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스테이트(deep state)는 나라의 심장부라는 뜻이거나 나라안에 또 다른 나라라는 표현입니다. 정부 안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그야말로 실체를 나타내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을 일컷는 말이기도 합니다. 나라와 정부를 이끄는 기득권 세력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독립한 후 정당정치를 시작하면서 공화 민주 양당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독립된 지 250년 가까이 되면서 그동안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기득권세력이 생겼고 그 기득권세력들은 나라 전체에 뿌리를 내리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와 힘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양당정치상 특정 정당소속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 정부내의 수많은 자리의 장이 교체되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대로 그들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그러니 대통령이 누가 되던 상관없이 그들만의 이너서클을 확립했다는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그래서 특정 대통령들이 등장하고 뭔가 정부내 개혁을 이루려고 시도할 경우 바로 그 기득권세력 즉 딥스테이트가 저항하며 보복을 가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미국안팎에서 J.F. 케네디 대통령 암살에도 그런 배경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아직도 미스테리한 상태로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워낙 촘촘하게 얽힌 관계들이어서 딥스테이트 핵심요원들은 그야말로 죽을 때까지 비밀을 지킨다는 원칙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 실체와 배후를 파헤치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딥스테이트사이에 갈등과 불협화음은 1차 집권때부터 시작됩니다. 딥스테이트에는 미국 국내적으로는 네오콘 조직이 대표적이며 국외적으로는 CIA와 USAID 조직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네오콘은 신보수주의자를 뜻하는 네오콘서버티브(neoconservative)의 약자입니다. 네오콘의 대부분 핵심들은 미국 동부 지역의 명문 대학교를 나온 엘리트 유대인들입니다. 지역과 혈연 학연 등으로 촘촘히 짜여있는 이들 조직은 미국의 국무부와 국방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통령 비서실 등 권력의 핵심부서뿐 아니라 언론계 나아가 학계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네오콘은 미국의 정치철학자인 레오 스트라우스의 사상에 뿌리를 둡니다. 레오 스트라우스는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이 냉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막강한 군사력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미국 네오콘들은 도덕적 우월주의를 바탕으로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웁니다. 이들은 경쟁국 또는 잠재적 경쟁국들에 대해 미국의 필요에 따라 군사적 선제공격도 불사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강성이란 의미를 지닌 매파중의 매파로 불리웁니다. 군사적 힘을 내세우기 때문에 자연히 미국의 방산업체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위기와 갈등 그리고 마찰을 유도해 긴장감을 높이고 그런 심적 위기감을 이용해 미국의 방위산업제품을 판매하는 전략도 구사합니다. 미국이 9.11 테러사건이후 해외에서 행한 전쟁은 이 네오콘과 방산업체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네오콘은 한때 공화당에 주로 포진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민주당에도 상당수의 네오콘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네오콘은 활동범위를 더욱 확대해서 미국의 유수한 언론과 언론인까지도 그들의 영향권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러우전쟁의 배후에는 미국의 네오콘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1차 집권때 정치적 초보인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측근들을 추천을 받아 임명했는데 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 등이 네오콘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급한 행동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섬세하고 갈등과 마찰을 꺼리는 성향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쟁을 피하고 싶은 인물이라 평가됩니다. 그가 즐겨 읽는 책가운데 으뜸은 손자병법입니다. 그중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승리라는 말을 무척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시 그의 핵심 측근들 상당수가 네오콘이니 그의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대표적인 것이 바로 북미정상회담입니다. 세번에 걸친 정상회담으로 대단한 성과를 도출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존 볼턴 안보보좌관이 강하게 틀어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했지만 워낙 주변 인사들이 성과도출을 방해해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후일 언급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주변 네오콘들은 북한과 종전협정을 맺어 한반도의 상황이 평화롭게 될 경우 네오콘들이 의도하는 상황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미국 방산업계에 지대한 저해를 가져 온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남북이 평화무드로 접어들 경우 미국이 한국에 판매하는 어마어마한 방산 무기들의 판매가 상당수 중단될 것을 매우 우려한 것이 아닌가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훗날 그런 사실을 파악하면서 미국 네오콘에 대한 대단한 분개와 함께 재집권때는 네오콘을 철저히 배척할 것이라는 각오를 세웁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하자 마자 일론 머스크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미국의 CIA와 USAID에 대한 조사를 지시합니다. 일론 머스크의 조사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게 전달됩니다. 특히 USAID의 보고서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충격을 받습니다. USAID는 비군사적인 해외 원조 프로그램을 행하는 기관입니다. CIA가 주로 군사적 정치적 행위와 판단을 하는 기관이라면 USAID는 군사력을 제외한 사항을 행하면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조직입니다. 일년 예산만도 430억$, 한국돈 62조원에 달합니다. 이 조직은 처음에는 해외의 가난한 나라 정부와 기관들을 지원하고 도우는 역할을 했지만 갈수록 원래 목적과는 다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어떤 활동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겠습니다. 당연히 미국의 이익을 위해 활동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USAID의 임무중의 하나는 해외에 있는 언론기관과 언론인들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외국 언론사들의 기자들을 미국으로 불러 교육을 시키는 것도 포함됩니다. 일론 머스크는 조사결과 전세계 상당수 언론사들이 USAID의 돈을 받았다는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2024년 대선중에도 세계 대부분의 언론에서 민주당 해리스후보측의 주장이나 활동을 더 긍정적으로 보도했다는 분석을 머스크는 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일론 머스크는 USAID를 운영하는 공무원들 상당수가 미국의 친 민주당 성향으로 분석된다는 보고서도 대통령에게 전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날 이 USAID 폐쇄 조치를 내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USAID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수천 명의 해외 근무 직원과 그 가족을 소환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는 USAID를 즉각 폐쇄하고 직원들을 대대적으로 해고하는 것은 물론 해외 원조를 중단했습니다. 미국의 연방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처음에는 차단했지만 얼마후 결정을 철회함에 따라 해체수순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CIA에 대해서도 모종의 대규모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오래전 케네디 대통령이 취한 CIA 개혁과는 다른 각도의 개혁일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네오콘들의 영향력을 묶고 그와 함께 CIA의 활동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CIA 축소는 앞으로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개선 또는 관계정립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읽혀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딥스테이트 척결에 진심인 것은 2기 행정부의 첫 정보수장에 43살 털시 개버드를 임명한 것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털시 개버드는 미국 국가 정보국 DNI 국장에 임명됐습니다. 털시 개버드는 여군 출신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여러차례 근무했으며 민주당 소속으로 하와이주에서 4선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민주당의 핵심세력과 마찰로 탈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미국은 누가 움직이는가'라면서 미국내 딥스테이트의 존재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털시 개버드를 행정부 정보수장에 임명함에 따라 딥스테이트 척결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집권때 자신이 당한 딥스테이트의 간섭 영향으로 2차 집권때는 철저하게 성향을 분석해 내각 인사들과 측근들을 발탁했습니다. 적어도 그의 임기동안에는 딥스테이트들의 간섭으로 인한 피곤함은 겪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예스맨들로 구성돼 브레이크 작용을 할 세력이 없다는 것은 우려스러움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딥스테이트와의 전쟁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것인지 또한 딥스테이트들의 조직적인 저항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2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