있고 웃기게 사는 사람을 가리켜 말하는 거야」
납득하는 사쿠라와 세이버.
둘이 어느 부분에 납득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선생님, 그럼 아저씨 몸, 좋지 않은 건가요?」
「설마. 우리 가계는 감기라든가 그런 거 안 걸린다고 유명하니까.
아버지는 말야, 나이 생각도 안 하고 젊은 애랑 스모해서 허리 다친 거야」
「스모……? 스모라는 건 뭔가요, 타이가」
「에에? 응?, 좀 말로 설명하는 건 어려운데에. 여하튼 민다, 물러나면 민다, 밀면 민다 라는 격투기야.
무기 없이 하지만 주먹은 안 돼. 차는 것도 안 돼.
기본적으로 상대의 몸과 꽉 맞붙어서, 으랴?하고 지면에 눕히면 승리야」
「……음. 그건 순수하게 힘을 비교하는 것, 이라는 건가요?」
「그러네. 그리고 옷도 없어. 자신도 상대도 거의 알몸으로 서로 부딪치는 거야」
「아, 알몸으로 말인가요……!?」
「응. 샅바 두르고 있으니까 급소는 가리고 있지만.
아, 샅바라는 거는 훈도시 말이야. 모르겠으면 시로한테 물어봐. 나보다 자세히 알고 있으니까」
후루룩?, 바지락 된장국을 후루룩대며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는 후지 누나.
「과연. 그래서, 시로. 훈도시라는 건 뭔가요?」
「————」
설명하는 건 쉽지만, 입 밖에 내는 건 꺼려진다.
상대는 세이버고, 지금은 아침 식사 중이다.
뭐가 슬퍼서 훈도시 얘기 따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몰라. 스모는 전문영역 밖이니까, 다른 데를 알아봐 줘」
「거짓말?. 시로, 샅바 가지고 있으면서?」
「가, 가지고 있을 것 같아 그런 거!? 스모는 후지 누나네 할아버지가 하게 시켰을 뿐이고, 샅바도 빌린 거잖아!
대체 말야, 몇 년 전 이야기하고 있는 거야, 후지 누나는!」
「아하하하, 그런가 그렇지. 시로, 어릴 때는 작았으니까 스모는 계속 지기만 했었지?.
할아버지가 다른 경기로 하라고 하면서, 이길 때까지 그만두고 싶어하지 않는 시로한테 활 들려줬었지」
「……………………」
후지 누나는 즐거운 듯이 웃고 있다.
……뭘까나.
오늘 아침 후지 누나는 묘하게 하이 텐션이라, 여느 때보다 20% 업으로 소란스럽다.
「어이 후지 누나. 시간, 슬슬 위험한데. 7시 전에는 여길 나가지 않으면 지각 아냐?」
「응? 아, 오늘은 괜찮아. 어제부터 아침 부활동은 금지됐으니까.
……뭐, 그래도 오늘은 직원회의가 있으니까 일찌감치 나가지 않으면 곤란하지만」
「에? 선생님, 궁도부도 아침 연습 중지인 거에요?」
「그래. 아, 그렇지. 사쿠라쨩한테는 연락 안 갔었지.
어제, 좀 사고가 있어서 말야. 육상부 앤데, 부활동 중에 다쳐서.
양호실 카사마 선생님이 말하기론 잠이 부족했다든가 해서, 아침 연습은 당분간 중지된 거야」
「……흐응. 하지만 다친 사람이 한 명 나온 거 그거 하나 때문에 중지하는 거야?
그것도 잠이 부족했다니, 그런 건 본인의——」
자기관리능력의 부족이지만, 혹시.
「후지 누나. 그 다친 사람, 몇 명 나왔어?」
「……응?, 10명 이상 20명 미만, 정도」
「그, 그렇게나 되나요?
선생님, 궁도부 다른 사람들은——」
「그게 말야?, 우리는 안 나왔지만, 어제 부활동에서도 피곤한 얼굴인 애가 몇 명 있었어.
……에, 최근 여러 가지로 위험하잖아?
그 근처에서 오는 정신적 피로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
가능한 한 학생한테는 부담을 주지 않는 방침으로 가는 것 같아.
부활동이 부담이 된다는 건 아니지만, 육체적으로 피로해지는 건 부정할 수 없고 말야?」
이런이런, 하며 어깨를 움츠리고 밥그릇을 내미는 후지 누나.
「사쿠라쨩, 한 그릇 더. 밥 절반으로 부탁해?」
「네, 자요. 오늘은 소식이네요, 선생님」
「그래그래애. 학교 가도 일이 쌓여 있는 건가 생각하면 위가 아프고 아파서, 식욕이 없는 거야아」
으흐흑, 하며 쓰러져 운다.
음.
아무래도 우리 집에 눌러 사는 호랑이는, 밥 두 그릇 반 정도는 전력투구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듯 하다.
「그러는 사쿠라쨩은 힘이 넘치네. 밥, 곱빼기로 두 그릇 째인걸」
「한창 자랄 때니까요. 최근엔 금방 배 꺼져버리니, 다소 무리라도 먹어두지 않으면 고생이에요」
엣헴, 하며 가슴을 펴는 사쿠라.
……아니.
이미 그 양은 한창 자랄 때라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가까이에 대식한이 있으면 따라서 먹고 마는 건지도 모르겠다.
「과연. 사쿠라에겐 궁수로서는 완력이 부족해요. 영양을 섭취하는 건 좋은 겁니다」
묵묵히 밥을 먹으면서 세이버는 끄덕이고 있고.
……어쩐지, 맞물리고 있는 듯 하면서 미묘하게 어긋나 있는 건 기분 탓일까.
7시 좀 지난 시간.
후지 누나가 먼저 학교에 가고, 우리들은 뒷정리에 착수했다.
오늘은 사쿠라도 여유가 있기에, 느긋하게 설거지를 한다.
둘이서 착수했다는 이유도 있어서, 아침 뒷정리는 삭 끝났다.
……티 안 나게 사쿠라의 기색을 봤지만, 몸은 정말로 괜찮은 듯 하다.
열은 없는 것 같고, 몸에서는 활기가 넘치고 있다.
「저, 저 선배……!
조, 조금 할 얘기가 있는, 데요, 시간 좀 내 주실 수 있겠어요!?」
그러자.
마치 지금부터 습격하러 가는 듯한 긴장한 모습으로, 갑작스럽게 사쿠라는 말을 꺼냈다.
「낼 수 있어. 시간, 아직 여유 있으니」
「네, 넷. ……저, 저, 저 말이죠. 도시락을 말이죠, 만들어 봤는, 데요」
고개를 숙인 채, 자요, 하며 사쿠라는 도시락을 건네줬다.
이따금 내가 쓰는 도시락통과는 다른, 사쿠라가 준비한 도시락통인 듯 하다.
세련되지 않은 내 도시락통과는 다르게 용기 모양은 귀엽고, 보퉁이도 산뜻한 색을 띠고 있다.
사쿠라의 도시락이라면 맛은 보증서 붙었고, 무엇보다 만들어준 건 무조건적으로 고맙다.
「응, thank you. ……근데, 혹시 사쿠라, 오늘 아침은 일찍부터 도시락 만들어준 거야?」
일어나서 바로 거실에 가니, 사쿠라는 아침 식사 준비를 끝내놓고 있었다.
그 시점에서 꽤나 일찍 일어났구나아, 라고 감탄했지만, 실제론 더 빨리 일어났던 모양이다.
「아, 네, 저, 일찍 눈이 뜨여버려서, 할 일도 없으니까 도시락 만들까나 해서,
……에에, 그래서 의논할 게, 있는데요——」
「? 뭐야 새삼스럽게. 의논이라니 대단한 일이야?」
「아, 아뇨, 그런 게 아녜요……!
아닌, 데요…………에에, 그래요! 서, 선배는, 그다지 도시락 안 만들죠.
선배 요리 좋아하는데 어째설까 싶어서!」
「……사쿠라. 나, 별로 요리 좋아하는 게 아닌데」
아니 그렇다기보단, 남잔데도 요리가 취미라는 건 불만이기에,
어디까지나 요리를 할 수 있다, 라는 레벨에 머물러줬으면 하는데, 하는 마음.
아아 아니, 그건 어쨌든 도시락 안 만드는 건 어째서인가 하는 이야기였지.
「그게 말이지. 나도 도시락 쪽이 싸게 먹힌다고 알고 있지만, 가지고 가면 반 남자 놈들이 등치러 오는 거야.
그 결과, 문득 정신을 차리면 반찬이 절반이 돼 있는 거지」
하아, 하며 끄덕이는 사쿠라.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반찬을 빼앗아 가는 비율은 오히려 여자 쪽이 높지만, 한심하기에 말하지 말자.
「응. 그런 사정이라, 학생회실을 쓸 수 있는 날밖에 도시락은 안 만드는 거야.
거기라면 잇세랑 둘이서 먹을 수 있잖아」
「……저, 저, 선배? 그러면 궁도장에서 점심을 먹는 건 어떨까요?
점심이라면 도장도 비어 있고, 차도 끓일 수 있고, 저, 아무도 없으니까 조용하니——」
?
아아 과연, 그 방법이 있었나.
점심이라면 궁도장 문도 열려 있고, 부원도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있다고 하면 미츠즈리겠지만, 그 녀석은 다른 사람 도시락에 손을 댈 정도로 무도한 녀석이 아니고.
「……응, 그렇지, 그럴 수도 있나」
「그, 그래요!
물론 그럴 수도 있죠, 선배! 그럼, 저——」
「하지만 외부인이 들어가는 것도 뭐하지. 일단 미츠즈리한테 허가 받아두지 않으면 안 되잖아」
「그, 그건 괜찮아요! 궁도장은 학교 건물이니까, 부활동 이외엔 학생의 자유로 써도 OK이지 않을까요!」
드물게 역설하는 사쿠라.
「……응?, 그렇지. 폐 끼치지 않으면 괜찮을지도」
응, 하며 납득한다.
그러자.
사쿠라는 왠지, 엄청나게 기쁜 듯한 표정으로 두 주먹을 쥐고 ‘좋았어!’ 하고 있었다.
「……?」
……으?음. 오늘 아침 후지 누나의 하이 텐션이 전염된 걸까, 저거.
비탈길을 올라간다.
아침 연습이 없기 때문인지, 통학하는 학생의 수가 여느 때보다 많다.
「시간은 아직 괜찮네요. 이렇게 느긋한 아침은 오랜만이에요」
옆에는 사쿠라가 기쁜 듯이 걷고 있다.
어째서인지 불명이지만, 사쿠라는 아주 기분이 좋다.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지만……뭐어, 사쿠라랑 같이 등교하는 건 드문 일인가」
「네. 궁도부 아침 연습은 쉬는 날 없으니까」
「그렇지만, 아침 연습은 자유참가잖아. 녀석들 대부분은 이틀에 한 번 정도 비율이니까, 사쿠라도 쉬면 되는데」
「에? 저, 저, 그럼 선배, 제가 쉬면 같이 학교에 가 줄 건가요?」
「? 그런 거 당연하잖아. 같은 데에 가는 거니까, 사쿠라가 싫어해도 같이 가지」
「아, 그, 그럼——
아, 역시 무리였어요. 저 서투르니까, 하루라도 쉬면 실력이 떨어지고 말아요」
못 쓰겠죠, 라며 자기 자신에게 혀를 내미는 사쿠라.
「? 그럴까. 너무 비교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사쿠라 실력은 1학년에선 단독 톱이야.
모양도 잡혀 있으니까, 하루 이틀 간격을 둬도 문제 없을 텐데」
「아뇨, 저는 아직 미숙해요. 지금도 긴장을 늦추면 사념(邪念)이 들어오고, 과
녁이 보이지 않는 것도 항상 있는 일이니. 천성이 게으름뱅이니까,
매일 딱 잡아서 하지 않으면 점점 구제불능이 돼 버리는 성격인 거에요」
……흠.
뭐어, 본인이 그렇다면 참견할 문제도 아닌가.
사쿠라와 헤어진다.
2학년은 3층, 1학년인 사쿠라의 교실은 4층이다.
「그럼 선배, 나중에」
「그래. 수업 중에, 낮잠 자거나 하지 마. 사람 배가 꽉 차 있으면 졸리게 되니까 말야」
「아하하, 그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요. 벌써 진작에 뱃속 80% 상태가 돼 있으니까」
계단을 올라가는 사쿠라.
거기에 가볍게 손을 흔들고, 자신의 교실로 향했다.
점심 시간이 됐다.
——신지는 결석, 잇세도 마찬가지로 결석이었다.
……잇세는 류도사 사건 뒤, 병원에서 요양하고 있는 듯 하다.
보니 결석한 사람은 둘만이 아니라, 그 외에도 몇 명인가 병결인 사람이 있었다.
「————」
……그러나, 결석자가 이 이상 늘지는 않는다.
거리 사람들에게서 생기를 빼앗고 있었던 서번트, 캐스터는 사라졌다.
도시를 소란스럽게 하고 있었던 원인불명의 혼수상태 사건은 이제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 캐스터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금방 건강해져서 돌아올 거야」
자,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남은 마스터는 앞으로 4명.
토오사카와 이리야는 그렇다 치고,
아직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남은 둘이 어떤 마스터인지 알지 못하는 이상, 안심하는 건 너무 이르다.
「「아」」
목소리가 하모니를 이룬다.
복도에 나온 순간, 불의의 습격스럽게 토오사카와 얼굴을 마주해버렸다.
「잠깐. 아 라니 뭐야, 아 라니. 사람 얼굴을 보자마자 그러다니 실례되는 거 아냐?
그렇지 않으면 뭔가, 나한테 뒤가 켕기는 거라도 있는 걸까, 에미야 군은」
「이봐, 놀란 건 그쪽도 마찬가지잖아. 지금 그 대사는 그대로 돌려주겠어.
……거기다 어제 전화, 대체 뭐야. 오지 말라고 했다가 오라고 했다가, 꽤나 제멋대로잖아, 토오사카」
「음……어, 어제 그건 특례야. 류도사의 마스터가 사라진 뒤, 네가 학교 빠지면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에, 류도사 건을 가르쳐준 건 나니까, 에미야 군한테 무슨 일 있으면 곤란하잖아」
「————」
……놀랐다.
토오사카 녀석, 혹시 그런 거 정도로 책임을 느끼고 있었던 건가?
「그렇구나. Thank you, 토오사카. 걱정해준 거구나」
「그, 그렇지 않아! 나는 그저, 정보제공자로서 사건의 전말이 알고 싶을 뿐이라니까!」
「응? 그거라면 어제 전화로 말했잖아. 캐스터와 그 마스터는 쓰러뜨렸어. 류도사에는 이제 아무것도 없다구」
어라?
뭐지, 토오사카 녀석 갑자기 진지한 얼굴이 됐는데?
「뭐야 토오사카. 나, 뭔가 이상한 소리 했냐?」
「——그래. 에미야 군을 안 믿는 건 아니지만, 딱 한 번만 더 확인할게. 너, 정말로 캐스터를 쓰러뜨렸어?」
「……음. 아무리 나라도 승패 정도는 알아.
세이버는 완전히 캐스터를 소멸시켰어. ……캐스터의 마스터도, 이미—」
우리들이 달려갔을 때엔, 죽어 있었지.
「……알았어. 그럼, 그거에 대해서 할 얘기가 있어. 잠깐 옥상까지 따라와」
저심시간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옥상으로 발을 옴긴다.
「뭐——캐스터가, 사라지지 않았어?」
「그래. 에미야 군이 캐스터를 쓰러뜨린 게 이틀 전이잖아. 그런데도 어제도 예의 혼수상태 사건은 일어났어.
……그것도, 마력을 빼앗긴 사람들은 이제까지보다 심한 쇠약상태에 빠졌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우리들은, 분명히」
「알아. 네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고, 착각하고 있다고도 생각되지 않아. ……하지만, 실제로 나와 아쳐는 캐스터 같은 그림자를 본 거야. 어젯밤, 피해가 있었던 현장에 달려갔을 때에 말이지」
「…………그래. 그럼, 정말로 캐스터는 살아 있고, 아직 도시 여기저기에서 마력을 모으고 있다는 건가」
「……단언할 수 없지만, 그런 거지. 하지만 류도사의 분위기가 변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어.
너희들은 캐스터를 쓰러뜨렸어. 하지만 캐스터는 여전히 존재해. 지금 확실한 건 그것뿐이야」
언짢은 듯이 토오사카는 말한다.
……어제까지 본 토오사카와는 미묘하게 분위기가 다른 건 그게 원인인 듯 하다.
아마도, 토오사카는 이 싸움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거다.
마스터가 쓰러지면 서번트는 소멸한다.
서번트도 역시, 완전히 격파되면 이 세계에서의 죽음은 피할 수 없다.
그 양쪽의 페널티를 입고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듯한 캐스터.
그건 성배전쟁의 룰을 근본부터 뒤집는 “위반”이기 때문이다.
「——그래. 그래서, 토오사카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에? 나?」
「응.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네가 성배전쟁을 그만둘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하지만 지금은 성배를 쟁탈하는 것보다, 캐스터에 대한 걸 확실히 해 두고 싶은 거 아냐?
다른 마스터와의 싸움은 나중으로 미뤄서라도 말야」
「에미야 군의 생각이 맞아.
이번 성배전쟁은 어쩐지 수상쩍어. 아버지한테 들었던 거랑은 다른 듯한 생각이 드는 거야.
뭐라고 할까, 우리들이 모르는 곳에서 다른 게 행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것, 이라.
나에게는 성배전쟁 자체가 이해의 범주 밖이니까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다.
하지만, 당당한 마스터인 토오사카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틀림없겠지.
「그럼 토오사카는, 에」
「응, 자신이 납득이 갈 때까지 성배전쟁의 룰에는 따르지 않을 거야.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용당한 자신이,
누구에게 어떤 위해를 가하는 건지 모르는 건 마음에 안 들어.
그런 거 싫잖아? 그래서 확실해질 때까지, 다른 마스터와 으르렁대는 건 그만 둘 생각」
딱 잘라 말한다.
토오사카의 눈에는 망설임이 없고, 동시에, 내 선택을 묻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래. 그건 휴전선언으로 봐도 되는 거야, 토오사카?」
「에미야 군이 받아준다면 말이지.
이 건이 정리될 때까지 네가 나와 적대하지 않는다면, 나도 너에게 위해는 가하지 않겠어」
어때? 라고 시선으로 묻는 토오사카.
그런 건, 처음부터 대답은 정해져 있다.
「그건 이쪽이 할 말이야. 토오사카가 공격해 오지 않는 한, 나도 토오사카와는 싸우지 않겠어.
……거기에다, 혹시 싸우는 때가 왔다고 해도, 그건 정정당당하게 해야지. 그 때가 올 때까지는——」
나는 토오사카와, 이런 식으로 협력관계로 있고 싶었다.
「결정됐네.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지만, 좋은 대답을 들을 수 있어서 기뻐」
「에……?」
토오사카는 오른손을 이쪽으로 내민다.
그게 악수를 요구하고 있는 거라고 깨닫고,
「아, 응. 자, 잘 부탁해 토오사카」
급속히 붉어지고 있는 볼을 억누르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좋아, 계약 성립이네. 잠깐 동안이겠지만 잘 부탁해, 에미야 군」
……토오사카는 단단히 맞잡아온다.
그 감촉은 부드럽고, 내 손 같은 거보다 훨씬 연약하며, 약간 차가웠다.
「윽————!」
바, 바보, 이런 때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거야 토오사카가 그럴리없잖아??? ! ! ! !
「? 왜 그러는 거야, 에미야 군. 갑자기 땀 흘리고. ……왠지, 심박수도 올라갔는데」
「윽!?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저 감기야, 밥 먹으면 나아! 밥 먹으면 나으니까, 슬슬 점심밥을 먹자!」
팟, 억지로 손을 뗀다.
그러자.
토오사카의 얼굴이, 어쩐지 매우 사악하게 변모해 갔다.
「하하앙. 요전에 의논했을 때 혹시 했는데, 역시 그렇구나.
익숙한 듯한 인상이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았던 거네.
의외라고 할까, 외견그대로라고 할까.
……흐?응. 흐?응. 흐 ? ? ? 응」
말똥말똥, 히죽히죽 사람을 위에서 아래까지 값을 매기는 토오사카 린.
「뭐, 뭐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확실히 말해. 마, 말 안 하는 건 좋지 않다구」
「벼얼로?. 에미야 군에 대해서 좀 알았을 뿐이니까 신경 쓰지 마.
아, 입 밖에 낼 생각은 없으니까 겁 안 내도 돼?」
「윽! 거, 겁내고 있지 않앗! 말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말하면 되잖앗」
「어머, 말해도 괜찮아?」
빙긋이 웃는다.
아아——이런 비뚤어진 웃는 얼굴이 이 세상에 존재할 줄이야.
「……말하지 마」
「뭐, 작아서 안 들리는데?」
「……미안, 말로 하지 말아줘. 들으면 엄청 쇼크 받을 거 같아.
특히, 네 입에서 들으면 2배 3배론 안 끝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래? 그럼 입 다물어줄 수도 있는데——」
흐흥, 하고 승리자의 웃음을 띄우며 물러나는 토오사카.
거기에 후우, 하고 일단 마음의 평안을 되찾은 순간.
「에미야 군, 좋아하는 애 꿈꾸는하는 타입이지?」
「아니, 말하잖아 이 악마아아아아앗!」
「그러니까 말야. 인간이라는 건, 사실을 들으면 화난다고 생각해」
무언가 생각하는 분위기로, 사람 도시락을 쿡쿡 찌르는 토오사카.
토오사카는 오늘도 맨손으로 옥상에 와 있었다.
즉 점심밥 준비 같은 건 안 돼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일한 식료품인 내 도시락이 노려지는 것도, 이거 또한 필연이라고 할 수 있었다.
「됐으니까 먹어. ……진짜, 도시락 안 가지고 있는 주제에 말야, 어째서 젓가락만은 완비하고 있는 거야.
너, 젓가락 항상 가지고 다니는 거냐?」
「? 이건 교실 나올 때 가지고 왔을 뿐이야?
에미야 군, 요전도 점심밥 가지고 있었으니까, 오늘도 나눠주는 거 받아먹으면 될까 싶어서.
그래서, 혹시 도시락이었을 때를 생각해서, 사전에 젓가락을 준비했는데?」
「……이봐. 그 용의주도함은, 어딘가 논점이 어긋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거기까지 알고 있다면 젓가락 전에 먹을 걸 가지고 와라, 먹을 걸.
「사소한 거에 신경 쓰지 마 신경 쓰지 마. 에미야 군도 도시락을 2인분 가지고 왔으니까, 결과 all right이잖아」
「………………」
아니, 딱히 2인분 도시락인 거 아니라구, 이거.
단지 사쿠라가 준비한 반찬의 양이 너무 많았을 뿐이다.
「……뭐 상관없나. 나 혼자였으면 다 못 먹었을 게 확실하고 말야.
아, 토오사카. 아까부터 야채만 먹지 마. 고기도 먹어, 고기도. 나만 고기 먹고 있으면 위에 부담 가잖아」
「에— 그 튀김, 간이 달게 돼 있어서 싫어. 대체 여자애한테 고기 같은 걸 권하지 말란 말야.
빈틈없이 알아서 분량 재고 있으니까, 안 먹는다는 건 스톱 사인이야」
「거짓말 마. 너, 고깃집에서 거리끼지 않는 타입이지.
진짜 그래. 저~~~얼대 그래. 내가 조촐하게 젓갈 집어먹을 때, 게 눈 감추듯 차돌박이 갈비를 먹는 거야.
그 양, 그 기세로 말할 것 같으면 내 지갑 사정은 상관하지 않고, 오히려 파산시킬 생각인 게 틀림없지.
그리고, 한 차례 만족한 뒤에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후, 이번은 봐 줬어」
흥, 하며 아까의 보복,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억지 쓸 생각으로 농담을 한다.
「……제법인데, 에미야 군.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게 두려워」
「————」
……아니.
두려운 건 너다, 토오사카.
「하지만 이상한 도시락이네. 양은 굉장히 많은데, 담은 거나 래핑 같은 게 여자애 분위기 나잖아? 에미야 군, 혹시 요리 좋아해?」
이 무슨 우연.
그 비슷한 소리를, 아침에도 들은 듯한 생각이 든다.
「……뭐어 싫진 않지만, 오늘 도시락은 내가 아니라 사쿠라가 싸 준 거야.
아, 사쿠라라고 하는 건——」
「……토오사카? 왜 그래, 설탕 덩어리라도 씹었냐?」
「……아차?……일 저질렀나」
토오사카는 한숨을 쉬고, 자신의 젓가락을 집어넣어 버렸다.
「잘 먹었어. 나머지는 에미야 군 혼자서 먹어」
거북한 듯이 도시락에서 떨어지는 토오사카.
「?」
뭐어, 배가 꽉 찼다면 됐지만.
이쪽도 토오사카와 어깨를 맞대고 식사를 한다, 라는 거에 긴장하고 있었으니까,
이걸로 느긋하게 먹을 수 있다는 거다.
옥상에서 교실에 돌아온다.
5교시까지 앞으로 몇 분, 복도는 자신의 교실에 돌아가는 학생들로 혼잡해진 상태다.
반면, 계단은 조용하다.
점심 시간, 다른 학년에 가는 학생은 적기에, 계단에는 드문드문하게만 사람의 모습이 있다.
거기서,
딱, 사쿠라와 얼굴이 마주쳤다.
사쿠라는 우리들을 보자마자, 거북한 듯이 시선을 돌린다.
「……?」
……어떻게 된 걸까.
아침엔 그렇게 활기가 있었는데, 지금 여기 있는 사쿠라는 전혀 힘이 없다.
「사쿠라——」
말을 건다.
그러나, 그런 나보다 빨리,
「미안 사쿠라. 타이밍이 나빴어」
한 발 앞으로 나와서, 토오사카는 그런 소리를 했다.
「에……아, 아뇨, 타이밍이 나쁘다니 그렇지, 않아요. 선배랑 토오사카 선배가 같이 있어도, 저는 별로——」
「그러니까 아니라니까. 좀 말야, 볼일이 있어서 내가 에미야 군을 불렀어.
덧붙여서 말하자면, 에미야 군도 너와의 약속을 어긴 게 아냐. 이 녀석, 단지 모르고 있었을 뿐이니까」
「……으으음? 뭐야 그거. 사쿠라와의 약속이라니, 별로 뭐가 있었던 건—」
「바보. 도시락을 쌌다는 건, 너랑 같이 먹고 싶다는 거잖아. 사쿠라가 화내는 것도 당연해」
「——에?」
자, 잠깐 기다려.
같이 점심을 먹자니, 그런 약속은——
「……저, 저, 선배? 그러면 궁도장에서 점심을 먹는 건 어떨까요?
점심이라면 도장도 비어 있고, 차도 끓일 수 있고, 저, 아무도 없으니까 조용하니——」
그리고.
보니, 사쿠라는 아직 뚜껑을 열지 않은 도시락통을 들고 있었다.
「————」
……그렇, 다.
뭘 묻고 있는 거야, 나는! 이래서야 토오사카한테 바보니 이 녀석이니 불리는 것도 당연하잖아……!
「미, 미안 사쿠라! 나, 얼빠진 것도 정도가 있지……!」
「아, 아뇨, 괜찮아요 선배.
그렇긴 하지만 저, 확실하게 약속한 것도 아니고, 저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구나 라고 생각했을 뿐이고——」
「괜찮지 않아! 가자 사쿠라,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어!
도장에서 잽싸게 끝내면——」
사쿠라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제 시간에 돌아올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앞으로 남은 3분에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윽——」
토오사카의 냉정한 태클에 막혀 버렸다.
……사쿠라와 한 약속을 깬 미안함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지만, 물론, 토오사카의 지적은 100% 옳다.
「괜찮아요 선배. 토오사카 선배 말대로, 교실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 돼요」
「으……하지만, 사쿠라」
「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저, 지금 그 말로 충분히 기뻤어요. 고마워요」
「————」
그런 얼굴로 그런 말을 하면, 대답할 말을 찾을 수 없다.
「그럼 실례할게요. 선배들도 빨리 되돌아가지 않으면 지각해 버릴 거예요」
도시락통을 손에 들고, 사쿠라는 계단을 올라갔다.
「그럼, 나도 갈 건데.
학교가 끝나면, 바로 상점가에 있는 중화반점에 와 줘.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수수께끼 당부를 남기고, 토오사카도 교실에 돌아갔다.
5교시 수업이 끝나고, 교실은 순식간에 사람 모습이 줄어간다.
시간은 아직 2시 전.
「……후우. 마음은 내키지 않지만, 토오사카한테 말을 들었고 말이지」
교사에 남아있어도 할 일은 없고, 좌우간 도전하자는 정신으로 상점가에 향하기로 하자.
이 상점가에 중화반점은 하나밖에 없다.
홍주연세관, 태산.
점심인데도 여전히 다 닫힌 유리창은 손님의 출입을 불명으로 만들고, 처
음 온 손님은 전부 도망쳐 돌아간다는 상점가의 마굴이다.
상점가 모임에서는 꼬마 점장이라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수수께끼의 중국인
바츠 씨가 휘두르는 십자 냄비는, 모든 음식 재료를 고추투성이로 만든다.
즉 맵다.
무지 맵다.
혀를 이쑤시개 천 개로 찔리고 소금 듬뿍 뿌려진 정도로 맵다.
내가 중화요리에 거북한 의식을 가지는 것도, 전적으로 이 가게 맛이 지옥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장이 여봐란 듯이 해해를 어미에 붙이는 것도 마땅치 않다.
「………………」
그런데, 지금부터 그 마굴에 돌입하는 거다.
점장의 눈에 띄면 고속으로 메뉴가 들이밀어진다.
그렇게 되면 끝이다.
하다못해 주문을 달고 신 양념을 얹는 계열로 해서 난을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친져오라든가 호이꿔로우라든가 시킨 날엔 눈 뜨고 볼 수 없고, 마파두부 같은 건 당치도 않다.
그건 위험하다. 혀가 녹는다. 지옥에선 염마(閻魔)가 혀를 뽑는다고 하지만, 틀림없이 그 레벨의 지옥요리다.
가게 이름도 태산이고, 수행하고 돌아왔다고 하는 점장은 지옥에서 망자를 괴롭히는 도깨비가 틀림없어.
「——후우」
시계를 보자, 곧 2시 반이 되려 하고 있다.
학교가 끝나면 바로 와라, 라고 했으니, 이 이상 주저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좋아, 가자!」
어째서 겨우 밥집에 들어가는 것 하나 때문에 이렇게 기합을 넣지 않으면 안 되나 싶지만, 어쨌든 여기는 그런 가게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토오사카도 여기를 만날 장소로 고른 걸, 지금 라이브로 후회하고 있겠지——
——아니.
「음? 왔나 에미야. 시간이 있어서 말이지, 먼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신부가 마파두부 먹고 있다.
「————」
말이 안 나온다.
어째서 이 장소에 코토미네가 있는 건가.
어째서 저렇게 부글부글 끓는 가마 같은 마파두부를 먹고 있는 건가.
그것도 굉장한 기세로.
이마에 땀이 배이고, 물 따위 필요 없다,
한 번 손을 멈추면 두 번 다시 숟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게다, 라는 수라와도 같은 기백.
그렇다기보단 오기로 먹고 있는 거 아닌가 저 녀석, 먹는 스피드가 심상치 않다구.
혹시 맛있는 건가.
저 라유와 고추를 백 년간 정도 끓여 합체사고 끝에 나 무도한 마파두부 이후로 잘 부탁해 같은 요리가 맛있다는 건가.
그렇다면 안 좋다, 코토미네도 안 좋지만 이 가게도 안 좋다.
저거, 절대로 위험한 양의 겨자가 들어있다. 그렇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된다.
「왜 그러나, 서 있어서야 이야기를 못 하잖나. 앉으면 어떤가」
먹으면서 신부는 말한다.
「………………」
조심하면서……아니, 이제 뭐에 조심하고 있는지 자신도 모르지만……어쨌든 조심하면서 맞은편에 앉는다.
「————」
지긋이 신부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굉장하다. 마파두부, 남은 건 두 숟갈뿐이다.
이 녀석, 정말로 저걸 다 먹을 생각인가……싶어서, 목울대를 울렸을 때, 갑자기 코토미네의 손이 멈췄다.
「————」
「————」
시선이 마주친다.
코토미네는 평소의 이쪽이 짓눌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먹겠나———」
「먹을 것 같냐——!」
온 힘을 다해 대답한다.
신부는 약간 눈썹을 모으고, 깔끔히 마파두부를 해치워 버렸다.
……아니.
혹시 코토미네 녀석, 내 대답에 실망한 걸까?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인물은, 틀림없는 코토미네 신부였다.
토오사카는 코토미네한테 부탁 받아서, 나를 여기에 부르라고 말을 들은 듯 하다.
「……그래서, 대체 무슨 볼일이야. 당신이 자기 쪽에서 나오다니 드문 일 아니냐」
「뭐, 네가 이미 서번트를 2대 쓰러뜨렸다고 들어서 말이지. 대단하다고 치하하러 온 거지」
……말은 좋군.
만약 사실이라면, 다음엔 다른 가게에 불러달란 말야.
「그러냐. 미안하지만, 그런 건 마음만으로 충분해. 딱히 당신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 게 아냐. 칭찬 받을 이유는 없지」
「흠, 하찮은 빈말은 필요 없었나.
——그럼, 원하는 대로 본 내용에 들어가기로 하지. 린에게서 캐스터가 살아있다, 라는 이야기는 들었지?」
「……그래. 캐스터는 아직 현계하고 있고, 도시 사람들에게서 마력을 모으고 있다는 거잖아」
「그렇다. 그 건과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네가 캐스터를 쓰러뜨린 밤, 류도사에는 또 하나 서번트가 있어서 말이지.
풍모, 전투 스타일로 봐서 어새신이라고 생각되지만, 단언은 할 수 없다」
「어새신……캐스터 외에도 어새신이 류도사에 있었다는 거냐? 하지만 세이버는,」
「감지할 수 없었지? 어새신은 그리 강력한 영령은 아니지만, 특성으로 기척의 차단이 있지.
은밀은 어새신의 특기 분야니까 말이지. 아무리 세이버라도, 어새신이 완전히 틀어박혀 버리면 찾아낼 방법이 없겠지」
「…………」
그럼 캐스터를 쓰러뜨린 그날 밤, 류도사에는 어새신이 있었다는 건가.
캐스터를 쓰러뜨리고 안도하고 있었던 우리들 바로 근처에서, 숨을 죽이고 우리들을 쓰러뜨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고——
「……그건 알았어. 하지만, 어째서 나한테 그런 걸 가르쳐주는 거지.
한 마스터에게 편을 들지는 않는 거 아니냐, 당신은」
「뭐, 이건 정보교환에 지나지 않지. 내가 아는 건 그것뿐이다. 그 대가로서, 이 며칠간 네가 체험한 일을 가르쳐다오.
……이번 성배전쟁은 아무래도 낌새가 달라. 저번과는 다른 것이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지않는 거지」
「————」
「가르쳐주고 싶지 않다면 그래도 상관없다. 지금 그건 충고로서 들었다, 라고 생각하면 되지」
「……그런 짓 할 것 같냐. 가르쳐준 이상 대가 정도는 지불하겠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들은 거지만, 필요한 거였으니까 말야」
「——후. 여전히 의리가 굳군, 에미야 시로」
신부는 유쾌한 듯 입가를 밀어 올린다.
……흥. 이쪽이 나오는 태도 같은 건 다 꿰뚫어보고 있다는 얼굴이다.
하지만, 이쪽도 간단히 생각대로 되나 봐라.
「얘기는 하겠어. 하지만 그 전에 물어봐 두지.
코토미네, 당신 어째서 그런 걸 알고 있는 거야.
류도사에 어새신이 있다니, 서번트라도 있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거잖아」
아니, 서번트가 있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세이버도, 아쳐를 가진 토오사카도, 류도사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으니까.
「뭐, 단순한 이야기지. 내 랜서가 류도사에서 어새신에게 패했다.
녀석이 소멸되기 직전의 영상을, 마스터인 내가 회수한 것에 지나지 않지」
그러자.
정말 싱겁게, 이상한 소리를 신부는 했다.
「——에?」
「나도 마스터다, 라고 했다. 너도 말하지 않았나. 서번트라도 있지 않는 한 알 수 없다, 라고.
이야, 정말 그 말 그대로였지」
「에——에——!?」
「허나 그것도 어제까지 이야기다. 랜서는 소멸되고, 나는 이번 성배전쟁의 마스터에서 탈락했다.
너희들의 적이 아니게 됐다는 거지.
자, 이야기는 그것뿐인가? 그럼 네 차례다. 요 며칠간, 무엇과 만나고 무엇을 봤나」
겨우 한 호흡에, 주위의 공기가 무거워진다.
……이쪽 질문 따위 용납하지 않는다.
그저 명확한 회답만을, 코토미네 신부는 요구하고 있다.
「………………」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만큼 있지만, 지금은 대답하는 게 먼저다.
나는 4일전——세이버와 계약하고, 이 신부와 만난 뒤에 일어난 일을, 가능한 한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야기는 30분 정도로 끝났다.
마스터로서 행한 일 같은 건 그리 많지는 않다.
코토미네에게는 그다지 흥미 없는 정보.
그 중에서, 마토 조켄이라고 하는 노인에게만, 신부는 강한 관심을 가졌다.
「마토 조켄——진작에 노쇠해졌나 하고 있었는데, 아직 현역일 줄이야. 사람의 피를 빠는 요괴라는 건 사실이었나」
「에……그 할아버지가, 사람의 피를 빠는 요괴……?」
「그렇다. 마토의 마술은 흡수라서 말이지. 6대 전의 마술사였던 마토 조켄은, 뛰어난 충술사(蟲術士)였다고 들었다」
……?
벌레를 쓴다니, 패밀리어가 벌레……라는 게 아니지, 역시.
그렇다고 하면, 그 외에 벌레를 쓰는 마술이라고 하면——
「잠깐. 충술사라니……에, 벌레를 매체로 삼아 독을 쓰는 녀석 말이야?
수백 마리나 되는 독충을 항아리에 넣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벌레로 저주를 쏜다는……?」
「아니, 고독(蠱毒) 종류가 아니다. 원래부터 저주는 마키리의 전문 밖이지.
그들이 행하는 마술은, 반드시 자신의 육체에 성과가 돌아오는 것. 저주 따위 해서야 상대와 같이 쓰러지게 되겠지」
「……그럼, 말 그대로, 벌레를 패밀리어로 쓰고 있다는 건가?」
「그래. 마토 조켄은 그저 타인의 피를 빠는 요괴다.
사람의 피를 빠는 걸 통해서 젊음을 유지하고, 육체를 변모시켜, 수백 년을 살아왔다고 하지만——글쎄.
린의 부친의 이야기로는 이미 싸울 수 없는 몸, 백일 하에는 나올 수 없다고 했는데」
「……해 아래 나올 수 없어? ……그러고 보면, 만났을 때는 전부 밤이었는데——」
사람의 피를 빨아서, 수명을 늘린다.
그리고 그 육체는 해 아래에 나올 수 없다, 라니, 그래서야 마치——
「……코토미네. 마토 조켄은 흡혈귀인 건가?」
「흥. 그건 흡혈귀라기보단 흡혈충이지. 성질도 성격도, 음습한 구더기다」
한 마디로 잘라 말한다.
코토미네는 그 노인을 진짜로 싫어하는 듯 하다.
「……수백 년이나 살아오고 있다고 했지. 그럼 그 할아버지도 마스터였던 적이 있는 건가?」
「아니, 마토 조켄이 마스터였던 적은 없다. 녀석은 마토 가의 의논 상대 같은 건데——여하튼 수백 년이나 산 요괴지.
무언가, 우리들이 모르는 방법으로 마스터가 된다, 라는 책략을 부렸는지도 모르지」
「……그럼, 마스터가 없어진 캐스터와 계약하고 있는 건, 혹시」
「글쎄. 허나 긴장을 풀어도 되는 상대는 아니지.
녀석이 무대 앞으로 나온 이상, 확실한 승산이 있어서겠지.
이번 마토의 마스터는, 마키리에서 최악인 마술 노인의 원호를 받고 있다는 거다」
「————」
신지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라고 했다.
그 신지에겐 마토 조켄의 후원이 있다.
신지는 령주를 잃었지만, 그 노인이라면 새로운 서번트를 주는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
「참고가 됐다. 마키리 노인이 움직이고 있다면, 이 이상사태도 수긍이 가지. 감독으로서 피해의 확대에 대비하도록 하지」
흠, 하고 자기 혼자서 납득하고, 코토미네는 어깨의 힘을 뺀다.
「감독, 말이지. 어제까지 우리들에게 비밀로 마스터였던 남자가 뭘」
「그렇게 말하지 마라. 처음부터 나한테 소망 따위 없다.
랜서를 얻은 것도, 보다 좋은 “소망을 가진 자”에게 성배를 주고 싶었을 뿐이지.
그것도 여기까지지만 말이지. 남은 건 마스터끼리 정하도록 해라.
뭐어, 사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너나 린, 그 둘 중 한쪽에 성배가 주어지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
……무의식 중에 얼굴을 찡그렸다.
지금 그 말, 신부는 진심으로 했다.
자신은 성배 따위 필요 없다.
너나 린, 둘 중 한쪽이 반드시 손에 넣어라——그렇게, 확실히 말한 것이다.
「……어째서지. 당신도 마스터가 된 이상 성배를 바랐던 거잖아. 이루어야 할 소원이라는 게 있었던 거 아니냐」
「그렇군. 소망은 없지만 목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성배로 이루어야 할 것은 아니지. 내 목적은 그 정도로 진지한 게 아니고, 나 본인이 이뤄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
자신이 이뤄도, 의미가 없는 목적……?
「뭐야 그거. 수수께끼라면 다른 데를 알아봐」
「노파심으로 그런 말을 한 건데 말이지. 나와 너는 마찬가지다. 서로 명확한 소망이 없는 자들, 구원 따위 바라서는 안 되지.
그렇기에——조금이라도 빨리 깨달으면, 편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에———」
두근, 하고 심장을 움켜쥐어지는 감각.
신부의 말은, 어째서인지, 저주처럼 가슴 속에 뿌리 박혔다.
「코토미네, 너——」
흔들릴 것 같은 두 눈을 필사적으로 조이고, 신부를 노려본다.
그리고——
「자, 마파두부 나왔다 해?!」
——탁타닥, 제2 제3의 마파두부가 테이블에 놓이고 있었다.
「————흠」
쨍강, 하고 새 숟가락을 손에 드는 코토미네.
틀림없다.
저 녀석, 처음부터 다음 그릇을 시켜놓고 있었던 거다.
「————」
「————」
……시선이 맞는다.
코토미네는 역시 이쪽을 짓누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먹을 건가?」
「——안 먹어」
진지한 얼굴로, 있는 힘껏 대답했다.
연세관 ? 태산을 뒤로 한다.
……코토미네는 이제 얘기를 할 생각은 없고, 묵묵히 마파두부를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신부는 가슴이 쓰린 걸 억누르면서 밖으로 나오는 나에게,
「——에미야. 나는 싸움을 포기한 몸이지만, 너와 린은 아직 마스터다. 조켄은 음습하다고. 가능한 한 조심하도록 해라」
라고, 정말로 다른 사람 일처럼 충고했다.
습한 밀실에 바람이 들어온다.
열린 문에서는 발소리가 둘.
소리는 분주하게 바닥을 차는 것과, 질질 끌려 오는 것이다.
「——자, 시작해」
탕, 하고.
어두운 밀실에 무거운 소리가 울린다.
총망하게 등장한 남자——마토 신지가 데려온, 하나 더 있던 사람 그림자를 방에 던져 넣은 소리다.
밀실 바닥은, 주르륵 꿈틀거리고 있었다.
벌레들의 활동기였는지, 바닥이란 바닥에는 전부 거머리 같은 벌레가 꿈틀꿈틀 기어가고 있다.
마토 신지는 벌레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의 조부인 마토 조켄이 기르고 있는 음충——인간의 혈액, 살점, 골수를 좋아하는 마물들이다.
한 번 이 음충이 몰려들면, 남자라면 등뼈가 부서지고 뇌가 빨려 폐인이 된다.
여자라면——벌레들은 신경만을 침투하도록 변태해, 인체의 구석구석까지 그 촉수를 뻗어, 오로지 피만을흡수한다.
여자의피를 빨고 정신을 붕괴시키는 걸 통해서 굶주림을 채운다.
거기다 음충의 본능인지, 벌레들은 여자의 피를 좋아하는 듯 하다.
여자의 살은 먹고 싶어하지 않는 주제에 피만을원하는 것이다.
이성의 끝, 뇌의 신경을 다 태울 정도 의쇼크를 주면서, 동시에 체내에 침입해서 혈액을모두 흡수한다.
사람의 살을 좋아하지 않는 음충이 체내에 이르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결과, 이 벌레들이 몰려든 여자는 마음과 몸, 그 둘을 완전히 파괴된다.
음충이라고 하는 별명은, 전적으로 그 특성 때문에 붙여진 것이겠지.
——그 음충의 풀에, 마토 신지는 끌고 온 누군가를 던져버렸다.
「자, 시작해」
계단 위에서 소리를 지른다.
남자든 여자든, 이 정도 되는 음충의 무리에 던져져서야 살아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상대만은 예외였다.
던져진 사람의 모습으로부터 벌레들이 떨어져 간다.
두려워하고 있는 건지, 그렇지 않으면 이 인간에게는 질린 건지.
벌레들은 결코, 자진해서 사람에게는 다가가지 않는다.
다만 그 주위에서, 와글와글 검붉은 혈액이 빛날 뿐이다.
「”책”을 만들어. 아직 2개 남아있잖아」
마토 신지의 목소리에, 벌레만이 반응한다.
키이키이 하며.
그 명령이 마음에 든 듯이, 네 구석의 어둠이 파도치고 있다.
「말대로 하면 금방 돌려보내 주겠어. 너도 그 쪽이 편하잖아」
대답은 없다.
밀실에 울리는 건 벌레들의 귀에 거슬리는 우는 소리뿐이다.
「윽……. 알아 들어? 어차피 싸울 수 밖에 없는 거야. 이 이상 나한테 거역한다면——!」
모든 걸 까발려 주겠어, 라고 마토 신지는 매도했다.
던져진 사람의 몸이 떨린다.
그럴 수는 없다.
마토 신지가 스승으로 우러러보는 노인은, 그걸 허용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그러나——마토 신지가 스승의 분부를 지킬 인간이 아닌 것을, 사람은 알고 있었다.
지금 그는 착란된 상태다.
방해하는 것은 누구라도 적으로 간주하겠지.
노인은 그의 안전을 염려해서 싸움에서 멀리했는데도, 그 배려야말로, 마토 신지에게는 용서하기 힘든 모욕이 되는 것이다.
「————」
긴 침묵 뒤, 밀실에 변화가 생겼다.
빛과 함께 사람의 모습이 나타난다.
벌레는 파도가 밀려나가듯이 방 구석으로 사라져갔다.
지능이 없는 벌레들조차, 나타난 여성(것)을 강대한 마로 느끼고 두려워했기에.
「——흥, 재고 있어」
바닥에 닿을 정도 장발과, 가늘고 나긋나긋한 장신.
검은 옷으로 몸을 감싼 그것은, 라이더라 불리는 서번트였다.
「——지금 다시 한 번 묻겠어요, 신지.
나를 사역하는 건,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 그 하나만을 위해서죠」
밀실 바닥.
벌레들의 수조에서 머리 위를 올려다보며, 검은 서번트가 묻는다.
「——그래. 여러 가지로 위험하니까 말야, 의지할 수 있는 호위를 원했어」
다시 마스터가 된 마토 신지는 기쁨을 숨기지도 않고, 그렇게, 성실하기까지 할 정도로, 거짓말만으로 굳어진 말을 토해냈다.
「………………」
중화반점에서 나왔을 때, 시계는 오후 4시를 가리키려고 하고 있었다.
첫댓글 와우~ 즐감이용!!! ^^
읽어주셔서 감사^^
힘드시겠네.
힘들죠.애당초이건 암만 더한 달빠라한들 도전할리없었던 거니까말이죠.
마파두부... 미각이 없는건가;-_-
참고로 저도 마파두부좋아합니다.다만,저기 마파두부는 왠지않끌리는....
학교서 주는건 고추장 하나도 안 들어 같더구만...
마파.. 저도 페이트 해?는데 저 마파는... 먹는사람이. 저인간뿐이라는. 허허.. 얼마나 맛이없으면.... 저사람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