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지가 주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어머니는 김장배추를 다듬다 툭툭 떨어진 푸른 잎사귀와 무청을 싹싹 모아 마루에 줄줄이 말렸다. 바짝 말린 우거지는 겨울 내내 김치와 함께 나오는 유일한 반찬이었다.
요즘은 김장하는 모습도 찾기 힘든데 우거지를 바랄까? 참살이 열풍을 타고 우거지는 채소류 섭취가 적어져 비만이 오기 쉬운 겨울철,‘훌륭한 비타민 공급원’이라는 이름표를 달 정도로 훌륭한 음식이 되었다.
진주에 있는 ‘대성불고기’집에는 고기보다 우거짓국이 더 유명하다. 주인 정필연(56)씨가 30년째 우거지국을 주 메뉴로 하게 된 사연을 풀어놓았다.
“고향이 진영 대평인데 무가 유명한 동네거든예. 32년 전에 식당 한다니까 친정엄마가 거기서 바짝 말린 무청을 보내주더라고예. 처음에는 손님들 고기 먹으면서 드시라고 공짜로 내놓았는데 고기보다 우거지가 더 잘 나가는기라. 재료도 모자라고 손님들도 팔아라 해서 그때부터 우거짓국을 팔았지예.”
뚝배기가 요동을 친다. 푹 말린 우거지가 넘실넘실거리고 구수한 국물이 뚝배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어머니의 정’과 같아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숟가락에 우거지를 푹푹 담아 밥에 올려 쓱쓱 비벼 먹으면 구수하고 칼칼한 맛이 그만이다.
요즘은 바짝 말린 무청을 구하기 힘들 정도로 귀해 고성 경매장에 새벽같이 나가 좋은 것만 골라온다. 행여나 덜 말랐으면 집에서 직접 더 말릴 정도로 재료관리가 철저하다.
가게 뒤쪽에는 장독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국산콩만 골라 집에서 직접 삶아 메주를 만들고 된장을 담그기 때문이다.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육수를 만든다. 푹 곤 육수에 된장 풀고 무청을 넣어야 제 맛을 낼 수 있다.
예전에는 우거짓국 맛을 아는 중년남성들이 많이 찾았지만 요즘에는 건강을 생각해 먹으러 오는 가족 손님과 젊은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우리집을 물어 물어 오는 손님들이 ‘옛날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먹었던 것이 지금은 없어서 못먹는 음식이 됐다’고 말을 많이 합니더. 참 세상 많이 바뀌었지예.”
△ 위치 : 진주시 신안동 468-13번지 대성불고기
△ 전화 : (055)745-0558
△ 주요메뉴 : 우거짓국 6000원?, 생갈비·생등심 1인분 1만5000?원, 흑돼지 1인분 6000원?.
△ 영업시간 : 오전 9시~오후 9시
△ 주차 : 가능
△ 좌석 : 100석
△ 쉬는 날 : 없음
경남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