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찬송’(Magnificat)
글쓴이 : 조명연 신부님 l 인천교구
어제는 강화도에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그렇게 눈을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물론 저 역시 다른 젊은이들처럼 눈을 좋아했었던 적이 있었지요.
괜히 눈이 오면 가슴이 설레고, 강아지처럼 눈 위를 밟으면서
마구 뛰어다니는 것을 신나했던 적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이곳 갑곶성지에서 생활하면서
눈 오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혼자서
이 넓은 지역의 눈을 쓰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러다보니 강화도에 첫눈다운 눈이 왔을 때에도 그렇게 반갑지 않았답니다.
‘왜 눈은 이렇게 많이 와서 나를 힘들게 하는거야?’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눈을 쓸었지요.
그러다보니 작업의 능률도 그렇게 오르지 않는 것입니다.
6시간 동안 비질을 한 뒤에나 겨우 성지의 눈을 모두 치울 수 있었습니다.
어제 또 눈이 왔습니다. 짜증이 났습니다. 바로 그 순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고 말했던 어떤 분의 말씀이 떠올려졌습니다.
하긴 그렇지요. 제가 짜증을 낸다고 해서 눈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햇볕이 비추어져서 왔던 눈을 모두 녹여버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쓸지 않고 둔다면, 오시는 순례객들에게 커다란 불편을 드릴 것입니다.
결국 눈을 쓸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피할 수 없으니 즐겨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왕 치우는 거, 신나게 노래를 부르면서 눈을 치웠습니다.
가사를 몰라도 상관이 없었지요. 그냥 가사를 만들어가면서 신나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하긴 저밖에 없는데, 가사가 틀리면 어떻고 박자가 틀리면 어떻겠습니까?
그런데 지난번에 눈을 쓸 때는 6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3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것입니다. 유쾌한 마음을 가지고 일을 하니
그만큼 일의 효율도 오르고, 시간 절약도 할 수 있게 되더군요.
어떤 일이 있어도 부정적인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한 부정적인 생각 자체가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은 상황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즉, 할 수 없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
정말로 하기 싫은 일이 하길 잘 했다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것 등은
바로 긍정적인 생각으로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복음에서 성모님께서는 ‘성모찬송’(Magnificat)이라는
찬미와 감사의 노래를 부르십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세요.
정말로 이러한 노래를 부르실 정도로 행복하였겠는지…….
아니지요. 어쩌면 최악의 상태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상태에서도 ‘성모찬송’을 부를 수 있다는 것,
바로 이러한 마음이 예수님을 모실 수 있게 만든 것이 아닐까요?
예수님을 모실 수 있는 마음은 바로 이렇게 긍정적인 마음입니다.
어떠한 순간에도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릴 수 있는,
그래서 누구보다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 예수님께서는 자리하십니다.
이제 내 안에 있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나씩 제거해야 합니다.
그래야 예수님께서 오실 자리가 더욱 더 넓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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