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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산원초 24회 동창회
 
 
 
카페 게시글
♡ 자유 게시판 스크랩 충주에 다녀오다.
이상연 추천 0 조회 76 05.10.25 10:25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지난 10월 18일 막둥이 초등학교 어머니회에서 가을 여행을 떠난다기에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채 동행인이 되기를 자처했다

버스에 오르고 나서야 나의 의도와는 다른

어느어느 회사가 제공한 여행길이었다.

오전내내 그들이 안내하는 곳으로 이끌려서 여행의 근본도 잊은채

맹목적으로 다니게 되었다.

부푼기대와 다른, 경기도 어느 농원에서의 판매행위...

불쾌한 마음을 접으려고 나름대로 그곳에서의 즐거움을 찾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용인의 어느 농원에서의 시간이 다 되고 이어 충주시내에 들어섰다.

용인에서 충주로 가는 내내 창밖으로 보이는 우리 농촌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씨뿌리고 가꾸는 동안 농부의 피와 땀이 함께 배어있을 벼들이 자신들을 수확해달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았다.

 논에 누워있는 벼들을 보는 순간 어느 소녀가 한 말이  뇌리를 스친다.

'누가 농촌의 가을 들녘을 황금들판이라고 시를 쓰고 글을 써서

교과서에 올렸는지 미워죽겠다고....'

우리 세대에서는 이말에 공감가는 이들이 더러 있을지도 모른다.

도시에서 그저 한번, 두번 지나치면서 보는이들은 황금들녘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 황금들녘에서 하루종일 일하는 이들의 고통을 그들이 감히 어찌알겠는가?

수도 없이 교과서에 글을 올린 작가를 욕했다는 그 소녀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것만 같았다.

 

간단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여유시간도 없이 충주 와인박물관. 리쿼리움으로 향했다.

리쿼리움주변에서 식사를 했기에 흔들리는 차를 바로 타지는 안했다.

처음 농원에 들렸을 때와는 다르게 이제는 당연한 코스거니 생각하고 최대한

즐기기로 하고 박물관에 입장하니 한결 기분이 쿨했다.

 이곳은 농원과는 다르게 나의 기분을 쾌 충족시켜주었다.

와인의 역사며 기구들이며 전시되어 있는 전시품들이 나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술에 대한 맹탕이라지만 그래도 깔끔하고 세련되게 정돈되어 있는 전시장과 가이들의

안내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곳을 오게 된것이 흐뭇했다.

휴게실에서 감미로운 와인도 음미해보고

칵테일 만드는 실습도 해보았다.

술을 사랑하고 술만 보면 넋이 나가는 주당들이 왔으면

꽤나 좋아했을 것만 같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전의 답답하고 괜히 동참했다고 후회했던 마음이

구름걷히듯 맑아지는 것을 알수 있었다.

 

리쿼리움 입구.

 

충주와인박물관 입구.-직원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중이다.

 

어느 음식점 마당한 쪽에 있는 항아리들.

어머니, 할머니들이 애지중지하던 항아리들이 이제는 사람들의 눈요기로 쓰이고 있다.

 

 

중앙탑이다.  (아래 설명을 참고)

와인박물관 주변 공원에서 볼 수 있다.

 

 

리쿼리움(와인박물관) 주변에 있는 이 조각품이 유난히 나의 발길을 잡는다.

 

흐린오후에 충주호에 내려주는 햇살은 스산하기까지 하다.

 

 

 

이 호수 곳곳에는 우리 이웃들의 생활터전이었던 곳이 모습을 간직한 채 물속세계에 있겠지.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뒤로 하고 고향을 등진이들의 안타까움이 함께하는 것 같다.

그들의 아픔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 나는 쾌청하지 않은 날씨만을 탓하고 있다.

 

내고향에도 저수지 운운하고 있는 현실에서 충주호 곳곳에 섬처럼 보이는

산과 나무들을 보자니가슴이 아린다.

내고향에도 저수지가 되면 내가 뛰놀고 나의 어린시절을 보냈던 그곳이 잠수할 수 있다는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 다가올수도 있는 거겠지.

수도 없이 뛰고 걸으면서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오가던 등,하교길이

어느 순간 수중에서 추억을 곱씹어야만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느 것이 모두를 위한 것인지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모르지만

얇팍한 나의 견해는 그냥 지금그대로 유지되어

내가 고향을 찾고 싶을 때,

내가 울 아버지 산소를 찾고 싶을때 찾아갈 수 있는 내일이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100%만족할 만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의미있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하루였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시 한번 리쿼리움과 충주를 찾아서 아쉬움으로 남긴 곳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싶다.

 

2005.10.24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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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5.10.25 12:05

    첫댓글 뜻있는 여행을 했군. 누가 그러더군, 여행은 한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뜻깊은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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