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도대체 언제까지 따라올거야!"
"왕장님이 멈추실때까지요!"
지금 내 뒤에는 왕궁경호원 10여명 남짓한 사람들과 그 경호원을 이끌 고 있는 왕구경호대장 제르딘이 날 향해 죽도록 쫓아오고 있었다. 왜 자꾸 쫓아오냐고?! 어쩔 수 없지. 무력으로 떨쳐버리는 수밖엔. 미안하지만 제르딘. 한 번만 봐 달라구.
"미안합니다. 여러분! 월 오브 파이어!"
그러자 방금 내가 있던 자리에는 불꽃의 벽이 생겨났다. 그리고 경비대원들은 갑자기 튀어나온 불길에 주춤하면서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제르딘은 역시 대장답게 왕궁의 담을 타고 가볍게 불길을 뛰어넘고 다시 날 쫓아왔다. 그로인해 나 역시 잠시의 여유도 가지지 못한 채, 다시 죽자사자 뛰어야 했다.
"왕자님! 이제 그만 좀 하세요!"
"싫어! 난 꼭 나가고 말거야!"
그렇다. 난 지금 이 지긋지긋한 왕궁내를 탈출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몇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미숙한 내 실력으로 인해 할 때마다 실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에서야 기회가 왔다. 내가 왕궁직속 마법사단인 '멜베타닌'의 단장인 체로니안이 나에게 마법을 가르치다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에 텔레포트로 그 장소를 피해버렸다. 하지만 난 아직 그다지 멀리 텔레포트할 정도의 실력은 되지 못했고, 왕궁경비대에게 알린 체로니안 때문에 난 또 다시 실패할 위기에 놓여있었다. 물론 워프를 쓰면 돼지만... 그것을 쓸려면 텔레포트 보다 더 한 시간이 필요한데... 체르니안이 한 눈을 판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어쩌면 체르니안이 한 눈을 판건 내 생전 처음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그 자리만이라도 피하기 위해 텔레포트마법을 시전했던 것이다. 근데... 또 다시 잡힐 위기에 놓이다니... 이런 멍청한...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지! 나에겐 아직 마지막 보루가 있으니...
"제르딘! 너 계속 쫓아오는데 그러다가 후회한다!"
"한 번 해보십쇼!"
호오! 배짱인데? 좋아. 그렇담 맞 좀봐라. 난 빠른 속도로 룬어를 외우기 시작했다.
"자! 시작한다! 플라이!"
서서히 내 몸이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땅이 점점 멀어져갔다. 왕궁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내성의 성벽이 가까이 다가왔다. 자! 드디어 꿈에 그리던 탈출이다! 후훗! 제르딘 녀석... 허탈하지?
제르딘은 지금 멍한 얼굴로 날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플라이 마법까지 익힌줄은 몰랐으리... 이것은 내가 바로 일주일전에 온갖 노력을 기울인 끝에 독학으로 깨우친 마법이다. 체르니안한테 가르쳐달라고 하면 내가 탈출할 위험이 있다고 가르쳐 주지 않을 것이니 시간낭비 말고 독학을 하는 수밖에.
어..어..이거 왜 이래? 젠장할... 독학과 불과 일주일전에 겨우 익힌 완벽하지 못한 플라이를 실행한 부작용이 일고 있었다. 갑자기 플라이 마법에 주입되던 마나의 흐름이 원활해지지 않았다. 이제 성벽까지는 불과 몇 미터밖엔 안남았다. 으.. 젠장.. 몸이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이제.. 5미터.. 윽... 점점 내려가는군.. 4..3..2미터.. 젠장. 1미터.. 젠장.. 마나가 끊겼다! 으악!
나는 그 순간 온 힘을 다해 다리로 공중을 차고 뛰어올랐다.(와! 허공답본가? 여기서 웬 무협이...)물론 그래서 진짜로 몸이 뛰어오른건 아니지만 간신히 떨어지지 않고 성벽에 매달릴 수 있었다.
휴.. 겨우 살았네.. 이제 올라가 볼까? 난 젖먹던 힘까지 다해 얼굴을 성벽위까지 끌어 올렸다. 화려한 저녁석양이 보일거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내 눈에 보이는건 검은색 부츠였다. 그리고 난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 부츠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으악! 프로넌스!"
프로넌스였다. 왕궁경비대장중 제 6분대장을 맡고 있는 프로넌스였다. 젠장.. 내가 플라이마법이 잘못 될 때부터 알아봤어. 그럼 그렇지 내 일이 잘 될 턱이 없지.. 근데 저녀석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거지?
프로넌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난 투덜거리며 프로넌스의 손을 잡고 성벽위로 올라섰다.
"그럼 가실까요. 왕자님?"
난 프로넌스이 말을 무시하고 내 엄청난 궁금증을 물었다.
"프로넌스. 너 어떻게 여기있는거야?"
"체로니안님께서 이곳에 가면 왕자님을 만날 수 있을거라고 하시더군요. 전 설마설마 했지만... 역시 체로니안님이시군요!"
젠장.. 체로니안 그녀석이 또 내 일에 방해를 놓는군... 젠장.. 휴.. 뭐 어쩔 수 없지.. 그래 가자가.
난 프로넌스를 무시하고 계단을 통해 아래로 빠른걸음으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