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일본의 어뢰 고기 - 조선 가물치
-일본 민물의 확실한 지존이 된 한국 가물치
오래전 양심이 바르지 못한 업자들이 가물치회를 광어회로
속여 팔다가 적발되어 사법처리 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사기 사건이 아니지만 한국 가물치가 일본에서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일본인의 생선회 취향과 욕구는 대단히 강하다.
다시 말하면 자주 먹어야 목마름이 없어지는 그런 요리의 하나가
그들이 말하는 생선회, 즉 사시미다.
태평양 전쟁 말기 미국의 해군 기동부대와 잠수함들은 일본 열도를
바짝 조여 들어왔다.
완전 봉쇄까지는 아니어도 일본의 화물선이나 여객선들이 함부로
바다로 나갈 수조차 없었다.
미군의 어뢰와 항공 공격이 언제 어디서건 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선인들 바다에 나가서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유황도가 미군에서 함락 당하고 나서 이곳에서 발진한 무스탕
전투기가 일본 남부 해안 지대를 비질하듯 기총소사를 하는 작전을
하거나 미국 기동부대도 정기적으로 일본 근해에 근접하여 사냥개 같은
수백기의 함재기들을 풀어 놓은 작전을 펼치면 작은 트럭이나
작은 어선들도 이들 소형기들의 밥이 되었다.
여기서 내가 어린 시절 집안 어른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앞에서 말한대로 전쟁 말기에 하도 공습이 심해서 물자가 귀했는데
특히 싱싱한 사시미용의 바다 생선은 일본 국내 어디에서든지
구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어느 지방도시에서의 이야기다.
싱싱한 생선이 없어서 영업을 제대로 못하게 된 한 사시미
식당 주인이 고심을 하다가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다 고기가 귀해지자 생선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한
민물고기에 착안한 것이다.
이미 민물고기가 일부 사시미 식당에 등장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민물고기 중에 잉어는 양도 많이 나오고 맛도 좋았지만
값이 너무 비쌌다.
그는 모든 물자가 부족한 전쟁중이지만 고객이 즐길만한 수준의
맛도 있으면서 가격도 적당한 민물고기를 찾았다.
주인은 그때까지 아무도 안 신경도 안 쓰는 한 민물고기에 착안했다.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이식된 대형 가물치였다.
그 지방에는 대형 가물치가 없었다
그러다가 식민지가 된 조선의 황해도에서 교편을 잡던 한 일본인이
조선 가물치를 가지고 와서 새로 부임한 그 지역 호수에 놓아주었다
이 억세고 힘센놈들은 엄청난 속도로 증식해서 어지간한 저수지나
강의 불패의 주먹[?}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아 버렸다.
그 일본인 식당주인이 전부터 가물치의 맛이 광어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몰랐는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그는 맛도 괜찮고 양도 푸짐하게 나오는
대형 조선 가물치를 새 마케팅 상품으로 확정하고
가물치 사시미를 팔기로 했다.
새상품 판매전 그는 비교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외래어로 만든 상품을 널리 선전할 필요를 느꼈다.
그렇게 작정한 그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조선 가물치의
억세고 공포스럽게 생긴 외모의 이미지였다.
그는 가물치의 그 이미지에서 금방 전쟁 중에 귀가 닳도록
들은 어뢰를 떠올렸다.
일본 해군은 93식 어뢰라는 성능 좋은 어뢰를 보유하고 있어서
어뢰전을 중시했었다.
자연히 어뢰라는 단어가 방송이나 신문에 자주 나왔었다.
장창이라 불리던 일본의 93식 어뢰 사거리가 미 해군 어뢰보다
세배정도 길고 위력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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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반도에서 온 가물치에게 뇌어(雷魚)라는 이름을 선사하고
식당 여기저기에 선전문을 붙였다. 뇌어라는 이름은 물론 어뢰에서
따온 것이지만 우연히 어뢰라는 이름을 뒤집어서 작명한 것이
되었다.
사시미에 굶주린 고객들은 호기심에 이 가물치를 먹어 보고
광어 사시미를 닮은 괜찮은 맛에 환호했다.
소문은 인근에 퍼져서 고객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
그리고 많은 식당들이 뒤 따라서 가물치 사시미를 팔기 시작했다.
조선에서 건너간 가물치는 전쟁이 끝나고 사시미용
바다 생선이 어시장에 나돌 때까지 사시미에 굶주린 일본인들의
혀를 즐겁게 해주었다는 그 어른의 말씀이었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집안 어른께서 말씀하신
일본에 가서 제법 행세를 한 조선의 가물치에
대한 말씀이 맞는지 조사를 해보았다.
<- 일본의 가물치는 인기 낚시어가 되었다.
사실 그 어른이 말씀 하신 일화를 소개하면서도 그 분이
잘못 알고 말씀하신 것을 내가 소개하는 것이
아닌가 의문스러웠다.
그러나 조사해보니 신빙성이 있는 말씀이었다.
아니 조선 가물치가 한 지방이 아니라 일본 전국 강과 호수에
확 퍼져서 일본 민물계의 패권을 확실하게
잡고 있다는 더 큰 사실을 발견했다.
제법 행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민물세계의 절대적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일본에도 토종 가물치가 있었다.
그러나 커 봤자 30센티 내외였다.
그러다가 1906년도에 당시 식민지였던 대만에서 대만
가물치가 일본에 왔다.
이것들도 커봐야 30-60센티 내외로
크기에 있어 별 볼일이 없었다.
또 그러다가 1923,4년 조선에서 최대 1미터 가까이 성장하는
대형 가물치들이 일본 나라현으로 이식되었다.
그리고 이 대형 가물치는 재빠른 속도로 일본 전역으로
영토를 넓혀나갔다. 우리가 배스나 황소개구리의 행패에 놀라서
이의 근절을 위해서 노력했듯 일본인들도 일본 민물고기에
가공할 [?] 행패를 부리는 조선 가물치를 근절코자 노력했으나
가물치들은 그런 일본인들의 노력을 코웃음을 치며 단시간동안
일본 전역을 석권했다.
현재는 한국 가물치들은 일본 가물치나 대만 가물치들을
숨도 못쉬게 제압해놓고 확실한 일본 민물계의 패자가 되었다.
집안 어른께서 말씀 하신 정보가 거의 맞는듯하다.
더해서 일본 측 자료에 뇌어[라이쿄]라는 명칭이 천둥 번개칠때
가물치가 어쩌고 -- 라는 설명이 있는데 설득력이 떨어지고
오히려 뇌어라는 유래를 설명하신 그 분 말씀에 더 신뢰가 간다.
그 분 말씀이 더욱 신빙성이 있었다는 사실로
이차 세계 대전후에 가물치에만 기생하는 유자 악구충
[有棘顎口蟲 ]이라는 기생충이 일본인들에게
크게 창궐한 일이 있었다는 일화로 증명된다.
이 가물치에게만 기생하는 기생충이 가물치 사시미가 뇌어라는
이름으로 일본 식당에서 인기리에 팔렸다는 것을 뒷받침 한다.
선충들이 잠복기간을 거쳐 전쟁후 활동을 개시한듯하다.
가물치를 부르는 다른 명칭이 재미있다.
뇌어라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일본에서도 한국에서 가물치와
함께 따라온 ' 가무루치' 라는 한국 이름도 널리 쓰인다,
기무치와 함께 일본에 전래된 한국 명칭의 하나이다.
지금은 낚시의 인기어이고 요리의 재료로도 많이 쓰인다는 것.
대만 가물치
나는 언제인가 이 블로그에서 한국의 덩치 큰 족제비들이 배를 타고
일본 남부 해안 항구에 상륙하여 덩치 작고 힘없는 일본 족제비들을
다 구축하고 일로 그 서식지를 넓혀 북상 중에 있다는 글을 쓴바있다.
위의 일화가 사실이라면 한국에서 건너가 일본의 생태계를
석권중에 있는 동물이 또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은 일본 붕어[떡붕어]받고 일본은 가물치 받고 ---
일본인이 한국에서 꿩도 도입하여 이식시키기 위해 대단히
노력했다가 기후가 안 맞아 실패했다는데------
하여튼 흥미로운 생태 정보여서 소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