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69명이 사망하고 13명이 실종됐다. 하천 범람과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집중된 규슈 중서부 구마모토 현에서만 62명이 숨지고 6명이 행방불명이다. 이 일대에 쏟아진 폭우량은 시간당 최대100mm 정도다. 지난 2016년 울산을 강타한 태풍 차바 당시 울산지역 최대 강수량 시간당 124㎜에 비하면 적은 양이다. 하지만 이런 폭우에 `안전대국`이라고 자부하는 일본이 꼼짝 없이 당했다.
이유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한꺼번에 수십㎜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규슈지방은 주로 화산ㆍ지진피해 우려가 큰 곳이다. 그러다보니 재난예방차원에서 규정된 강우량에만 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느닷없이 폭우가 쏟아졌으니 산사태나 하천 범람에 손을 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세계적 안전 선진국을 자랑하던 일본도 결국 예외적 기후 변화에 미리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내적 희생과 국제적 위신 손상을 감수해야할 판이다.
울산도 상황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상 기후로 재난 행태가 크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이전에는 2~3 주간 장마전선이 이어지다 곧 여름 무더위로 접어들었는데 요즘은 일정한 장마기간이 없다.
장마기간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다 금방 맑아지기를 반복한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한 쪽에 비가 쏟아지는 동안 다른 곳에서 햇볕이 내리 쬐는 일이 적지 않다. 북구 매곡지역에서 시간당 40㎜가 쏟아지는데 남구에는 햇볕이 쨍쨍하다.
울산지역도 이미 수년전부터 장마전선에 이상이 생겼다. 우선 장마형태와 규모, 시기가 달라졌다. 통상 7월 중순에서 8월 초에 걸쳐 남부지방에 형성되던 장마전선이 열대성 `스콜`형태로 변했다. 특정 장마기간이 없어지고 이곳저곳에서 한 동안 60~70㎜가 쏟아지다 어느 순간 4㎜가 내리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가 정작 8~9월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때문에 이전 대응 방식으론 하늘에서 구멍이라도 뚫린 듯 짧은 시간 동안 특정지역에 내리 붓는 빗물을 감당할 수가 없다. 안전 제1국이라고 떠벌이던 일본이 폭우 100㎜에 꼼짝없이 당하는 걸 봐라. 자신들이 설정한 계획과 대비책이 완벽하다고 자만했기 때문이다.
아직 울산에 물 폭탄이 쏟아지진 않았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100~200㎜가 쏟아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 어떤 경우에도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피해를 최소할 수 있는지 다시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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