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는 지난해 유천동 성매매 집창촌을 해체하고 올해 보문산과 플라워랜드 계획 추진하면서 대전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유천동 성매매집결지의 재개발 계획과 대형 수족관이 들어설 곳으로 보문산과 동물원이 지목되는 등 올해도 크고 작은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제위기 여파로 중구 관내에 빈 사무실이 늘어나는 등 위축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성장과 발전의 갈림길에 선 중구 지역의 현안에 대해 이은권 구청장을 만나 생각을 들어봤다.
-중구는 지난해부터 많은 변화를 보여왔는데 그중 유천동 집창촌 폐쇄가 단연 눈에 띈다. 앞으로 이곳을 어떻게 개발할지 관심이 쏠리는데 구상은?
▲유천동 집창촌을 비롯한 유천동 일원(130만㎡)에는 재개발·재건축·도시환경정비사업 등의 사업으로 추진위원회만 11개가 구성돼 있다. 그만큼 재개발이 필요한 지역이라는 의미기도 하지만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재개발·재건축 지역을 통합해 밑그림을 하나로 그리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11개 추진위원회로 소규모·개별사업을 개별방식으로 추진하는 것보다 교통과 환경을 체계적으로 개선하고 적정한 공공시설을 배치하는 등 광역 정비사업이 필요하다. 또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녹지공간을 통합해 공원을 조성하고 도서관과 중·고교 학교를 건립해 자족기능이 가능한 모든 편의시설을 갖춘 대형 도시를 만들자는 게 우리 구청의 생각이다.
현재 이 지역에 대한 개발 용역을 발주한 상태로 용역 결과가 나오면 최적의 개발계획을 마련하겠다.
하지만, 재개발과 재건축은 거주하는 주민들이 주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진위원회 통합 등의 노력은 주민들이 해야 할 몫으로 남아있다. 구청과 주민이 노력을 함께 한다면 주상복합형 뉴타운식 개발 계획을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구 관내의 보문산은 도심 속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지만, 대사지구에는 작동을 멈춘 옛 놀이시설이 방치되는 등 정비가 필요한 지역이다. 이곳에 대한 계획은?
▲1974년 전쟁 대비 시설로 만든 후 그동안 접근이 통제됐던 보문산 충무시설이 시민들에게 곧 개방될 예정이다. 충무시설은 220m의 길이에 전체 면적이 6000㎡에 달해 전국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산속 대규모 인공동굴이다. 이곳을 보문산과 어우러지는 관광명소로 만들자는 게 현재의 목표다. 지금은 대규모 수족관을 만들거나 어린이 생태 박물관 정도의 대안이 제시된 상태다. 아직 결정한 내용은 없지만, 공익성과 상업성을 살릴 수 있는 계획을 시간을 갖고 찾을 생각이다.
우선 충무시설 입구 광장을 잔디광장과 등산로로 만들어 보문산을 찾는 시민들에게 먼저 개방하려고 한다.
-기존 대전동물원에 개장될 플라워랜드, 뿌리공원 등을 연계한 보문산 관광벨트 조성이 가시화 되면서 지역 관광산업이 호기를 맞고 있는데?
▲중구에는 동물원 등 이미 개발된 관광지와 아직 개발을 기다리는 관광문화자원이 남아있다. 동물원에 이어 최근 중구 사정동에 플라워랜드(10만㎡규모)가 5월 개장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 중이다.
여기에 보문산 야외음악당과 흉물로 남아 있던 대전 보문그린랜드 주변이 2012년까지 생태연못, 야생화원, 환경체험장, 야외학습장 등 친환경 자연생태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침산동 청소년수련마을에 400여 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유스호스텔을 만들어 보문산 관광벨트화 사업의 부족한 숙소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보문산이 도심 속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중구가 조성한 뿌리공원이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효’ 주제공원으로 전국민의 각광을 받고 있다. 뿌리공원의 전국 명소화를 위한 노력은?
▲뿌리공원에는 현재 136개의 성씨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우리나라에 300여 개의 성씨 문중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데 현재까지 절반 정도 들어온 셈이다. 앞으로 성씨 조형물을 더 늘리려고 한다. 이를위해 방하미 다리 건너편까지 공원시설을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연말이면 공원안에 족보박물관도 완공될 예정이어서 뿌리공원이 국내 유일의 효 테마 특화된 공원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본다. 지금도 성씨 문중행사는 뿌리공원에서 열리고 있어 관광중심지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철도시설공단이 올해 중구 관내를 빠져나가고 충남도청까지 이전이 계획돼 있어 도심 공동화 현상이 우려되는데?
▲사무실 공실률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언급한 데로 철도시설공단이 올 연말 동구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충남도청과 대전경찰청까지 다른 곳으로 이전할 예정이어서 관내 사무실 유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먼저 관내에 콜센터 직원 전용교육장을 마련해 중구 지역의 빈 사무실에 콜센터를 집중적으로 유치하려고 한다. 이달 개장한 중구 종합문화복지관에 콜센터 전용교육장을 마련, 전문인력을 양성해 지역 내 콜센터 유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철거예정인 홍명상가 상인들이 중구 은행동의 한 빈 건물로 이전할 계획이다. 상권이 얼어붙는 상황에서 구도심에 생기를 넣을 수 있도록 상인들 유치에 힘 쏟겠다. 소상공인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례도 만들어 행정적·경제적 지원을 하면 자연스럽게 사무실 공실률도 낮아질 것으로 본다.
-관내에 특화거리가 조성된 지 10년이 됐다. 성과가 있다고 보는 지?
▲현재 중구에는 충무자동차·맞춤 패션·문화예술·전문음식 등의 특화거리가 조성돼 있다. 그동안의 변화부분에서는 생각해 볼 점이 많이 있다. 특화거리마다 지금도 행사를 벌이고 있으나, 고객을 모으고 특성화를 이루는 것은 어디까지나 특화거리 내 상인들이 해야 할 몫이다. 특화거리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면에서 지난해 대통령상을 받은 중앙로 지하상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곳에선 상인대학을 운영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올해 중구 관내 4개 특화거리에 대한 점검을 벌여 성과를 분석할 계획이다.
-중구가 추진중인 ‘희망심기 2040 이웃사랑 운동’은 특화된 방식의 민간복지기금 조성운동으로 전국적인 관심대상이다. 소개한다면?
▲자치구 예산으로는 충분한 복지비를 지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같은 현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1계좌에 2040원씩 자동기부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40의 20은 ‘이웃’, 40은 ‘사랑’을 의미하는 것으로 누구나 부담없이 기부문화에 참여할 수 있다. 여기서 모인 기금은 희망심기 2040이웃사랑 기금은 복지 사각지대에서 공적지원을 받지 못하는 중증환자, 65세 이상, 18세 이하 장애인 등을 선정해 주거환경 개선, 학습기회 제공, 의료장비 지원 등 다양한 지원사업에 쓰이고 있다. 지금은 개인과 단체 등 기부자가 더 늘어나 계좌수만 1900여 개에 달하며 매월 1200만 원 정도를 어려운 이웃에게 후원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 8일에는 2040기금으로 대학 신입생 20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밖에 펼치고 있는 복지정책은 무엇인 지?
▲전국 최초로 223개소 병·의원과 의료 인프라를 구축, 무료진료를 확대해 저소득층의 의료비 경감에 노력하고 있다. 또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들이 모르고 납부하는 생계형 공공요금도 구에서 감면신청을 대행해 경제적 부담도 덜어주고 있다.
이 밖에도 저소득층 문화향유를 위한 저소득층의 재능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문화복지 이벤트 사업단’을 창단해 소외계층을 찾아가는 맞춤형 공연을 하고 있다. 이 극단이 지난 3월 공연한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도 중구 나눔축제와 사랑의 산타축제 등 소외계층을 찾아가는 맞춤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문화예술의 거리’와 함께 종합문화복지관이 이달 개원하는 등 낙후된 원도심에서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문화예술 활성화 방안은?
▲중구는 대전이 처음 성장할 때부터 기반을 닦아온 지역이자 옛 전통과 문화가 살아있는 곳이다. 전통과 현대문화가 공존하는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나고자 중부권에서는 유일하게 문화예술의 거리를 지정하고 조례를 제정해 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옛 중구 청사부지에 우리들공원을 완공하고 종합문화복지관을 개관해 다양한 전시와 문화강좌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상설공연장뿐 아니라 거리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문화예술행사를 개최해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이 중구에서 보낼 수 있도록 정책을 이끌 생각이다.
-구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구민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취임부터 지금까지 중구의 화려했던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로 구정을 이끌어왔다. 낙후된 원도심 개발과 명품문화예술도시 조성 등 중구의 변화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구민들도 어렵지만 지역에 대한 자긍심만은 잃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을 이어간다면 곧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구민들이 생각하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구정을 이끌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