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하다
어떻게 생각하고 즐기느냐에 따라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 시간속에서 홍당무가 되었던 시간들도 있어서 머리카락을 쥐어 뜯고 싶을 때도 종종 있다
후회와 바보스러움에 몇번이나 쥐구멍을 찾았던가?
그래도 다음날 태양이 다시 떠 오르면 늘 있던 그자리에서
부려만 주십쇼..하고 무릎 꿇고 앉은 나를 발견 하곤 한다
이어가는 것이다
그냥..아무런 생각없이
하루를 보내고 맞이하며 이어가고 있는 것이 내 삶의 스케쥴이다
다른 것은 없는 것 같다
포부도.... 올라갈 그 산 꼭대기도...
그저...갈길이 끊기지 않았으니 걸을 뿐이다
그렇게 걸어서 내려간 곳은 강진..땅끝 마을쪽이었다
논 밭은 가을 향을 머금고
여름의 푸르름을 잠재우고 있었다
풀숲 깊숙이에서부터 서서히 가을 마중을 나오는 내음이 느껴졌다
노랗게 붉게 엷어지는 자연의 풍경은
나들이 나온 사람들에게 평온과 행복함을 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인생길처럼....강진으로의 발걸음은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없을 줄 알았던 그 길끝에 드디어 만난 강진의 풍경.
길고 긴 기다림끝에
드디어 발을 디뎠다
노랑물을 곧 흩뿌릴듯한 논 아래로 갯벌이 있고 바다가 보이는 곳
백사어촌 마을
때는 바닷물이 나갈즈음의 시간이었는지
갯벌이 민 낯을 드러내고
고요하고 평화롭기만했던 마을에 쏟아져 내린 선생님들
금새 여기저기 다소곳이 자리 잡고 앉아 그림삼매경에 빠져버렸다.
아주 순식간에 나비가 되고 잠자리가 된다
경운기 탈탈탈 지나가는 소리
바닷바람 잠시 스쳐가는 소리
그리곤 들려오는 소리가 없다
물에 젖은 붓을 쥐고 자기만의 세상으로 들어가 꼭꼭 숨어버린 선생님들
저마다의 꿈속을 그릴것이다
문을 열고 나올때쯤에는 바닷물이 다시 들어 오려나?
일요일 오후에나 태풍이 올라온다고 알고 있었는데
비는 토요일 아침부터였다
젖어 버린 마량미항 항구
이른새벽 잠깐 항구를 거닐었다
고요하고 조용하기만 한데 비가 온다한다
차곡 차곡 묶여 있는 배들이 바다위 마을을 연상케 했다
빨강 파랑 하양..삼색이 어울어진 항구의 전설이 얼마나 많을까 싶고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까 싶은데
너무 이른 시간이었는지 가끔 스치는 사람들의 표정은 아직 잠에서 덜깬 표정들이었다
빗속을 뚫고 스케치 하라고 내려 준 그 마을
월출산이 보이는 산 중턱에 걸쳐진 마을
지붕을 타고 마당으로 내려온 빗물처럼 창고같은 헛간에 머물게 되었다
누구에 의해서가 아닌
흘러내린 빗물처럼 있어야 할곳은 그곳이었다
마당가 창고 안에서
비 피해가며 놀던 딱 그런장소
마늘이 걸려있고 캐어 놓은 감자가 널려있고
호미와 삽이 걸쳐져 있는 어른들의 발걸음이 들릴것 같은 그런 곳
그런 곳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비는 쉬지 않고 내리는데
월출산 저 멀리 산 능선은 뿌우연듯 희끄무레한듯
꿈속에서나 볼수 있는 그런 자태를 유지한채
얼마든지 그리고 가라며 꼼짝안고 모델을 해주었다
투둑 투둑...슬레이트 창고 위에는 하루종일 빗 방울이 떨어지고
떨어지다가 바람에 날린 빗방울은 화지를 톡톡 건들며 물감을 흩뿌려 놓곤 했다
쉬임없이 줄줄 내리는 비
그리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비오는 날 수채화의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비는 오는데
오지말라는 비도 이렇게 잘 오는데
어찌 너는 오지도 않느냐던...딱 그말이 생각났다.
비와 그림과 이야기와 옛날 전설들
오징어 사촌은 낙지 문어라지
뱀의 사촌은 뱀장어일테고
고양이와 쥐의 띠 이야기
뱀과 용의 띠 이야기
참으로 재밌는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비 오는 날의 이야기와 그림 한점
하늘부터 공중을 향해 내리 긋는 빗줄기
잠깐 그 빗줄기가 안타깝기 그지 없었는데
그건
계절이 겨울이 아니고 여름이라는 것때문이었다
만약 겨울이었다면
세상에 그 많은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
비때문에 스케치를 못하지는 않는 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
비가 오면 오는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대로
하얀 화지에는 멋진 풍경들이 살포시 들어가 안긴다
사람의 영혼이 어디로 여행하느냐에 따라서
봄날의 꽃이 피기도 하고
여름날의 호수가 생기기도 하고
미리 마중나간 가을 풍경이 들어가 앉아 있기도 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쉬임없이
시간은 흘러
주름살을 만들고 흰 머리를 만들고
아주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서 어느 날 갑자기 들여다 본 거울에는
하얀 머리를 한 할머니가 보이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
흰 머리를 나무라진 말아야겠는데
여튼 본래의 검은색이 더이상 올라오지 않는 다는 것은 슬픈일이다
막혀서 못 나오는 것도 아니고
짜도 짜도 색소가 없다는 것인데
왜 다 소진 됐는지는 알고도 남음인데
태풍이 온다는 날까지도 우리는 색소의 소진됨에 플러스 요인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척 질척했던 둘째날의 월출산아래 동네에서는
하루종일 빗속의 수채화 작품들이 뿜어져 나왔다
창고안에서.
마루위에서
카페에서
따뜻한 식당 방에서
다양한 색깔의 빗줄기가 하루종일 흘러 내려 왔었단 것을
자기만의 고운 색으로 화지를 메꾸고
백설공주속의 일곱명의 난장이처럼
곡괭이와 삽을 둘러 메고 숙소로 들어가 축축히 젖은 마음과 몸을 달래주었다.
돌아가야 하는 날
정오를 기점으로 우리는 떠나야 한다
이왕 집밖으로 나온거
해 저물때까지 놀아도 될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집을 나오면 씻을것 다 씻고 입을 것 다 입어도
뭔가 초라해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보따리 상인이 불쌍해 보이는 이유같은 느낌인지
뭏든....그렇다..돌아갈때쯤에는 몰골이.....왠지 모르게..
하루 더 있다가 가도 좋으련만
하루는 아니더라도 해 지는 시간까지만이라도 더 머물다 가도 좋으련만
예정에서 벗어나지 않은채....
우리를 태운 버스는 태풍에게 잡히지 않는 다는 듯
위로 위로 내달리기 바빴다.
하염없이 차 창문밖으로는 비가 내리고
버스도 비를 닮아 하염없이 도로를 달리기만 했다
차 유리창에 부딪쳐 또르륵 또르륵 떨어지는 빗방울을 세다가
꾸벅 꾸벅 어느순간 고개가 꺾이기를 몇번
안 졸은척 꼿꼿이 앉아도 보지만
또다시 감긴 눈은 여기가 어드멘지 저기가 어드멘지
도대체가 감을 잡을 수가없었다.
내 살던 곳에 가까워 질수록
낯익은 빌딩들이 들판에 우뚝 우뚝 서있고
도로변에 심어진 벼들의 키가 훌쩍 커져있었다
집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고
드디어 현실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졌다
다 잊었었는데
다시 상기해야 하는 시간이 돌아 온 것이다
반찬이 떨어졌겠지?
청소는 하고 있었겠지?
내 없는 빈 자리
그들도.... 물론 가족이지만
그들도 나와 같이 여행으로 비워 주었으면 깨끗했을텐데
얼마나 많은 일을 벌여 놓고 있을지?
달려드는 현실에 머리가 무거워져 오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공존없이는 살아낼수 없는 세상
무조건 좋기만 한것도 아니고
무조건 나쁘기만 한것도 아닌 현실
난 이미 현실에서 하루를 보내고 이렇게 자판을 뜯어 먹고 앉아 있다
밀린 마트 장을 봐다 놓았더니 박스가 3상자.
다시 박스를 열고 현실 세상으로 들어갔다.
뉴스가 나오고
드라마가 나오고
시간이 착착 와서 내게 붙는다
뭐해야지...이것도 해야지..저것도 해야지...
눈동자 각도를 조금만 돌려도 해달라고 매달리는 일거리들.
아~~~
비가와도 좋고 눈이와도 좋고
태풍이 와도 좋으니
한달에 한번은 데려갔으면 좋겠다
가는 곳이 그 어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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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함께 해주신 선생님들과 회장님 이하 운영진선생님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애써주심에 즐길수 있었고 맘놓고 스케치에 전념할수 있었던 시간
비오는 날 운전해주신 정 선생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
비가와도 좋고 눈이와도 좋고
태풍이 와도 좋으니
한달에 한번은 데려갔으면 좋겠다
가는 곳이 그 어디라도~~~
ㅋㅋㅋ 저도요 ~~
저는 집순이인데
이번에 집에 돌아오니
집돌이가 한 달에 한번쯤 가면 좋겠다고.....
그래서 슬프냐고요?
ㅎㅎㅎ
그냥 웃지요~^^
가을 찾으러.. 강진으로
이른아침 눈을 떠 천천히 읽어갑니다 ㆍ.
아름다운 강진 !
비오는 날의 수채화 !
화우님들의 열공하는 모습들이‥
비가 새어 화구에 떨어져도
월출산 그리고파 ~
추워추워 하면서도 모여있던 모습
과 재미있던 얘기들이
이남옥샘의 수필에서 읽으며
이 아침도
연휴사생 추억속에
머물다 갑니다 ^^
언제나 따스한 글입니다.
비오는 산길
촉촉한 도로
누런 들판은 우리에게 말한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간다.
무엇이 두려운가..
지금이 소중하고 행복한데.
그림 삼매경에 빠져 지난 시간이
꿈 속이었던듯
전생 속으로 들어갔다.
현실에 돌아와 요가도 하고
반찬 쇼핑하고 청소하고
재산세 고지서 아파트관리비 고지서가 기다리는 월말
.벌써 일요일 들판이 그리워진다