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고 나하고

[박초시]

별하고 나하고

*일러스트 / 양형수

얼마나 오래된 풍경입니까. 얼마나 오래된 사연입니까. 어린 시절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가슴에 꿈 한 자락 품어보지 않은 이가 있겠습니까. 우주는 어떻게 생겼을까? 별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은 별을 선으로 엮어 그림을 그리게 하고 이야기도 지어내게 해 상상의 나래를 한없이 펼쳤던 기억 말입니다.

어둠이 세상을 먹어버린 여름날 저녁이면 너른 마당 한가운데 놓인 살평상에 누워 별을 장난감 삼아 놀곤 하였습니다. 북두칠성을 차례대로 짚어가며 ‘저거는 똥바가지’ ‘그 옆에 작은 건 바가지’ ‘그 옆에 둥글게 모여 있는 건 호빵’ ‘저기 노랗게 반짝이는 것은 전구’ 하며 읊조리다가, 별이 눈으로 부서져 내려와 가슴에 알알이 박힐 즈음이면 스르르 잠에 들곤 했습니다. 어머니 갈라진 손바닥의 접촉은 별을 징검다리 삼아 뛰어노는 꿈을 꾸게 했답니다.

별은 어떤 이에게는 슬픔을 달래주는 위안으로, 또 어떤 이에게는 사랑하는 이와의 행복을 꿈꾸게 하는 설렘으로 우리네 정서에 짙게 녹아 있습니다. 뿐이겠습니까. 수많은 이들이 저 깊은 우주 속으로 한없이 달려가며 별을 향해 희망을 쏘아 올리기도 했을 것입니다. 별이 우리네 소망을 하늘에 전해주는 불빛으로 여겼던 것입니다. “저 별이 보석으로 변해 우리 집 마당에 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 나이에도 후남이 누나의 참 절박한 기도였단 걸 나는 알았습니다.

윤동주님의 ‘별 헤는 밤’을 읊조려 봅니다. 별 하나마다 나름의 추억을 가슴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회상, 애환과 미련에 대한 대상, 추억과 생명에 대한 단상 등 삶의 내용이 된 별이 거친 마음을 순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별을 바라볼 때면 까마득한 기억 속 젖먹이 때 하늘로 간 내 동생을 떠올립니다. 플라톤의 제자들이 신들의 문으로 부르던 역삼각형 염소자리를 통해 천국으로 갔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날 밤 별들이 초롱초롱 유별났거든요.

* 처녀자리 / 일러스트. 서경덕

예부터 우리네 별자리는 영웅시하는 서양과 달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하늘에 그려놓았습니다. 윤동주님의 시에서처럼 일상에서 비롯된 기억이나 일상과 함께해온 사람은 물론, 심지어 동물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별로 떠올렸습니다. 별과 나를 엮어 내 별을 점찍기도 하고, 별똥별을 보면서 소원을 빌기도 했습니다. 별 하나에도 자아를 투영해 내적으로 풍부한 삶을 살고자 했던 선조들의 지혜였습니다. 지금 내가 별을 바라보며 꿈을 잃어버린 아들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늘은 놀라움과 두려움의 대상이면서 믿음 그 자체였습니다. 북두칠성처럼 별과 별을 이어 하나의 별자리로 만들기도 하고, 견우직녀와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지어 참으로 믿기도 했습니다. 이어령 선생님 말씀에, 별을 만들어낸 것은 하늘이지만 별자리를 만들어낸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별자리를 두고도 민족과 나라에 따라 전설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내 나름으로 삶의 궤적을 그려가는 것처럼 하늘아래 개개인이 우주 만물 중 유일한 존재란 사실이 미약한 삶에 약간의 용기를 줍니다.

* 왕관자리 / 일러스트. 서경덕

지금 우리 눈에 비치는 빛은 수백만 년, 수천만 년을 빛의 속도로 달려온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해석하면 어느덧 동심은 사라져버리고 가슴도 삭막해지게 마련입니다. 사랑이나 종교를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분석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면 그 의미가 변색되듯이 말입니다. 윤동주는 물론 ‘프랑시스 잠’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같은 대상들이 한없이 무색해질 것이며,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소행성 B612도 빛이 바랠 것입니다. 참 싫습니다. 하늘에 나를 의탁해 안녕을 빌어야 하거든요.

어둠이 세상을 먹고 풀벌레도 잠든 밤, 시골집 마당에 펴놓은 평상에 누워 반짝이는 별을 따라 시선을 움직입니다.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알퐁스 도데 단편소설 “별”에서 목동의 시계라 했던 삼태성 오리온자리를 시작으로 물고기자리, 사수자리, 뱀자리, 물병자리, 게자리, 견우별, 직녀별……. 홀로 노는 시간이 참 즐겁습니다. 까마득한 추억 속의 어머니, 무능한 아버지를 대신해 궂은일만 도맡아 하다가 고인이 된 형이 단 1초라도 곁에 있었으면 더 행복하겠습니다.

추위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 별, 파랑색 빛을 발하며 주위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을 내는 별, 그 주위에 꼬박꼬박 조는 듯 희미하게 사그라지는 별을 억지로 찾아 눈으로 내립니다. 주위 빛으로 인해 겨우 존재하는 나를 보는 듯해섭니다.

문득 스스로 빛나지 않지만 주위를 밝게 밝혀주는 사람, 그림자만 봐도 반가운 사람이 생각납니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언감생심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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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입니더^^*.. 

보고싶은 분들 억수로 많아예.

잘들 계시지예....

[꽃님이]

반갑습니다

[버섶]

잘 지내시죠?

[반딧불이]

반갑습니다.
진짜 오래간만 이시네요~~~

[형아]

정말 반갑심더....ㅎ.
여전하신 모놀의 전사?들 한번 모여보고도 싶네요.

[똥구랑땡]

네...잘 지내고 있습니다. 푸하하하~~

[향기야]

정말 반갑네요
소식 주셔서 더 반가워요~^^

[산드라]

읽으면서 어릴적 생각이 많이 났네요.
작년에 하늘나라에 간 내동생은 어떤별로 갔을까 ?

[작은사랑]

별을 노래하는 여름밤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