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성장 벤처는 ‘고릴라’, 2위 기업은 ‘침팬지’, 하위 기업은 ‘원숭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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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챔피언 Hidden Champions
지명도 떨어져도 높은 점유율 가진 수출형 중기 가리켜
‘유럽의 피터 드러커’로 불리는 경영 컨설턴트 헤르만 지몬(지몬-구허&파트너스 대표)이 창안한 개념이다. 그가 처음 주목한 것은 독일 기업의 경쟁력이다. 독일은 지난해 중국에 자리를 내주기까지 세계 1위의 수출국이었다. 미국·일본·영국·프랑스보다 인구가 적지만 지난해 1조1870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지몬 대표는 그 이유로 독일 중소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독일의 중견·중소기업 2000여 곳을 조사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1200여 업체를 ‘히든 챔피언’이라고 명명했다. 이들은 ▶매출 40억 달러 이하로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지만 ▶세계 3위 이내 또는 한 개 대륙에서 1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주력 아이템에 집중(focus)하고 창업 초기부터 세계화(globalization)를 추진한다는 것이 이들의 성공 유전인자(DNA)다. 신용카드 칩 접착제를 만드는 델로, 워터필터 업체인 브리타 등이 대표적인 히든 챔피언으로 꼽혔다. 지몬 대표는 “계속 자료를 분석 중이지만 한국에는 헬멧제조업체 HJC, 전자저울업체 모텍스 등 20~50개의 히든 챔피언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탄탄한 강자가 되려면 히든 챔피언 육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국형 히든 챔피언
수출 1억 달러 이상 중기 육성 … 각종 혜택 제공
[일러스트=강일구] | |
글로벌 강소기업
수출 500만 달러 이상의 작지만 탄탄한 기업
‘규모는 작지만 내실이 탄탄한 회사’라는 의미의 강소(强小)기업은 2005년 국내의 한 언론매체가 처음 사용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꼽은 ‘하티스트 컴퍼니(The Hottest Companies)’와 비슷한 기준으로 우량 중소기업을 선정하면서 이를 ‘강소기업’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핀란드를 모델로 한 강소국이 한국 경제의 지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어 ‘강소’라는 표현이 크게 유행했다. 지난달 중소기업청은 연간 수출액 5000만 달러 이상 중소기업 육성을 목표로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대상 업체’를 지정했다. 기술 경쟁력과 수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수출 500만 달러 이상의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의료용 레이저기기업체 루트로닉, 중장비 부품을 만드는 대모엔지니어링 등 81곳이 선정됐다. 중기청은 이들 기업에 향후 2년간 연구개발 자금 6억원 지원, 기업은행 대출 시 0.5%포인트 이상 우대금리 적용, 중기청 해외 사무소 우선 입주 등의 혜택을 줄 방침이다.
스몰 자이언츠 Small Giants
글로벌 지향, 지속가능한 스피드 경영 접목한 성공 모델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연구원·중소기업학회가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중기 리더스 포럼’에서 앞으로 10년을 주도할 한국형 중소기업의 성공 모델로 제안한 개념이다. 인구 감소로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저출산·고령화로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국내 중소기업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반면 해외 시장은 교역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중국·러시아·인도 등 신흥개발국의 고속 성장도 기회 요인이다. 따라서 앞으론 국내 시장에서의 강소기업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의 ‘작은 거인’을 지향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장우(중소기업학회장)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독일의 ‘히든 챔피언’, 가업을 이어받으면서 지속가능 경영의 모델로 유명한 일본의 ‘장수기업’과 한국식 ‘스피드경영’을 접목해 21세기형 중소기업 성공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히든 챔피언이나 강소기업 등의 개념이 기업의 경영 성과를 분석한 다음 사후적으로 성공 기업의 공통점을 분석한 것이라면 스몰 자이언츠는 한국 중소기업의 새로운 지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이장우 교수는 극세사 섬유제조업체 웰크론, 의료용 소프트웨어기업 비트컴퓨터 등 48개 기업을 ‘스몰 자이언츠’로 꼽았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민간 주도로 중소기업의 미래 비전과 모델을 제시하기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가젤형 기업 Gazelles Company
근로자 10인 이상의 일자리 창출 능력 뛰어난 기업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이면서 매출이나 순고용이 3년 연속 평균 20% 이상인 기업을 가리킨다. 이들의 성장 속도가 시속 70㎞ 이상으로 빨리 달리면서도 점프력이 좋은 영양류의 일종인 가젤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자생적 성장이기 때문에 인수합병은 제외된다. 최근 가젤형 기업이 주목받는 것은 일자리 창출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히든 챔피언은 매출 성장에, 가젤형 기업은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둔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미국에서는 2~4%의 고성장 기업이 신규 일자리의 60%를, 영국에선 6%의 가젤형 기업이 신규 일자리의 54%를 창출했다고 분석했다. 1981년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버치가 발표한 논문 중에서 ‘특별히 성장이 빠른 기업’을 지칭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이 중에서 매출 1000억원이 넘으면 ‘수퍼 가젤형 기업’으로 분류된다. 벤처기업에서 출발했지만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짧은 기간에 초대형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한 경우는 ‘고릴라’라고 부른다. 인텔이나 애플·구글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1999년 경영 컨설턴트 제프리 무어 등이 펴낸 『고릴라 게임』에서 연유했다. 고릴라가 먹다 남은 바나나를 챙기는 2등 이하 기업은 ‘침팬지’, 후발 군소 기업은 ‘원숭이’로 묘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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