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폭염과 예초기 작업
2022년 7월 27일 수요일
음력 壬寅年 유월 스무아흐렛날
장마가 끝남과 동시에 폭염의 위력이 꽤나 대단한
중복(中伏)날이었다. 오전부터 찌는 듯한 더위에
밭일을 하기에는 겁도 나고 무리가 따를 것 같았다.
아내가 신신당부를 했다. 절대 뙤약볕에서 바깥일
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라고... 지당하신 말씀을
어이 따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아내의 분부대로
집안에서 쉬었다. 아침운동을 마친 다음 고추밭에
칼슘을 살포하느라 땀깨나 흘려서 찬물로 샤워를
했더니 정신이 번쩍, 어찌나 시원하고 개운했는지...
그냥 손놓고 마냥 놀기도 그래서 최근에 인근 마을
진조리에 이사를 오신 친구의 친구인 임화백님댁에
잠시 들릴까 싶어 전화를 드렸더니 점심 무렵 지나
서울에 갈 예정이라시며 오전에는 시간이 있으니까
들려도 된다고 하여 아내와 둘째네 부부를 데리고
구경삼아 찾아갔더니 두 분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딱히 가지고 갈 것이 없어서 우리는 미니 단호박을,
둘째네는 이서방이 목공으로 만든 소품 시계를 갖다
드렸더니 너무 고맙다고 하셨다. 한바퀴 둘러보고
이내 나왔다. 조만간 우리집에 답방을 오시겠다고
하여 언제라도 환영이라고 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좋은 이웃으로 잘 지내보기로 했다.
기왕 나온 김에 드라이브도 하고 점심을 먹자고
했더니 아내도 둘째네도 그러자고 했다. 자동차를
금당계곡길로 몰았다. 이 길은 주변의 경관이 좋을
뿐만 아니라 통행하는 자동차가 적어 한산해 좋다.
아내와 이따금씩 드라이브 삼아 다녀오는 길이다.
둘째네도 참으로 인상적인 길이라면서 좋아했다.
중복날인데 점심을 뭘 먹겠냐고 했더니 두 자매가
해물짬뽕 먹자고 하여 진부로 향했다. 남자들은
짜장면을 먹기로 했다. 이따금씩 들리는 곳이지만
이젠 단골 고객이 되었다. 모처럼 먹는 해물짬뽕과
짜장면을 아주 맛있게 먹고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잠시잠깐이었지만 여유를 가지고 즐긴 드라이브가
너무 좋았다.
한낮의 폭염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뙤약볕에서
일하다가 일사병 걸리면 냉패가 되는 것이니까 .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폭염을 핑계삼아 쇼파에
들어누워 늘어지게 오수를 즐겼다. 우리집은 데크
통창을 열어놓으면 시냇물 소리는 자장가가 되고
시냇물이 흐르면서 일으키는 물바람이 집안으로
들어와 아주 시원하여 낮잠을 돕는다. 두어 시간
늘어지게 자고 났지만 아직도 폭염은 계속이었다.
그러나 한낮보다는 많이 수그러들은 것 같았다.
자연마트 장바구니를 들고 나가 장보기를 하기로
했다. 가지와 백오이, 조선오이가 그새 꽤나 많이
자랐고 방울토마토, 토마토는 익은 것이 많아지고
아내가 찜을 해준다고 하여 꽈리고추도 조금 땄다.
콜라비로 깍두기를 담근다고 하여 모두 다 뽑았다.
장바구니 하나로 모자라 두 군데에 담아 아내에게
갖다주었더니 무슨 장을 이렇게 많이 봐왔냐면서
웃었다. 텃밭농사 수확의 기쁨은 바로 이런 것이다.
5시쯤이 되어도 중복날의 강렬한 햇볕은 폭염이라
덥긴 했으나 이내 수그러들겠지 하면서 예초기를
꺼내 연료를 보충해 짊어졌다. 아침에 걷기운동을
하다보니 밭가 이슬맞은 야생초들이 바지가랭이를
적시는 것이 못마땅하고 싫어서 베어버렸고 집뒷켠
무성한 야생초들도 몽땅 다 베어버렸다. 너저분한
것은 싫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번 예초기 작업을
하다가 연료가 다 떨어지고 때마침 해가 넘어가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마무리를 못한 막내네 집주변
무성한 잡초가 늘 마음에 걸렸다. 이놈들을 싸그리
잡아버렸다. 어찌나 크게 엄청 많이 자랐는지 쇠날
예초기에 칭칭 감기는 바람에 꽤나 애를 먹었다.
그렇게 한시간 반쯤 예초기 작업을 했더니 얼굴은
물론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으나 깔끔하게 정리하여
마음은 가볍고 개운했다. 식구들이 모두 괜찮냐며
물었다. 너무 더운 날 예초기 작업을 하는 바람에
모두 걱정을 했다면서... 오늘 둘째네가 인천으로
가는 날이라서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더운 날이라
찌개나 국 대신 시원하게 미역오이냉국을 만들고
더덕구이, 꽈리고추찜, 엄나무순 장아찌, 브로콜리
장아찌를 준비하고 처제가 매콤하게 감자조림을
준비하여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형님 수고했다며
이서방이 소맥을 말아주어 시원하게 한잔 들이켰다.
아내와 처제가 정성껏 마련한 음식에 동서와 함께
소맥을 말아 기우렸으니 더 이상 무얼 바라겠는가?
이 정도면 중복 복달임은 제대로 한 것 아닐까?
첫댓글
자연마트에서 거둬들이는 결과물
언제나 풍요롭고 시원해 보입니다.
에초기 작업을 해서 깨끗이 정리한
집 주변이 상큼합니다.
더위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세요
하절기에는 자연마트 장바구니가 가득하여 좋습니다. 텃밭농사 보람이지요. 가능한 더위에는 예초기 작업을 피하는데 도저히 그냥 놔둘 수가 없어 해치웠습니다. 장마끝이라 무덥군요. 건강 잘 챙기세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마무리~
행복은 그곳에 있지요.
오늘도 즐겁고 행복 가득 하세요
맞습니다.
만족이란 하고 싶었던 일을 마무리 했을때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좋은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