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했다는 건 '느낌'일 뿐… 결혼해도 헤어지는 경우 많아" "30대 중반~40대 초반 똑똑한 여성들은 비극의 세대" "이혼 사유 1위는 변심이 아니라 경제력이죠" "학원 사무실 한 귀퉁이고물 책상 두개와전화기 한대로 시작"'오래전 작은 인연이 저희를 연인으로 만들었고, 오늘 그 인연이 하나가 됩니다….'
가을에는 청첩장이 많이 날아왔다. 나이가 드니 한때 불꽃처럼 타올랐던 열정도 시들해 보이고 부양의 현실적 책무만 남지만, 다시 결혼에 대해 생각했다. 언젠가 내 자녀들도 이 길을 갈 것이다.
▲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사랑이 있는 결혼이 최고지만 사랑만으로 결혼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사랑과 결혼은 어떤 관계입니까?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어요."
지금껏 6000쌍의 결혼을 성사시킨 선우의 이웅진(44) 대표가 말했다. 그는 199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결혼정보업체'라는 걸 만들었다. 이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됐다. 이때부터 '중매쟁이' '마담뚜' '결혼상담소'는 철 지난 유행처럼 뒷전으로 밀려났다.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경우를 믿지 않나요?
"첫눈에 반했다는 것은 '느낌'이지, 지속되는 사랑은 아닙니다. 그런 느낌으로 결혼한 이들은 나중에 이혼을 많이 합니다."
―사랑은 원래 불 같은 느낌이 아닌가요?
"순간의 호감도를 사랑으로 착각하는 겁니다. 그건 언제든지 변질될 수 있어요. 남녀가 결혼해서 40~50년을 산다면 그런 느낌만으로는 지탱해낼 수 없어요. 결혼하면 끝이 아니라 결혼 한 뒤의 '후속편'을 생각해야 합니다. 서로 대화가 통하고 갈등이 생기는 요인이 적고, 경제력도 뒷받침돼야 사랑은 지속될 수 있지요. 이혼 사유의 1위는 '변심(變心)'이 아니라 '경제력'입니다."
―결혼정보업체는 사랑보다 조건과 계산에 따른 결혼 문화를 만들어왔지요?
"조건이 아니라 환경입니다. 앞으로 함께 살아가려면 통(通)할 수 있는 점을 검증하려는 것이죠. 무엇보다 학력과 직업, 집안을 봐야 합니다. 상대가 어떤 교육을 받아왔고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랐는지를, 결혼을 염두에 두는 만남이라면 누구나 처음에는 이런 걸 다 따지죠. 비슷한 환경 출신끼리 만나 결혼했을 때 더 잘 산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사랑과 결혼을 너무 물질화시키고 있지 않나요?
"실제 모든 만남이 그런 욕망을 숨겨놓고 있는 겁니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 위선적이지요. 소위 '신분'을 뛰어넘는 운명적인 사랑이란 소설이나 드라마 속에나 있지 현실에는 거의 없어요. 설령 있어도 결혼 후에도 그렇게 멋있게 지속될까요?"
―얼마 전 당신 회사의 웹사이트를 통해 200억원대 재산을 가진 49세 여성이 "연하의 남편감을 구한다"고 공개 구혼한 적이 있지요?
"며칠 만에 4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지요. 20대 청년도 있었고, 직업별로는 대기업, 전문직을 포함해 언론사 출신도 있었습니다. 아직 결혼이 성사되지는 않았어요. 조건이 좋은 여자와 결혼하려면 남자가 꼭 버려야 할 게 있어요. 자존심이지요."
―젊은 남녀가 만나 새로운 삶을 출발하는 게 결혼인데, '돈으로 상대를 구하겠다니 결혼이 이렇게 타락했나' 생각도 들더군요.
"이분이 돈을 내세웠던 것은 아닙니다. 직업, 학력, 미모, 경제력 등 사람마다 제 나름의 장점이 있어요. 우리가 이분에게는 '경제력'을 부각했던 거지요. 이를 '배금주의'라고 한다면, 학벌을 내세우면 '학벌주의', 직업은 '직업차별주의', 미모는 '미모지상주의'가 됩니다. 이분의 경우를 보면 돈 많은 사람도 결혼 문제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죠."
―젊은이들은 교제할 때 상대의 어떤 조건을 우선 봅니까?
"남자는 외모와 직업을 보고, 반응을 잘하는 여성을 좋아합니다. 반면 여자는 장래성을 보고, 점잖은 남자를 선호해요. 직업으로는 공무원, 공사(公社), 대기업 회사원 등이 인기가 높습니다. 한때 '열쇠 3개' 말이 있을 정도로 판·검사를 높이 쳤지만 지금은 선호도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있는 집의 여자 부모들도 '그런 결혼을 하면 내 딸이 피곤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유능한 직장 여성들 중에는 일에 매달리다가 결혼 적령기를 놓칩니다. 서른 넘은 여성은 결혼정보업체에서도 잘 안 받아준다면서요?
"요즘에는 직장 안 다니는 여성은 결혼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직장을 구하고 일에 매이다 보면 적령기를 놓쳐요. 3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의 똑똑한 여성들이 '비극의 세대'입니다. 통상 '서너 살이 더 많고 키는 크고 학벌이 좋거나 비슷해야 한다'는 게 배우자에 관한 공식이지요. 그러니 이분들의 결혼 상대는 이미 유부남입니다. 사회적 성취를 한 입장에서는 억울한 것입니다. 지금 결혼문화에서의 가장 희생자는 여성 자신이 된 거죠."
―어떤 조언을 해줄 것인가요?
"남자가 여자보다 더 똑똑할 필요가 있느냐, 더 연상일 필요가 있느냐, 한마디로 자신을 내조할 수 있는 '남자 신부'를 만나라는 것이지요. '이상형'에 매달리면 결혼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 불리해진다는 거죠."
―직장에는 '무심한' 노총각들도 있습니다.
"여성의 결혼이 늦는 것은 사회적인 문제이지만, 남성은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굉장히 눈이 높거나 결혼할 준비가 안 돼 있는 경우지요."
―어떻게 주선하면 결혼 성사율을 높일 수가 있죠?
"누구나 자기보다 나은 상대를 원하죠. 우리는 현실에서 이들의 '욕망'을 설득하는 거죠. 당신은 상대에게서 어떻게 비쳐질 것인지를 말해줍니다."
―짝을 지워줘도 결코 결혼에 성공 못하는 유형도 있지요?
"남자의 경우 너무 외모에 집착하면 결혼을 못 합니다. 상대 외모의 빈틈만 찾아내는 이도 있어요. 그래서 400번 이상 선본 사람도 있습니다. 여자의 경우는 부모가 너무 간섭할 때 잘 안 됩니다. 또 네 번째 만날 때까지도 여자가 데이트 비용을 분담하지 않아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나이면 집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고, 당신은 결혼정보업체 사장이니 당연히 결혼에 찬성이겠지요?
"혼자 살아도 멋이 있고 문제 없지 않으냐 하는데, 이는 대부분 젊고 힘이 넘치는 인생 황금기 때의 판단입니다. 늙어서도 '화려한' 싱글은 없습니다."
아직은 결혼을 사랑의 '해피엔딩'으로 믿습니다. 영화와 고전적 소설 속에서 그랬습니다. 오늘도 청춘남녀들은 결혼할 짝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너무 '싱겁게' 이혼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 열정과 투자한 시간이 너무 허무하지 않을까요?
"이성을 만나는 기회를 많이 갖는 대신 열정은 없어진 것 같아요. 만남의 감동이 사라진 거죠. 열정을 불사르는 방법은 못 배웠어요. 옛날에는 노력할 데까지 노력하고 헤어졌어요. 지금은 쉽게 만나니 상대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아요. '쿨하게' 헤어집니다. 이혼을 하는 이유를 통해 어떻게 결혼해야 하는지 답을 얻을 수 있지요."
―당신은 어떻게 결혼했나요?
"어려운 시절 도서대여업을 할 때 만난 여성이었는데, 제가 결혼정보업체를 처음 차렸을 때는 여성 회원으로 맞선 자리에 나가곤 했어요. 그러다가 저와 결혼했어요."
그는 찢어질 듯 가난한 집안의 출신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육성회비 600원을 못 내 선생님께 여러 번 혼이 나자 처음 가출했고, 그 뒤로는 상습적인 가출 소년이었다. 돈을 벌어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겠다는 결심으로 극장에서 껌을 팔기도 했다.
중학교를 겨우 졸업한 뒤 정규 학력을 접고(재작년에 성균관대를 졸업), '아르바이트 학생'이라며 일용품을 팔러 다녔다. 나중에는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화장지를 판매하기도 했다. 이어 사람을 찾아다니며 책을 빌려주고 회수해오는 도서대여업을 했다. 한창때는 회원 숫자만 5000여명에 달했지만 파산했다.
1991년 선배가 운영하는 학원 사무실의 한 귀퉁이에 고물 책상 두 개와 전화기 한 대를 놓고 지금의 회사를 차렸다. 당시 그는 한 예식장에서 하객으로 가장해 반년 동안 점심을 해결했다고 한다.
―결혼정보업체로는 당신 회사가 제일 먼저 시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 제 나이 24살이었어요. 도서대여업을 할 때 회원 관리를 위해 회원등반모임을 가졌어요. 횟수가 잦아지면서 남녀회원 간에 서로 눈이 맞아 커플이 생겼어요. 거기서 힌트를 얻었어요. 만나게 해주는 것이 돈벌이가 되겠다고. 버스나 지하철에 올라타 '새로운 결혼 문화를 책임질 이웅진입니다. 여러분 가족 중에 미혼이 있다면 연락 주세요'라며 전단을 뿌렸지요. 이런 기억 때문에 초창기에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지하철 안에서 승객을 상대로 자기소개를 다섯 번씩 하도록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뒤로 결혼정보업체들이 많이 생겨났죠?
"400개쯤 됩니다. 대부분 쉽게 창업하지만 성공한 회사는 별로 없습니다. 국내 미혼남녀(24~30대 후반)를 700만명쯤으로 보면 결혼정보업체를 통하는 수는 15만명이 됩니다. 우리는 회원관리를 모두 전산화했어요. 10만명의 목록이 있습니다. 성사율은 약 20%입니다. 대부분 고객들은 잘 되면 본인이 잘 돼서, 안 되면 주선이 잘못돼서라고 여기지요."
―결혼정보업체에서 짝지워 주는 상대에 대해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지요?
"처음에는 '사이비 업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결혼한 사람이 신분을 속인다든지 상대를 성적 유린을 한다든지….'커플 매니저'라는 직업에도 시선이 안 좋았습니다. 한번은 면접을 보는데, 응시자가 창밖을 계속 봤습니다. 혹 무슨 일이 있을까 봐, 부모님이 따라온 겁니다. 이런 시선 때문에 김장미팅·효도미팅·헌혈미팅 등 이벤트를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여성 회원은 무료였어요. 남성 회원보다 여성 수가 모자랐지요. 지금은 여성의 비율이 더 높아 회비도 더 비쌉니다. 신뢰성이 확보됐다는 뜻입니다."
4년 전에는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의 회사를 찾아왔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결혼을 많이 시켜야 한다'는 전략에서다. 이 때문에 그는 내년 초 싱가포르에 지사를 연다. 싱가포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미 미국에도 지사를 설립했고, 영어권 사이트와 중국어 사이트를 곧 개설한다. 그의 말로는 "결혼 사업으로 이 세상 끝까지 가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국적 불문하고 대부분 나이가 되면 결혼을 위해 짝을 만나려고 할 것이다.
―당신이 결혼 안 했다면 어떻게 결혼하고 싶나요?
"결혼에 대해 너무 많이 아니까….고민을 많이 할 것 같아요."
―고민만 하고 결혼을 안 할 건가요?
"어떻게 살아왔나를 알려면 가정환경을 볼 것이고, 숨겨진 성격이 어떤지 알려면 술도 마셔보고 여행도 같이 해볼 겁니다. 사랑 없이는 결혼할 수가 없지만, 결혼에는 사랑만으로 볼 수 없는 많은 문제들이 있어요. 사랑은 몰라도 결혼에는 책임이 따르니까요."
첫댓글 이런 업체의 역사가 얼마나 됐는지.... 이런 업체를 통해 결혼한 부부의 이혼율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네.
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몰라 난 어차피 결혼 할꺼니까 상관 없어.ㄲㄲ
그게 언제인데요?
직업의 귀천은 없지만..정말 질 좋지 않은 직업
그건 너의 생각.
응 내 생각인데? 뭐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