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는 오래도록 적막한 귀양살이를 하면서 갖가지 질병으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야말로 아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는데, 당시로서는 상노인에 해당하는 환갑에 가까운 몸으로 제주도에서 적응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죠. 요즘이야 하루에도 몇 번씩 제주도를 다녀올 수 있지만 조선 후기만 해도 정말 멀고 먼 이역이었겠는데, 게다가 추사는 한양에서도 최상위층의 생활을 하다가 그런 곳에서 지내야 했으니 병이 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추사가 앓았던 병은?
추사는 기침, 혈담에 다리의 병으로 고생을 했고 눈병, 소화불량증 등을 호소했는데 “눈병 다리병이 한결같은데다 또 소화불량증까지 더하니 백천 가지가 매웁고 쓰곤 하여 갈수록 더욱 견뎌낼 수 없다오”라고 탄식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래가 많아져 막혀서 목과 가슴이 답답한 담체로도 고생했는데, 기침·가래는 노인들에 흔히 나타나는 병증이죠.
추사는 운동을 하거나 농사일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늘 앉아서 책을 보거나 붓글씨를 썼을 것이니 감기에 자주 걸렸을 것이고 가래도 많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였기에 구창(口瘡)이 생겨 고생했는데, 구창은 과로를 했을 때 입안이 해어지고 혓바늘이 돋기도 하고 입술 주위에 물집이 잡히기도 하는 병증이죠. 그리고 피부질환으로도 고생했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저술 '안질조치대법'의 토대가 된 동의보감. / 조선일보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